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묘 일기 10- 잘 먹는 고양이
10.1.아기 고양이 쭙쭙이의 식탐
며칠 전 쭙쭙이가 똥을 너무 안 싸서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이제 우유를 끊고, 사료를 먹어야 한다 하셨다. 사료를 먹어야 하는 위장으로 자랐는데, 우유만 주고 있으니 당연히 똥을 안 싸는 거라고 하셨다. 이가 제법 많이 났는데 , 이제 사료도 간식도 먹을 수 있다 하셨다. 생일 40일에서 50일정도 되어 보인다고 하셨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키튼이라 써 있는 적당한 사료를 샀다. (솔직히 제일 저렴한 것을 샀다.....)
맛있는 건 기똥차게 아는 쭙쭙이 인 터라, 사람이 먹는 치킨과 뚱띠의 츄르에 기를 쓰고 달려든다. 사료도 그렇게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식탐대마왕의 쭙쭙이가 사료를 마다 하는것이 아닌가..손에 올려 주면 겨우 먹는 둥 마는 둥 목숨을 부지할 정도만 먹었다. 맛있는 멸치도 섞어 주었는데도 말이다... 접시에 있는 건 진짜 입도 대지 않는다... (그런데 캔은 접시에 두어도 잘만 먹더라...) .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께 또 달려가서 여쭤보니 그냥 굶기라고 하셨다.. 그래도 안타까워 자꾸 우유를 주게 되었는데..... 그런데 며칠 후 말끔히 해결이 되었다.....
1주일 후, 너무 밥을 안 먹는 쭙쭙이가 걱정되어, 동물병원에 또 데리고 갔다. 아주 단골 고객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맛있는 사료를 주시겠다며 이거는 먹을 거라고 3만 3천원 짜리 로얄캐닌을 주셨다. 집에와서 로얄캐닌을 불려서 주니 게눈 감추듯 해 치웠다. 그동안 맛이 없어 사료를 먹지 않았던 것 인가보다.... 비싼거라 맛있는 걸까...? 그런데 의사선생님은 이거 맛있는 거 어떻게 아셨을까...? 혹시 드셔보셨을까.?
멸치를 섞어 주었는데도 본 척도 안하는 쭙쭙이 .. 네..이건 저렴한 사료다.... 네 ....
뚱띠가 먹는 간식을 너무 탐내서 주어 보았더니 너무 잘 먹는다.. 그런데 이렇게 아가에게는 이런 간식 주면 안 좋다고 한다 10.2 물맛도 다 달라
고양이도 물 맛에 대한 취향이 있나보다. 부모님댁의 고양이들의 경우,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무리가 있고, 떠다놓은 수돗물만 먹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집의 뚱띠는 정수기로 거른 물만 먹고, 얼음물 동동 띄워주면 더 좋아한다. 내가 얼음 먹으려고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면 달라고 애오애오 하면서 비빈다. 내가 먹는 물 발로 콕 찝어 먹는건 예삿일이다.
덕분에 내가 먹는 물컵은 언제나 뚜껑으로 덮혀 있다. 언제 똥 모래 덮던 발로 콕 찍어 먹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놈의 고양이들이 물감 푼 물도 좋아한다. 색깔도 뿌옅고 맛도 이상할 것 같은데 뚱띠도 쭙쭙이도 시시틈틈 먹으려 노리고 있다. 깨끗한 물 계속 챙겨 주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간이 딱 맞나?
뚱띠
뚱띠도 쭙쭙이도 물감 푼 물을 좋아합니다. 10.3. 식탐 대 마왕 쭙쭙이
사료만 먹으면 물리지 않을까? 우리는 끼니마다 바꿔먹으면서 고양이는 맨날 사료만 주면 질리지 않을까?
그래서 평소에 캔도 주고, 츄르도 주고, 닭가슴살도 주고, 사료도 여러가지로 바꾸어 준다. 나는 이렇게 여러가지를 먹으며 사는데 사료만 주기가 미안해서 이다. 야생에서는 개구리도 먹고 쥐도 먹고 새도 먹을텐데....그래서 자꾸 맛있는 걸 주게 된다. 그러나 쭙쭙이의 식탐은 끝이 없다. 식탁에 고기반찬이나 해물류가 올라올 수록 쭙쭙이는 선을 넘는다. 잠시만 딴짓을 하고 앞발로 훽 인간의 반찬을 채간다. 방심하면 안된다. 치킨을 몰래 물고가다 걸린 적도 있고, 찐감자도 맛있게 먹는다. 흰밥도 고개를 쳐박고 먹는다. 빵도 신나게 먹는다. 이렇게 먹어대는데 살이 안 찌는게 신기하다.
*이 글은 브런치북 공모를 위해 기존의 글을 수정, 보완한 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