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3 젤라또 그리고 커피의 나라

로마

by 올디너리페이퍼

이탈리아 입성과 여행의 시작을 위해 잠깐 들른 로마Rome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그만큼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떼르미니역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서쪽 지역을 선택해 숙소를 골랐다. 수없이 많은 숙소 중 찍었는데 결과는 대만족. 지역을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로마 시내에 대한 감이 없기 때문에 두어 개 블로그 검색의 결과이자 동시에 운이었다. 여행을 하던 중 우리나라 블로거들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찐으로 느꼈는데, 정말 많은 글들이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사실 여행 중 숙소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깔끔하고 편안한 잠자리가 점점 중요해지는 요소인 건 분명하다.(그 다음엔 위치, 조식이 훌륭하면 더 좋고. 아... 생각하다 보니 나이 들수록 숙소가 여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기도...) 여행지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숙소 체크인. 이때 만나는 환경과 사람으로 발 디딘 여행지의 첫인상은 물론 내 여행이 안정적으로 시작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실 기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정작 가장 먼저 가는 로마의 숙소를 상당히 나중에 예약했는데, 이동 동선을 짜는데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와 기차로 이동하면서 무엇이 있는지, 어떤 자연인지, 그래서 어디를 갈지를 찾아보고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초반의 설렘과 에너지를 소진하기에 충분했다. 되돌아보면, 짧은 준비 기간 중 초반에는 열심히 검색하고 유튜브를 시청했지만 정작 여행을 바로 앞두고는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했고 심지어 저장해 뒀던 기억이나 이미지 마저 희미해지고 있었다.

숙소 창에서 보이는 곳인데, 유적지이지만 오히려 나른하게 쉬고 있는 길냥이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

나태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여행인데, 심지어 역사와 이야기와 먹거리가 담뿍담뿍 담겨 있다는 이탈리아, 그것도 로마인데...

어쩔 수 없다, 나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반드시 봐야 하거나, 가야 하는 곳보다는

그저 끌리는 곳에 가거나, 내가 있는 곳을 즐기는 것.

그래서 때로는(어쩌면 꽤 많이?!) 명소들을 놓치기도 하지만 말이다.







3대 커피와 젤라또를 영접하기 위해 걷다가 마주친 판테온은 거대하다는 짧은 감탄과 함께

출국을 위해 다시 로마로 돌아왔을 때 시간 되면 안에 들어가 돔은 구경을 해야겠구나... 생각하고,

시차적응 안된 김에 사람 없는 새벽 시간에 찾아갔던 트레비 분수에서는

다시 올 거라는 바람과 믿음으로 동전 던지기도 하지 않은 채

사람 없는 틈에 온갖 포즈와 의상으로 (유튜브나 인스타 용으로 짐작되는) 촬영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새벽 산책 중 만난 조국의 계단은 공사로 잔디밭이 없어 아쉽네,

바티칸은 그래도 가이드 투어를 한 번 할까, 출국길에 할까 하다가 나중에 하자,

콜로세움 가는 길에 저기가 포로 로마로다, 하고 지나가는... 이런 식!

하지만 이번에는 먹거리에 진심인 친구와의 동행 덕분에 끼니마다 사전 검색으로 선별된 곳을 찾아가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완벽한 의존이었다. 식도락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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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3월 사람이 적당히(?) 있는 판테온. 4월의 판테온은 상상초월/ 걷다가 만난 미네르바 성당/ 이른 아침, 어디서 왔냐고 묻더니 예쁜 카푸치노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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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린 새벽, 거리엔 사람들이 없었는데 물소리를 따라가니 트레비분수와 사람들이 있다/ 제국의 계단 앞은 공사중이라 황량, 사람은 없고 계단 위에는 보초병이 외롭게 서 있다


하지만, 콜로세움은 예약을 했는데 잘 찾아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노고를 짐작 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사이즈에 이게 몇 층이고 어디서 누가 경기를 봤겠구나,

지하에 엘리베이터 시설이 있었다던데 저런 공간들이 있구나,

가장 상층에 저 구멍이 나무를 꽂아 천막을 펼쳤던 거구나, 이렇게 큰데 그 시절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담,

이 넓은 곳에 물을 채웠다 뺐다 했다니... 모두 그나마 남아 있는 유튜브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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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대했던 것은 커피.

커피 부심 있는 이탈리아라 1일 3 젤라또가 아니라 1일 3 커피를 작정했는데, 도착 첫날부터 찾아간 3대 커피는 다소 기대에서 빗나가 있었다.

휘리릭 내려주는 에스프레소는 다크로스팅에 어떠한 향과 쌉쌀함을 넘어선 씁쓸한 맛이었다. 물론 이탈리아 사람들은 바로 이 씁쓸한 커피맛을 즐긴다는 것을 풍문으로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게다가 3대 커피집 중에는 타이틀 때문인지 가격도 다른 곳들 대비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도 있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나라 카페에서는 드립 커피가 아니더라도 에스프레소 머신 관리는 물론이고 추출 전 바스켓 닦기부터 원두 분쇄, 레벨 맞추기, 탬핑, 에스프레소를 내리기까지 어느 하나에 정성을 쏟지 않는 과정이 없다는 것을. 커피 한 잔에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을 보면 가끔 뭘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로마에서는 앞서 내린 바스켓을 닦지도 않고 다음 잔을 내리는 모습을 본 이후 아... 싶었다.

크레마가 두텁게 쌓인 에스프레소를 위해서는 다크로스팅이어야 한다지만, 풍부한 산미를 보다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탈리아의 커피는 취향에 맞지 않았는데 다만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만족스러웠다.(나중에 고속도로에서 기대 없이 마신 커피나 작은 마을에서 만난 커피가 오히려 더 맛있었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비 꽤나 저렴한 가격에 1일 3-4 커피 정도는 기꺼이, 그리고 습관적으로 돈을 할애했다. 당연히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적절히 배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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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묘미는 자고로 오며가며 하는 골목구경, 사람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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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의 컬러의 건물들은 물론 심지어 벽의 낙서와 빨랫줄 마저 놓치고 싶지 않은 예쁜 풍경이다


그리고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어디서든 놓칠 수 없는 석양.

왜 많은 여행지를 소개할 때 석양을 볼 수 있는 스폿은 항상 소개가 되며,

많은 사랑 고백은 석양 지는 언덕에서 이루어질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뜨는 해 만큼이나 지는 해와 그 풍경은 황홀함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가끔 로맨틱 두어 스푼에 유쾌함까지도. 이곳의 사람들은 핀초 언덕에 모여 석양과 도시를 느끼며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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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은 꼭 한 번은 봐줘야 하는 장면이다. 높은 건물이 없는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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