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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헤두안나 Mar 26. 2024

세 모녀의 고군분투 생존기

20화 감사- 자기 이해지능

큰 아이는 이번 임용시험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작은 점수 차이로 합격선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남경에 비해 여경의 합격 점수는 무려 40여 점 높았습니다. 직업 특성상 여자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았겠구나 생각은 하지만, 들어갈 때부터 더욱 치열함 속에 내몰려야 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또한 인생 공부라 말할 수 있겠지만, 당장 겪는 실패의 경험은 본인에게도,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에게도 조금 버거운 일입니다. 열심히 한 것을 알기에 많이 안타깝습니다.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었고, 안 하던 실수까지 한 아이를 보면서 제가 더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하루하루 겪어내야 하는 삶의 무게에 힘들어할 때는  설령 가족이라 하더라도 조금 떨어져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큰아이는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뛰어난 능력은 타고나야 합니다. 그러나 잘하는 능력은 충분히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장착하기 위해 본인을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능성을 보았으니, 8월 시험에 다시 도전할 힘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오히려 아이는 회복탄력성이 강합니다.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확인하고 본인의 실수를 인정합니다. 차후 보완해야 하는 것까지 나름대로 분석이 끝난 듯합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지능과 인간이해지능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인지교육학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Howard Earl Gardner, 1943~)는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어 지능이나 논리 수학 지능 이외에 '자기 이해지능'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자기 이해지능은 기 자신을 얼마나 잘 알아주고 있는지와 관련된 지능입니다.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감정을 가졌으며,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 등 자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이는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주관적이고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영역이라고 합니다.




큰딸아이는 이러한 자기 이해지능이 높습니다. 자신을 잘 들여다보면서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장착했으니, 분명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어 봅니다.  


한 주 동안 집안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고3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작은 아이가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줍니다. 이래서 자식이 하나 보다 둘이 나은가 봅니다. 자식들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자식들 덕분에 웃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에 새삼 감사합니다.


실패도 뜻과 의미가 있을 텐데, 생각해 보면 성공과 풍요로움에 대해서만 감사를 했던 것 같습니다. 뇌과학에서는 감사하는 마음과 행동이 실망과 고난을 일어서도록 도와 치유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실패와 불운은 반추라는 신경 과정을 유발해 정신적 고통을 야기합니다. 이는 삶의 부정적 측면을 지속적으로 되새기게 합니다.


시선을 외부로 돌리는 감사하는 마음은 반추를 부추기는 자기 성찰적 뇌 부위가 조금 이완되도록 합니다. 그러면 불운은 불안감과 자기혐오와 절망의 출처가 아니라 점진적으로 잊히는 하나의 사건이 됩니다. 감사할 일과 대상을 찾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제 실패에도 감사를 표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려 합니다.


저는 이틀 동안 진행되는 도배공사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제 누수문제는 정리가 되었습니다. 살면서 이웃과 반목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곁을 내주지 않겠다는 듯 배타적인 그들의 태도에 많이 낯설고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심지어 타인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각박한 인심과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들이 결코 나와 같은 마음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웠습니다. 이 또한 삶을 통해 배운 지혜겠지요.


어제는 온 가족이 체육관에 가서 체력단련을 했습니다. 세 모녀의 우울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남편이 내린 특단의 조치입니다. 남편과 제가 한 팀을 먹고, 두 딸아이가 한 팀이 되어 배드민턴 시합을 했습니다. 점심 내기 경기였습니다. 가장 약체인 저를 위해 남편이 희생(?)한 것이지요. 3세트 듀스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남편과 제가 이겼습니다. 남편 덕분입니다. 딸들을 이겼다고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는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또 하나의 명약은 역시 운동이네요. 결코 운동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는데 두 시간 넘게 땀을 흘리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저에게 운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귀찮기도 하고 이래저래 여유가 없어 자꾸 미루게 됩니다. 기껏해야 집 주변 공원에 나가 몇 바퀴 돌고 오거나 산책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가족이 다 함께 하는 운동은 나름 매력이 있습니다. 지난번 보다 배드민턴 실력이 늘었다고 남편이 칭찬해 줍니다. 칭찬은 가장 큰 강화물이지요. 저를 닮아 운동신경이 없는 작은 딸아이에게서 잠재된 운동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한 조가 되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가족은 이런 것이겠지요.


일요일 아침, 만두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엄마의 작은 선물입니다. 큰 딸아이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만두 빚는 솜씨가 저보다 뛰어난 딸입니다. 송편과 만두를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데, 나중에 딸보다 더 예쁜 딸의 딸과 함께 만두를 빚으면서 이 날을 추억할 수 있겠지요.


 삶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실패와 고난이 기다릴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위로해 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런대로 살만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 가족은 다시 힘을 냅니다.


지난번 만두보다 맛있다면서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줍니다. 이 또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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