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찾아 떠나는 모습을 소설로 써보았습니다

퇴직 증서를 받던 날, 동료들의 축하 박수 소리가 왠지 허공에 흩어지는 것 같았다. 30년간 매일 아침 출근하던 회사의 문을 마지막으로 나서는 순간, 뒤돌아보지 않으려 했지만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제 내 명함에는 어떤 직함도 없다. '퇴직자'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세상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빈 캔버스 앞에 선 화가처럼

퇴직 첫 날 아침은 이상하게도 알람 없이 평소보다 일찍 깼다. 습관처럼 정장을 꺼내려다 멈칫했다. 그리고는 웃음이 나왔다. 이제 내 시간표는 내가 그리는 것이다. 이제 내 옷차림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마음 가는 대로 입고, 마음 가는 대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자유가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빈 캔버스 앞에 선 화가처럼,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몰라 붓을 들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매일 아침 습관처럼 뉴스를 보고 주식 시장을 확인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지?' 더 이상 업무에 필요하지 않은데도, 습관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길을 잃은 기분으로

퇴직 후 세 달째, 처음으로 방황하고 있다는 걸 인정했다. 처음엔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가끔 전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도 주제는 늘 회사 이야기였다. 마치 내가 아직 그곳에 속해 있는 것처럼,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내 감정이 좌우되는 것 같았다.

"요즘 뭐하세요?" 라는 질문이 두려워졌다. 할 말이 없었다.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지 묻는 말에도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작은 카페라도 차릴까? 주식에 투자할까? 늘 돈의 숫자로 내 미래를 환산하려는 사고방식이 몸에 배어 있었다.

저녁 시간, 아내와 함께 마신 와인 한 잔에 취한 듯 물었다. "나는 원래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항상 여행하고 싶다고 했어요. 특히 시골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죠."

첫 발걸음, 허술해도 괜찮아

어느 맑은 봄날, 집에서 가까운 둘레길을 처음으로 홀로 걸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회사에서는 늘 어깨에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이 길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나이 든 한 남자가 강변을 걷고 있을 뿐. 걸으면서 깨달았다. 내가 지금까지 달려온 길이 과연 내가 원했던 길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간 것인지.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있었다. 내가 몰랐던, 회사와 집 사이의 직선 외에 다른 길들이. 좁은 오솔길을 따라 걷는 동안 문득 어린 시절 꿈꾸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고,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했다.

퇴직 후 반년 만에 처음으로 배낭을 챙겨 혼자 떠났다. 목적지는 강원도 작은 마을.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낯선 땅에 발을 디뎠다. 그곳에서 나는 아무에게도 '전 ○○부장'이 아니었다. 그저 마을을 탐험하는 한 여행자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여행에서 돌아온 후,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을 SNS에 올렸다. 주저하다 누른 '게시' 버튼. 그리곤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전에 업무 보고서 외에 내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표현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특히 비슷한 나이대의 지인들이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용기를 얻어 여행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서툴렀다. 때로는 너무 감정적이고, 때로는 지나치게 사무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퇴직자라는 신분이 주는 장점이 하나 있다면,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미를 찾는 여정

이제 퇴직한 지 일년이 되었다. 여전히 완벽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어떤 날은 새로운 도전에 설레고, 어떤 날은 여전히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길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작은 여행 카페에서 나와 비슷한 처지의 퇴직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도 시작했다. 살아온 배경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답은 각자 달랐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다.

'제2의 인생'이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사실 그것은 여전히 나의 인생이다. 단지 인생의 다른 챕터를 살아가고 있을 뿐. 직장에서의 정체성이 끝났다고 해서 내 존재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기회를 얻은 것이다.

꿈을 좇는 노년의 청춘

어느덧 나는 '퇴직자'라는 말보다 '여행 작가 지망생'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글들이 모여 작은 전자책을 출간했다. 수익보다는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젊은 시절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꿈은 나이와 상관없이 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는 늘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한다는 것.

이제 나는 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떠나고 있다.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외롭지만, 그 길 위에서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맛보고 있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그리고 내가 꿈꾸던 삶을 살기에 늦은 때란 없다는 것을 이제야 배우고 있다.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더 이상 남들의 기대나 사회적 통념에 나를 맞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퇴직 후의 인생은 내가 처음부터 새롭게 그려나가는 나만의 그림이다. 서툴고 완벽하지 않아도, 그것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여행지를 검색하고,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쓴다. 이것이 내가 찾은 제2의 인생이다. 그리고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keyword
이전 13화난 퇴직이라는 옷을 벗어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