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건 자유지만... 신중하게 신청할 것.
공무원이 되니 삶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고, 경쟁과 결과가 최고의 가치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아아. 그래. 좋다. 좋아. 훌륭하다.
자. 이번엔 진짜 와닿는 얘기. 공무원 되어서 무엇이 좋아졌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 유일하게 큰 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피부로 와닿는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2021년 10월 기준 국가공무원 휴직 제도>
휴직 종류가 많기도 한데, 전쟁이 났을 때의 휴직, 군대에 가야 할 경우의 휴직 등은 알아서 보시고. 가장 매력적인 휴직 종류에 대해 알아보겠다.
1. 육아 휴직
너무 유명하니까 짧게 쓰겠다. 기업과 휴직 기간만 다를 뿐 나머지 것은 모두 동일하다. 만 8세 이하 거나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이면 3년 이내로 쉴 수 있다. 엄마나 아빠, 똑같은 조건으로 쓸 수 있다. 아이 1명당 1년까지 휴직수당을 주는데 3개월까지는 봉급의 80%(150만 원 한도), 4개월부터 1년까지는 봉급의 40%(100만 원 한도)를 지급한다. 휴직 기간 동안 수당을 모두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월 수당 중에서 25%를 떼었다가 복직 후 6개월 뒤에 복직합산금이라고 해서 정산해서 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2. 질병 휴직
몸이 아프면 쉴 수 있다. 휴직 전에 병가를 먼저 쓸 수 있는데 병가는 보통 연 60일 이내로 사용할 수 있고, 공무상의 이유라면 180일을 쓸 수 있다. 그래도 몸이 낫지 않고 계속 아프면 휴직 신청을 할 수 있다. 물론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일정 비율의 봉급도 지불한다. 병가는 휴가 개념이므로 봉급 전액이 나오고, 휴직이 시작되었으면 일반적인 경우라면 봉급의 70%, 공무상의 이유라면 100%가 지급된다.
사람이 아플 때 생계가 걱정되면 시름이 더 깊어질 것 아닌가. 국가는 시간과 돈을 주고 빨리 낫기를 기다려준다. 내가 아는 공무원은 허리 디스크 때문에 한참을 고생했는데 결국 질병휴직에 들어가서 수술을 하고 치료를 받으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아무리 보호대를 차고 다녀도 잘 낫지 않았는데 쉬니까 차도가 보였다. 역시 쉬어야 낫는다. 의사도 쉬면서 재활에 집중하는 것만이 약이라고 했다.
3. 간병 휴직
내가 아플 때뿐만 아니라 부모님이나 가족이 아플 때에도 휴직할 수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아픈 사람을 간호한다는 건 어려운 일 아닌가. 간병인을 두기도 여의치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면 3년간 휴직할 수 있다. 부모님이 괜찮아지실 때까지, 배우자가 나을 때까지. 마음을 다해서 간호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부모님이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었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간병 휴직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지막까지 곁에서 잘 보살펴 드린 다음에 잘 보내드리고 복직을 하면 된다. 본인은 물론 가족이 아파도 힘들긴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직장 문제라도 고민이 덜 할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
4. 자기계발 휴직과 유학 휴직.
공부를 더 하거나 유학을 가고 싶어도 쉴 수 있다. 자기계발 휴직은 1년 이내이기 때문에, 대학원 기간 전체에 대해 휴직할 순 없고, 대부분 논문을 써야 할 때 1년간 휴직하고 집중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대학에서 공부를 할 경우엔 봉급의 50%가 지급된다. 정규 대학이라면 어학연수도 포함된다. 외국 대학 등록금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보조가 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것이다. 물론, 청원휴직이므로 기관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고 휴직 중에는 휴직의 목표에 맞게 학업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5. 배우자 동반 휴직
배우자가 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가거나 주재원으로 떠날 경우에도 함께 나갈 수 있다. 최대 5년까지 가능하므로 아이들 학년 등을 고려해서 귀국 시점을 전략적으로 맞출 수도 있다. 5년간 해외 생활을 하고 돌아오면 국제부서로 발령받을 확률도 높고, 외국어가 되는 경우엔 경쟁력을 가진 공무원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국제 감각을 느끼고 왔을 테므로.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해외 경험도 쌓고, 돌아와서 다시 직장도 다니고.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나.
공무원이 되면 이렇게 많은 휴직 제도를 이용할 수 있고, 사용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단, 내가 육아휴직을 2년 7개월 쓰고 느꼈던 것처럼, 감수해야 할 부분을 꼭 염두에 두길 바란다.
1. 공무원 연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복직할 때 돈이 필요하다는 것.
2. 승진에서 밀린다는 것.
3. 엉뚱한 부서로 갈 수 있다는 것.
대기업에서 공무원으로 이직했으니 휴직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남는 것이다...라고 생각이 들긴 하는데 솔직히 생활비 걱정에, 승진과 복직 후의 삶 등 생각할 것이 많아서 못쓰겠다. 육아휴직을 오래 하고 왔더니 더 그렇다. 그래도 이러한 휴직 제도는 아직까지 공무원만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인 만큼, 많은 공무원들이 사용해서 휴직 문화가 일반 기업으로도 전파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 같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퇴직 전까지 휴직을 하나 더 써보는 게 나의 목표다. 그때까지 얼른얼른 돈을 모으고 준비해야지. 자자. 일어나 출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