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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석 Nov 01. 2024

이 시대, 재택근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팬데믹은 기존 업무방식의 벽을 깬 위기이자 기회였다


얼마 전 업무경험 혁신을 위한 공간 컨설팅을 진행하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재택근무는 왜 해야 하는 거죠?

세계적인 트렌드가 그래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재택근무의 필요성에 대한 가장 본질적이고도 기본적인 의문입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경험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고민하고 실행했을까요?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하는 방식 또한 마찬가지죠.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급히 재택근무를 실행했습니다. 이는 재택근무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아닌, 팬데믹의 위험을 최소화해야한다는 당면 과제에 기인한 변화였습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 원격근무 체제가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유지될 것인지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상당수가 재택근무는 또 하나의 뉴노멀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누구도 예견치 못했던 팬데믹. 때문에 급하게 재택근무를 실행하며 많은 기업들이 우왕좌왕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또 팬데믹과 같은 제어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됐죠.


때문에 평소 재택근무에 자연스럽게 적응해야 다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변화 보다는 자신이 충분히 적응된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니까요.


2. 재택근무의 장점을 경험한 이들이 이를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출퇴근 지옥에서 탈출나고, 자녀를 둔 사람들은 아이들을 좀 더 수월하게 돌볼 수 있었습니다.


불필요해 보이는 빈번한 회의가 줄어들고, 상급자들의 숨막히는 감시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좀 더 자율적으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상당 수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을 한 이들이 팬데믹 후 다시 회사로 돌아오라는 지침에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입니다. 실제로 팬데믹 후 재택근무를 축소하면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이들도 많았고, 국내에서도 몇몇 IT 기업에서 재택근무 축소를 두고 노사 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유지와 사무실 전면 복귀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기업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주로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쪽은 인재 확보 및 유지와 브랜딩 측면에서, 사무실 복귀를 선언한 쪽은 당연히 일은 사무실에서 이뤄진다는 기본 전제를 실행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후자쪽의 비중이 컸는데요. 재택근무는 팬데믹 상황에서의 비상 조치일 뿐이라는 인식이 컸던 것이죠.


재택근무는 업무방식의 엄청난 혁신입니다. 너무 큰 혁신이라서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죠. 그러던 중 본의 아니게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그런 혁신을 경험할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를 통한 업무경험 혁신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제대로 분석한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당연하다는 듯 사무실 복귀를 선택한 쪽은 물론이고, 재택근무를 유지하기로한 쪽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기껏해야 재택근무를 아직도 원하는가,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정도를 직원 설문으로 파악하는 정도에 그쳤죠.


앞서 언급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들 중 첫번째는 어느새 잊힌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관점일뿐, 실제 재택근무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느냐 하는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 두번째는 어떨까요? 단순히 직원들이 집에 있고 싶어 한다는 것 만으로 재택근무라는 일하는 방식의 엄청난 혁신을 실행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 재택근무를 경험해볼 수 있었던 만큼 그 경험이 우리에게 도움이 됐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냉정한 평가 후 재택근무 실행 여부와 방식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서 도움과 부작용에 대한 판단이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업무 능률(개인 몰입도는 물론, 협업까지)이 저하되지는 않았는지, 직원들에게 회사 안에서만 근무하던 때에 비해 창의성과 자율성 등 업무 실적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는지, 직무만족도나 워라밸 수준이 향상됐는지, 조직에 대한 애착에는 이상이 없는지 등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면밀히,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결국 우리에게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필요한지 판단하고, 구성원과 협의를 통해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재택근무로 대표되는 원격근무의 도입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며, 기업들이 단기적 관점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던 선택지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시작된 경험치를 토대로 궁극적으로 고민해야할 일하는 방식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원격근무의 가장 큰 의미는 업무경험 혁신에 있습니다. 때문에 업무 속도나 몰입도와 같은 직접적인 업무 수행 지표는 재택근무를 통해 향상되어야할 것이 아니라,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업무 능률을 유지하면서 고정적인 사무실 업무에 비해 다른 부가적인 효과들을 높일 수 있다면 종합적으로는 충분히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처럼 서로 부딪칠 수 있는 가치들을 어떤 것은 부족해지거나 제자리에 있더라도 어떤 것이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면, 또는 기대할 수 있다면 각각의 플러스, 마이너스를 비교해가며 우선순위를 정해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이제 팬데믹은 끝나고, 엔데믹이라는 말조차 지나간 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우리는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렇다면 재택근무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재택근무는 어떤 장단점이 있으며,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어떻게 최소화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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