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
밝기만 한, 즐겁기만 한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가 지났습니다. 애써 즐거움을 찾고, 부러 이벤트를 만들어야 하는 걸 보면 실은 즐겁기만 하다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순간이나마 찾으려 노력하면 찾아진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지난주 아니 지지난주였나, 끔찍한 꿈을 꿨습니다. 사촌이 입원해 있어 병문안을 갔는데, 중환자실에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고통스러워 온몸을, 손가락과 발가락 끝까지 비틀고 허우적대면서 말이 아닌 어떤 괴성을 질러대는데 그 소리 또한 어눌하기가 그지없었습니다. 잠에서 깨고 나서도 그 모습이 너무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괴로웠는데, 하루이틀 지나고 나서 사촌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호문쿨루스와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파우스트 엔딩>에 나왔던 캐릭터요. 왜 그랬을까요... 왜 갑자기 그 캐릭터가 제 꿈에 등장했을까요.
그러고 나서 갑자기 환자, 본인의 몸을 의지대로 할 수 없고 의사표현도 할 수 없는 중증환자(라 인식되는 사람)를 그 캐릭터와 같은 모습으로 떠올렸다는 사실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그 캐릭터는 인형이었는데... 환자를 그런 괴물로 보는 것인가, 아니면 환자는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존재로 보는 것인가, 내 잠재의식이...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무대에서 본 적이 있는 캐릭터로 연결을 해서인지, 꿈속 그 모습이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있습니다. 얼른 지우고 싶어요.
날이 너무 춥습니다. '미세미세'를 열면 새파란 스마일이 반겨주어 반갑기는 한데, 와- 바깥공기는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1, 2월이 워낙 춥다는 말에 올 12월까지는 패딩을 꺼내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지내는 중인데, 그제부터 오늘까지 마음이 흔들흔들... 했지만 지켰습니다.
아, 크리스마스 때 "돈 룩 업"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넷플릭스를 이용하신다면, 그리고 시간이 있다면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재난정치영웅코미디드라마? 어떤 장르로 정의 내려얄지 잘 모르겠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재미있게 흘러가는데, 그 안에 많은 이슈를 연결해 볼 수 있는 인물과 상황들이 있습니다.
흐름도 그랬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엔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엔딩이 달라졌다면, 아마도 중간의 흥미로움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연은 물론 드라마도 영화도 대부분 개인취향인지라 추천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는 한 번쯤 권해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ㅎ 아주아주 오랜만에 넷플릭스 로그인해서 작정하고 영화를 봤네요.
이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는 새해인사를 합니다. 아마도... 내년 1월 말, 2월 초 구정설이 지날 때까지 그런 인사를 주고받겠지요. 2021년이 정말 순삭 해버렸는데, 2022년은 얼마나 어떻게 순삭 해버릴지 모르겠네요.
가끔 생각합니다. 정말 내 인생을, 시간을 이렇게 하루하루 지워버리듯이 1년씩 보내버려도 되는 것인지. 왜 답이 안 찾아질까요?
2021년의 마지막 주가 시작하고 종무식이 있는데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라는 것이,
일요일에 공연을 하나 끝내고,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에 다시 공연을 하나 끝낸다는 것이,
많은 끝 속에서 다시 많은 시작을 위해 준비하고 달려야 한다는 것이
다소 숨 가쁜데...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다른 이들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잘 되던 무언가가, 갑자기 잘못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바로잡을 수 있는 시점이 지나가버린 것처럼 느껴집니다.
뭘까요... 그래도, 일단은...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