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금요일 수영복 입는 것도 운동이다.
처음 수영장을 간 날은 큰 결심을 한 날이다.
주차하는 것부터 입구로 들어가 한 달 사용권을 결제하기까지...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다.
한동안 안 했던 일은 새로 하려니 처음처럼 낯설고 왠지 어설프다.
50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나이 먹어가는 내 몸과 느린 대응의 변화에 낯설어 '왜 이러지? 왜 이러지?' 그랬다.
그러면서 '나 원래 좀 느렸어. 괜찮아 괜찮아... 아니야 이 정도는 아니야'
스스로 위로를 하다가도 현실을 직시한다.
확실히 반응속도도 느려지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좀 더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전날 어떤 자세로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무릎과 허리의 진통 정도가 달라지기 시작하고.
처음엔 좀 쉬면 괜찮아지더니 좀 쉬는 게 아니라 많이 많이 쉬어도 해결이 안 되는 몸이 되었다.
내 몸이 변했다는 것을 부정하면서 몸을 썼더니 문제가 터진 거다.
그러니 낯선 수영장이라는 곳에 발을 디밀었는데.
원래 내가 수영은 좀 좋아했다.
벗고 입기 번거로운 운동이라 자주 할 수 없어 돈과 시간을 아끼는 산책이라는 걸 했고 그러다가 동네 면사무소 헬스장에서 달에 만원 사용료를 내고 해 봤는데 한 석 달 하고 그만했다.
그렇게 결심하고 들어선 수영장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회원카드를 주면 락커키를 준다.
하필 첫날부터 라커키를 실수로 주지 않고 "들어가시면 돼요"
남 여 들어가는 입구는 그때와 비슷했지만 잘못 남자 쪽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예전 웃기고 슬픈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에 정신을 잘 차려야 한다.
들어와 보니 목욕탕 같은 시스템은 같고 예전처럼 라커가 부족하면 가운데 바구니에 넣게 되어있다.
키가 없어 '어디다 옷을 놓지?' 하고 두리번거리며 내 속으로 빨리 답을 찾으라는 재촉이 시작되었다.
옆에 아줌마가 와서 라커를 연다.
"이거 어디서 받아요?"
바로 궁금하면 묻는다. 이게 나이 들면서 생긴 능력이랄까?
낯선 이에게 말 잘 안 거는데... 나이 들면서 이 기능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카운터에서 안 줬어요?
회원카드 주면 키 줘야 하는데... 안 줬나 보네."
주변 아줌마들이 한 마디씩 정보를 준다.
"아 네에"
카운터에서 키 달라하니 '제가 안 줬어요?' 그런다.
'네에..'
난 다 이해한다. 카운터에 계신 아줌마도 그럴 정도의 나이이다.
'그럴 수도 있지.'
처음인 내가 어리바리 라 미처 캐치를 못한 거라.
몸을 씻고 풀에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다.
몸을 씻고 새로 산 수영복을 입는데 집에서는 마른 상태에서 입어봐서 손쉽게 입었는데 젖은 수영복을 입으려니 돌돌 말려서 입는 것부터 수월하지가 않다.
게다가 가랑이가 남사스러워 3부? 원피스 수영복으로 샀더니 사타구니에서 달라붙어서 잘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겨우 팔까지 끌어올려 어깨 부분을 팔에 일단 걸었더니 등이랑 겨드랑이 살이 돌돌 말린 수영복 밖으로 삐지고 나온다. 돌돌 말린 수영복 어깨끈과 살이 들러붙어서 말린 수영복과 다리에 붙은 수영복 중 어디를 먼저 해결해야 할지 사방을 펴느라 머릿속이 꼬이기 시작했다.
심호흡을 하고 속으로
'천천히 천천히'
살을 밀고 비비 꼬인 수영복을 다리부터 해결하고 어깨에 말린 수영복을 피고 모자를 쓰고 나니 힘이 빠졌다.
수영복 입는데만 쓴 에너지가 좀 될 거 같은 느낌이다.
수영은 수영복 입는 것부터 운동이다.
예전엔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