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못한 편지

2022년 1월 #2

by 올디너리페이퍼

최근 세 개 메일을 읽지 않으셔서 그마저 하지 못할 만큼 많이 지치고 정신이 없나 보다 했습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꾸준함 밖에 없어서 할 수 있는 만큼, 하던 대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받지 못하셨다니.

우리 사이에 그런 부족한 이해(이 정도로 오해라고 할 순 없잖아요)가 있었나 봅니다.

역시, 말을 해야 알 수 있습니다.

알겠거니, 이해하겠거니 혼자 생각하지 말고 정말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입 밖으로 꺼내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변화를 도모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기 위해서는 현재 나의 상태를 알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든 현재의 상태를 인식하고 있으니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노력을 해서든 주변에 의해서든. 그렇지 않을까요.

저는 1월 3일을 맞아 업무적으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은 아니지만 분명 새로운이지요. 걱정과 두려움도 있지만 동시에 설렘이 있습니다. 조심스러움도 있지만 동시에 가져가고 싶은 믿음이 있습니다.(악! 믿음이 깨지면 어떡하지요) 그냥 저의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또 아주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그들도 저도.


며칠 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피아졸라의 탱고를 첼로와 피아노로 연주한 음반을 계속해서, 계속해서 반복해 듣고 있습니다. 질리지 않네요. 그냥 마음의 묵직한 평온을 주는 느낌입니다. 평온이지만 밝은 평온만은 아닌데... 슬픔도 있고, 우울함도 있고, 그래서 묵직하지만 동시에 실낱같은 빛도 함께 느껴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신기하지요. 선율과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를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 그래서 음악은 참 훌륭한 도구...이자 환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주부터 갑자기 두 편의 드라마에 빠졌는데, "그 해 우리는"과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입니다.

"그 해 우리는"은 지지난주에 유튜브 짤 몇 개를 보고 빠져서 화요일에 본방을 봤습니다. 소소하고 귀염귀염한 것이, 이 나이에 이런 걸 보고 설레나... 하면서 문득 일본 기혼중년여성들이 한류, 아이돌, 다카라즈카 배우들의 주요 팬층이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이미 이 땅의 중년여성이 되어버렸습니다. 아, 꿈에서라도 상상을 했을까요. 저 자신이 중년이 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중년에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아이도, 남편도, 집도... 다행히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직장이라도 있네요. 덕분에 대출로 밤마다 이 몸을 뉘일 수 있는 곳을 잠시 갖고 있네요.

한편 "지헤중"이라고 불리는 드라마는 지난 목요일에 처음 유튜브 몇 개를 보고 빠졌는데 토요일이 마지막 방송이라서 본방사수를 했습니다. 고작 마지막 회. 이건 좀 더 동일시가 가능한 배역과 환경인데, 엄청 일 잘하는 멋진 리더인 여자, 친구들과 멋진 연하남이라는 맥락에 있어서 역시나 바라보기만 하는 드라마임에는 다름이 없습니다.

둘 다 방송국 온에어로 봤습니다. 문득, 어느 배우의 소속사 대표님께서 드라마 방송 시작하고 나서 저에게 방송 봤냐고 물으시는데, 대뜸 텔레비전이 없어서요,라고 대답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제 대답을 들은 그분의 반응이 약간 미묘했는데, 지금은 그분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이 몇 권 있는데, 가까이 있는 것은 손에 들 만큼의 마음은 아니고, 또한 인터넷창을 열어 새 책을 주문할 만큼의 마음 또한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휴대폰을 들고 유튜브만 휘릭휘릭 넘기고 있습니다. 정작 흥미로운 것은 눈에 띄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라도 저에게 휴식을, 뇌가 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믿을만한 소식통은 아니고 제 친구 썰입니다만, 저는 언제나처럼 이 말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습니다. 괜찮다고. 생산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멍 때려도 된다고, 무의미해도 된다고.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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