인정받고 싶은 욕구 vs 부족함에 대한 이해
요즘 글을 쓰기 싫은 건, 내가 내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만하게 이러쿵저러쿵 이직에 대해, 새롭게 맡은 일에 대해 떠들긴 했는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이 회사에 와서 맡게 된 일은 내가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 맡아보지만, 내 상사와 동료는 잘 아는 일을 아등바등해내느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양가적 감정.
경력직이니까 무슨 일이든, 설사 해본 적 없는 일이라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건데 사실은 나는 이 일은 아주 낯설고 무지하기 때문에 내가 서투름에서 해냄으로 부지런히 옮겨가는 것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그런. 서투르지만 꾸역꾸역 일지언정 해내고 있으니 나를 유능하다 인정해 주기를 바라면서도 내가 해내고 있는 일의 부족함과 지체됨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니 웃기는 거지.
처음 이 일을 내게 하라고 했을 때 나는 나보다 직급이 높은 동료를 달달달 들볶았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달라고, 내가 공부한 바로는 이건데 보통 이렇게 하는지, 요렇게 하려고 하는데 괜찮을지 봐달라고. 그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고, 또 많은 것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면 그가 나에게 전해준 것과 기존의 것을 두루 살펴보면서 내 것을 만들어 나갔다.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이 일을 해내야 하니 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귀찮을 정도로 그에게 이것저것을 이야기하고 보여줬다. 나중에 그는 난색을 표하긴 했으나 여전히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나는 내가 그에게 그렇게 할 때마다 전 야구선수 윤석민이 김태균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곤 했다. 지금은 군복무 중인 키움히어로즈 투수 안우진이 일면식도 없던 선배 윤석민에게 연락을 해서 야구를 알려달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귀찮을 정도로 자주 연락을 하면서 그날 경기 투구는 어땠는지 물었다고. 그랬더니 처음에는 귀찮아했던 윤석민도 점점 관심이 가고, 영상도 찾아보고 조언을 해주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자주 소통을 하게 된 후 안우진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물론 안우진이 리그 정상급 투수가 된 것이 오로지 윤석민의 공이라 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곽빈, 박세웅 등도 윤석민에게 연락을 했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어쨌든 나는 이 일을 맡았기 때문에 해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정보와 도움을 흡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군가를 다소 귀찮게 하고 불편하게 했더라도 말이다. 물론 그에게는 항상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덕분에, 정말 오로지 그 덕분에 지금까지 잘 해내고 있다고.
지금은 일이 대략 50% 정도 진행이 되었는데 일이 진행되면 될수록 어찌 점점 자신감이 떨어졌다. 일요일이 되면 다음 주를 버텨낼 걱정에 잠을 설칠 정도로 내가 한 일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해낸 분석이 옳은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앞으로 일은 50%가 더 남았다. 이 일을 해내고 나면 내 커리어는 한층 더 깊고, 풍성해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심신이 어려울지라도 꾸역꾸역 나아가는 중이고.
어떻게 해내야 할지 고민해 보면 결국 답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 말곤 없다. 급한 마음을 버리고, 긴가민가하는 마음도 버리고,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만회할 수는 있어야 하고, 일이 어렵더라도 끝맺음을 할 수 있도록 긴 호흡을 유지할 것. 내가 없었던 과거의 일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할 뿐 죄스럽게 여기진 말고 말이지.
다짐, 또 다짐한다.
다가올 한 주도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작아지지 말자고. 늘 같은 목소리와 말투로 당당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