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변화의 시대 - 정서지능(EQ)
작은 아이는 요 며칠 동안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3학년 1학기 성적이 많이 올라 좋아했으나, 문제는 반영 과목이 적은 것입니다. 그로 인해 단위수도 적어 최종 등급이 눈에 띄게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학종으로 준비했던 과가 병합되었고, 최종 성적도 생각했던 것보다 낮아 입시전략을 다시 세워야만 합니다.
그 어느 해 보다 많은 변수가 있는 2025학년도 대입입니다. 그중 가장 큰 변수는 무전공학과 신설입니다. 아예 기존에 있던 과가 없어지거나 모집인원이 감소하는 과들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전공과들의 종합 성적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아이가 가고 싶은 학과가 병합이 된 상태에서 무전공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새롭게 생긴 전형인 만큼 분명히 틈새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기대하고 좀 더 공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생기부의 전공 특수성을 살려 기존의 병합된 학과를 지원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신설된 무전공학과는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전공에 특화한 선발이기보다 능동적이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한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다소 모호한 선발 기준을 제시합니다. 얼마만큼 기본적인 학업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융합적 능력이 있는 학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체적인 평가항목을 보면 학업역량 (탐구력), 성장역량 (자기 주도성, 창의적 문제해결력, 경험의 다양성), 공동체역량(협업과 소통능력, 나눔과 배려)의 항목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선택하기에는 그동안 학생부 종합전형을 목표로 채워진 내용들이 많이 아깝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아이는 세상을 알아가는 듯합니다. 의연하고 단단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표정을 하기도 합니다. 다행인 것은 그 옆에 든든하게 언니가 지켜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큰 아이도 임용시험 일정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와중에 동생의 대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노하우들을 전수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합니다. 본인과 성격이 많이 다른 동생이 재수 생활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이번 입시에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매는 6개의 수시카드 전략을 세우기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작은 아이 옆에 든든한 언니가 있다는 것이 말이지요. 남편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큰 아이는 조금 난이도가 높은 모의고사를 신청해 매일 풀면서 실력을 다지고 있는 중입니다. 외워야 할 것들이 많아 꾸준히 반복하는 방법밖에는 길이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본인의 체력을 유지하면서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기를 빕니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나름대로 바쁘게 보냈습니다.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절대 멀티능력을 장착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지요. 야심 차게 세운 계획들은 7월을 10여 일 남겨놓은 지금 무엇 하나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밑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속도가 많이 느립니다. 아이들이 그런 엄마를 보고 잔소리를 합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글쎄요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의문이 생깁니다.
드디어 작은 아이는 본격적인 여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3주, 이 기간은 큰 딸아이 임용시험 기간과 겹칩니다. 한 마디로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작은 아이는 9월 모의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수시지원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큰 아이는 당락이 결정되는 시험이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방학 중 공동 일과표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시간대별로 작성하고 출석부도 만들었습니다. 이런 작은 이벤트들이 작은 동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루 종일 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우리 세 모녀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감정조절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 가장 취약한 것은 엄마인 저입니다. 큰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는 감정이 몸을 지배하는 유형이라고 말이지요. 걱정 근심이 있거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기면 바로 무기력해지고 침잠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중요한 시간이 다가오면서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러한 감정조절능력은 정서지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 은 ‘정서라는 정보를 이성적으로 처리하고 조절하는 능력’이라고 정의 내립니다. 정서지능을 점수화하여 정서지능 지수(Emotional Intelligence Quotient) EQ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1990년 미국의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피터 샐로비(Peter Salovey)와 뉴 햄프셔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존 메이어(John Mayer)에 의해서 처음 발표된 개념입니다.
정서 지능은 정서의 인식과 표현 능력, 감정이입 능력, 정서 사고 촉진 능력, 정서 지식 활용 능력, 정서 조절 능력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정서조절 능력은 정서 지능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감정과 기분을 통제하는 과정은 세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라고 말이지요. 두 번째는 받아들인 감정이나 기분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내가 화를 낼 만한가?’, ‘나는 지금 얼마나 화가 나 있는가?’라는 식으로 차분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실제적인 조절과 통제를 하는 것입니다. 이때 자신만의 방법으로 통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서로 의지하면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예민한 여자아이들의 미묘한 감정들이 드러날 때도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감정조절능력을 발휘하여 부디 이 시간들을 잘 견뎌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방학 동안 교수법 특강을 신청해서 듣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챗GPT관련 수업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이제 글쓰기 교수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정말 이대로 AI가 진화한다면 대학에서 글쓰기 관련 과목이 줄어들거나 아니면 없어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막을 수 없겠지요? 정말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는 AI입니다. GPT가 처음 나올 때만 하더라도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질문 잘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대충 질문을 해도 질문자의 의도나 감정을 고려한 답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정말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더 나아가 인간보다 더 공감표현을 잘하는 능력까지 장착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GPT가 감정분석 훈련을 한 결과라고 합니다. 대학에서 살아남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그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임상심리전공을 공부했습니다. 심리학과 문학을 융합한 글을 쓰면서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글쓰기도, 상담영역도 AI와 경쟁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니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진화하고 있는 AI시대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해야만 합니다. 참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제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이럴진대, 우리 아이들의 시대는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지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이들의 이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AI와 함께 우리 아이들도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즐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변화하는 입시 정책, AI로 인해 펼쳐질 새로운 세상!
우리 세 모녀가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