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스터디 카페 - 잠재력 공식
딸아이들이 저를 따돌리고 수군거립니다. 자매가 분명 뭔가 모의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궁금하지만 둘 만의 비밀도 있어야 하기에 센스 있는 엄마는 모르는 척해줍니다. 아마 본인들이 스스로 말을 해 줄 테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둘이 엄마 생일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주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될 거라고 장담하네요. 도대체 무슨 선물이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힌트라면서 세 가지 제시어를 던져 줍니다. ‘김장김치, 택배, 큰딸’ 그러나 도저히 유추를 할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침에 운동을 하면서도 도대체 뭘까 궁리를 해보지만 선뜻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그 선물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한동안 TV-N에서 방영되는 ‘김창옥쇼’를 보는 것이 저의 힐링 포인트였습니다. 심리를 공부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 주는지 알기 위해서,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는 방식을 배우기 위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김창옥이라는 강사가 왜 인기가 있는지, 왜 대중이 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이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본 모양입니다.
애초에 티켓팅 좌석은 조금 뒤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시 들어가 보니 바로 무대 앞 좌석이 비어있었고, 자신들도 예상치 못한 일에 기뻐 소리를 치면서 예매를 한 것입니다. 결국 제가 알고 말았지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습니다. 아직 생일은 조금 더 있어야 하고, 막상 김창옥쇼가 진행되는 날은 8월이어서 생일과는 저만치 멉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요? 딸아이들의 세심한 배려에 파도 같은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아, 참! 키워드 세 가지는 막상 듣고 나니 힘이 빠지더군요. 김창옥이라는 이름이 김장김치와 비슷한 발음(이건 솔직히 동의할 수 없었고), 티켓이 택배로 배달된다는 점, (이것 역시 억지로 꿰어 맞춘 느낌이고), 큰딸과의 연관성은 글쎄요.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그날이 바로 큰 딸아이의 임용 필기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힘들게 시험을 보고 내려온 아이를 챙겨주지 못할 것 같아 조금 망설여집니다. 딸아이는 괜찮다고 말합니다.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면 된다고 말이지요. 정말 기대됩니다. 토크쇼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TV와는 또 다른 느낌의 리얼리티가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먼 미래 저도 그런 토크쇼를 할 수 있다면……. 막연하게 꿈꿔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임상심리사 2급 실기에 합격했습니다. 사실 벼락치기로 일주일 동안 공부한 결과에 대해 큰 기대를 할 수 없었습니다. 가족들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큰 아이는 엄마가 ‘이 시험 합격하면 진짜 인정’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유동성 지능의 저하로 인해 퇴보한 암기력은 도대체 한 문제라도 제대로 풀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고, 시험 일주일 전부터 강의가 없는 날이면 스터디 카페에 가서 몰아치기 공부를 했습니다. 기출문제 위주로 풀고 운동을 하거나, 이동하는 시간에 관련 유튜브 영상을 듣고 또 들었습니다.
항상 그렇듯 막판에는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시험장을 나오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왕 하는 거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 붙으면 진짜 천운이다. 그런데 다행히 합격을 했습니다. 턱걸이 점수이기는 하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합격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격증을 발행해 냉장고에 붙여놨습니다. 남편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아이들도 남편도 연구재단 과제 선정 때보다 더 인정해 주는 듯합니다.
드디어 모든 수업을 종강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좀 더 기억에 남는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고민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쓴 『 잠들어 있는 성공 시스템을 깨워라』에서 저자가 제시한 잠재력 공식에 대해 말해 주었습니다. 저자는 20살 무렵 작은 원룸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31살이 되어 문득 20살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11년 동안 여러 일을 했는데 여전히 실업자이고 빚이 있고 작은 원룸에 혼자 살고 있는 자신을 모습을 말이지요. 그는 고민합니다. ‘도대체 현재의 나는 어떻게 만들어진 거지?’ 그러던 중 스탠퍼드 대학의 대뇌 신피질 연구결과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람은 자신의 정신능력의 2%만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단 10% 정도만 사용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리고 잠재력 공식을 만듭니다.
(IA+AA)×A = IAP
여기서 IA(Inborn Attributes)는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천부적인 성격, 타고난 정신능력입니다. 이는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AA(Acquired Attributes)는 자라면서 습득하는 지식, 기술, 능력과 같은 것으로 자기 노력에 따라,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둘의 합만으로는 인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마지막 변수로 A를 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A는 Attitude 즉 태도를 의미합니다.
태도의 질은 무제한 향상될 수 있으며 이러한 태도는 ‘의지’에 의해 컨트롤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태도는 인생에 거는 기대에 따라 결정됩니다. 좋은 일이 생긴다고 기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 다른 성취를 얻는다는 것이지요. 자기 인생에 대해 기대할지 말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대는 믿음에서 옵니다. 즉 인생에서 무엇을 진실이라고 믿느냐? 가 중요한데, 자기의 한계를 그어놓거나 그릇된 믿음은 결국 나쁜 결과로 여지없이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믿음은 바로 자아개념에 영향을 받습니다. 긍정적인 나의 모습과 행동은 스스로에게 보인 믿음이 만든 결과입니다. 자기가 믿는 만큼 변화하고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이점을 강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참을성을 지니고 따뜻하게 자신들의 잠재력을 품어보라고 말이지요. 기억에 남았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말에 우리 집 거실을 스터디 카페로 만들었습니다. 큰 아이 임용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고, 작은 아이도 기말고사와 방학 동안 수능 준비를 위한 분위기 전환입니다. 무더위를 뚫고 스터디 카페로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줄이고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입니다. 월요일 아침 새롭게 꾸민 공간에서 우리 세 모녀는 나란히 앉아 공부를 합니다. 작은 아이는 오늘 인정결을 썼거든요.
저는 독서치유 교재 감수와 성적처리를 하면서 아이들이 공부에 몰입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주려합니다. 엄마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이번 방학에 전자책과 종이책을 구상하고 실현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에게도 이런 공간과 시간이 매우 필요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이 순간이 먼 훗날 추억이 되겠지요? 그날을 생각하며 기쁘게 이 순간을 즐기려 합니다.
우리 세 모녀의 고군분투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