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엔헤두안나 Aug 07. 2024

세 모녀의 고군분투 생존기

33화 수능 100일 전  - 글쓰기 치료

Summer School이 3주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들에게 무리한 일정이다 싶었던 운동은 엄마 혼자 하는 운동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과 사이클을 맞추어 보려 하였으나, 새벽에 일어나고 일찍 자는 습관을 고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첫 주 적응 주간이 지나고 지난주 조금씩 맞춰가는 듯했으나, 오후와 밤이 되면 제 출석부에는 X표가 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정확히 수능 100일 전입니다. 운동을 하고 돌아오자 작은 아이가 일어나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속 부담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국어학원에서 100일 기념 선물로 수능시계와 빵을 받아 온 이후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진짜 실감이 났겠지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난히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인데, 오늘은 일찍 일어나 해맑은 표정으로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능시간표에 맞추어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가 나름 계획적이라 놀라고 기특하기도 합니다.  


짧은 고3 여름방학이 이제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세 모녀의 고군분투 Summer school 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음 주 작은 아이 개학과 큰 아이 시험 일정이 끝나면 조금은 여유가 생기려나요? 오로지 제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남편을 챙기고 나면 남은 시간에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새벽 기상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새벽에는 온전히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이니까요.


저는 밀리로드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출판을 앞두고 우선 그동안 블로그에 써놓았던 글을 다시 첨삭과 재구성을 하면서 정리하는 중입니다. 출판사에 apply 하기 전에 원고를 어느 정도 마무리 해놓자 하는 것이 목표여서 마음이 조급합니다. 그러다 보니 쓰겠다고 계획한 논문은 손도 못 대고 말았습니다. 일단 원고 마무리가 어느 정도 되고 아이들 일정이 마무리되면 논문 쓰기에 몰입해야 할 듯합니다.


마음을 조금 여유롭게 가지려 합니다. 의뢰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을 경우 마상(마음에 상처)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단한 예술작품을 쓰는 것이 아니라면 조금은 강박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1부 마무리를 앞두고 2부 내용이 2018년도에 나온 어느 작가의 책 내용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서 작업을 하다 잠시 멈추었습니다. 문체나 구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기획이 같아 이렇게 구성하는 것이 맞을지 자신이 없어집니다.


또 얼마 전 온라인 매거진 롱블랙과 김영하 작가 사이에서 일어난 표절시비도 글쓰기를 두렵게 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롱블랙이 멤버십 회원에게 발송한 메일 내용 중 아래 두 문장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인생의 난제가 풀리지 않을 때면 달아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일 겁니다.”  


이것이 김영하 작가가 《여행의 이유》에서 쓴 다음 문장과 겹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

“인생의 난제들이 포위하고 위협할 때면 언제나 달아났다”


인생/난제/여행/이유라는 키워드는 여행의 이유를 생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보편적인 사유일 수도 있으나, 사실 표현면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표절에 관한 내용은 그동안 꾸준히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사실 논문을 쓰면서 인용의 중요성은 익히 알고 있고, 그래서 많이 조심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쓴 글이 온전히 나의 머리에서 나온 내용이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난무하는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온전한 나만의 문장과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자꾸 자기 확신이 없어집니다. 글을 쓰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이야기지요.


이러한 난제(?)에도 불구하고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을 왜 하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글쎄요? 해답을 내놓지 못하지만, 명확한 것은 내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일을 이제 멈출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 숙명과도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고 할까요? 글을 쓰는 과정은 저에게 치유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현대 병리적 사회현상의 대안으로 상담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구체적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글쓰기 치료(Writing Therapy)에 대한 관심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글쓰기가 갖는 효과는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고 통합하여 자기 성찰을 얻는 것입니다. 이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통제함으로써 자기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글쓰기를 통해 털어놓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입증되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제임스 페니베이커(James W. Pennebaker)는 50여 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사건들에 대해 글쓰기를 하고 난 6주 뒤 면역기능이 향상되어 건강센터를 방문한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생리적으로 피부 전도성이나 심장박동, 혈압, 면역지표 등을 향상했으며 심리적으로는 안녕감, 적응 수준, 기분상태를 나아지게 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지요.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을 향상해 성적 향상을 가져왔으며, 일상생활에서도 대인관계의 양과 질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글쓰기치료의 개념을 다시 정리하면 정신적․신체적․정서적․영적 건강과 복지를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하는 반성적 글쓰기 (reflective writing)를 의미합니다. 즉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 상황에 집중하고 그 문제들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발견을 위한 수단으로 글쓰기가 매우 효과적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보려 합니다. 이러한 망설임이 표현 욕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안 이상 좀 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드디어 악뮤 아빠 성근이와 연락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단톡방을 만들어 다른 친구 한 명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한 친구가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과거의 흔적이 마중물이 되어 30여 년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추억놀이를 했습니다. 우리 셋은 당시 함께 어울렸던 친구 영남이를 그리워합니다. 참고로 이 친구 여자친구입니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성근이가 그랬듯 혹시 이 글을 쓴다면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지? 영남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연락해 줘!


아이들이 옆에서 남사친이 있는 엄마를 부러워합니다. 회포는 만나서 풀기로 했습니다. 세월을 고스란히 맞은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 당황하고 어색해하기도 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했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니 조금 설렙니다. 친구가 너무 놀라지 않도록 오늘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공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오랜 친구와의 만남을 생각하며 기분 좋은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일주일 남은 세 모녀의 고군분투 Summer School이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세 모녀의 고군분투 생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