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③ 미래] 다 좋은데 왜 하나만 고르라고 해?

브랜드 오너 하드: 회사를 나가면 정말 다른 사람이 될까?

by 코코넛 노무사




*솔직한 인터뷰와 아직 첫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회사와 인물명은 닉네임으로 대체합니다*









코코넛: 미래의 너로 넘어갈 거야. 미래의 네가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 아니면 지금과는 달라졌으면 좋겠어?

하드: 지금과 같아질래. 지금이 제일 평안해.



코코넛: 사업을 계속하는 데 있어서 지금 제일 걱정되는 건 뭐야? 물가, 인건비, 너의 감각, 체력. 이런 것 중에서.

하드: 감각. 감각이다. 감각과 매출.



코코넛: 반대로 제일 기대되는 거는?

하드: A는 새로 리뉴얼을 했으니까, 그리고 원래 입점한 데가 되게 많았는데 다 줄였단 말이야. 그래서 좀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하는데 이 전략이 잘 먹힐지 좀 기대되고. 그리고 F는 지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매출이나 팔로워가 빨리 늘고 있거든. 그래서 얼마나 잘 될지가 기대돼. 재밌을 거 같아.



코코넛: 이걸 걱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기대라고 하는 거 보니까 너 정말 긍정적이다.

하드: 애초에 좀 기질적으로 좀 그런 것 같아.



코코넛: 최근 결혼도 하고, 독립도 하고, 반려견도 입양하면서 정말 많은 새로운 경험을 했잖아. 이 과정을 겪으면서, 새로 진입하고 싶은 시장이나 공략하고 싶은 고객이 생기거나 그런 게 있어?

하드: 그래서 F를 하게 된 것 같아. 원래도 가방이랑 파우치 같은 걸 좋아하는데 A에서 일을 하면서 공장을 알게 된 거야. 그래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랑 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라고 해야 하나 좀 거창하지만, 그런 게 생겼다 보니까 안 할 이유가 없잖아.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걸 내가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하게 됐어.



코코넛: 그러면 이건 최근 경험보다는 사업하면서 너의 역량이 생기니까 시작한 거네?

하드: 그치그치. 아무것도 없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A 일로 지방 팝업에 갔었는데, 거기서 어떤 분이 패브릭으로 양말, 가방, 주방 장갑, 앞치마 같은 걸 팔고 계셨어요. 되게 좋고 재미있어 보여서 호감이 생겼죠. 그때 동생과 이야기하다가 ‘여기에 맡겨볼까?’ 하게 되었고,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게 지속성인 것 같아요. 공장을 찾았는데 접근성도 좋고, 같이 일하는 도매상을 분도 동갑이라 시선도 비슷하고, 얘기도 잘 통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는 못 할 게 없다 싶었어요. 그래서 이 환경이 주어지니까 시작할 수 있었죠.



코코넛: 엄마나 멘토처럼 새로 취득하고 싶은 타이틀이 있나요?

하드: 작가를 하고 싶은데 쉬울지 모르겠어.



코코넛: 그래. 그럼 한 가지 타이틀로만 나중에 기억될 수 있다면 어떤 걸로 기억되고 싶어?

하드: 난 명예욕이 조금 있는 편인 것 같은데, 아직 명예가 잘 안 채워졌어. 그래서 작가였으면 좋겠어.

전부 다 좋은데 왜 하나만 고르라고 해?



코코넛: 인생은 선택과 집중이잖아. 지금 하는 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뭐야?

하드: 지금 하는 걸로? A는 일단 한 십 년 더 하고 싶다. 그리고 F는 29CM에 입점하고 싶다.



코코넛: 지금 커리어는 너 삶에서 궁극적인 목표야 아니면 수단이야?

하드: 내 삶의 목표는 작가가 되는 거야. 이 일이 작가가 되게 해주지 않아서 지금 일과 내 인생 목표는 분리가 돼 있어.







코코넛: 지금 하는 일이나 목표와는 별개로, 더 해보고 싶은 경험이 있어?

하드: 추가로는 전문성을 좀 가지고 싶어. 지금 제가 일본어 배우는 것도, 일본어 자격증을 따면 전문성이 생기는 거잖아요. 노무사도 그렇고. 근데 사업이나 마케터는 자격을 딴다고 전문성이 생기는 게 아니고, 그냥 계속 흘러가는 느낌이에요.

최근 생각한 게 무언가 이십 대부터 꾸준히 십 년 정도 배웠으면 자격을 땄을 수도 있었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본어를 시작한 것도 있고, 자격증을 따려는 이유도 그거예요. "저는 일본어를 잘해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자격증이 훨씬 명확하게 얘기를 해줄 수 있는데 살면서 그런게 아직 없었어요.

작가도 마찬가지예요. 글을 쓰면 다 작가지만, 소설은 등단해야 정식으로 작가라고 인정받잖아요. 그래서 도전해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뭔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지금까지는 그냥 다 흘러흘러 한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사람은 자기가 안 가진 걸 갖고 싶어 하잖아요.



코코넛: 그치. 처음 이걸 기획할 때, ‘칠 년 차가 되면 우리 모두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했는데, 일단 저부터 아니니까 할 말은 없네요.

하드: 난 내가 칠 년 됐다는 것도 네가 말해줘서 알았어.



코코넛: 작가라고 답할 것 같은데, 그래도 물어볼게요. 지금까지 쌓은 경력이나 능력은 차치하고, 오로지 너의 관심만 생각했을 때, 직업을 옮길 기회가 주어진다면 뭘 하고 싶을 것 같아?

하드: 내가 하고 싶다고 하면은 될 수 있는 거야? 그럼 나 변호사. 최근에 사고 때문에 소송했잖아. 그런데 스트레스받는 게 아니라 재밌는 거야. 다음 단계가 뭔지 어떤 이유로 이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이런 절차가 흥미로웠고, 힘들기보다는 안 해본 걸 해보면서 재밌다고 느껴졌어. 그리고 변호사는 글을 잘 써야 하잖아. 서면. 그래서 너무 재밌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변호사. 근데 다른 애들은 뭐 했어?



코코넛: 인터뷰 다 끝나고 얘기해 줄게. 그러면 정말 미안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1만 시간 뒤의 넌 뭘 하고 있을 것 같아? 어떤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올라?

하드: 내 궁극적인 목표는 작가이긴 하지만, 연장선상은 집에서 일하는 거라 내가 F도 시작했고, 글도 쓰는 거거든. 그래서 집에서 강아지랑 일하는 모습이 상상돼. 아기가 있다면 아기랑. 그리고 F를 잘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 지금은 기존에 있는 원단을 떼오고 있지만 나중에는 직접 제작도 하고 그러고 싶어서. 그런 쪽으로 해 나갔다면 조금 전문가가 됐을 수도 있고?



코코넛: 그때 하드에게 한마디해 주세요.

하드: 오, 이게 되네?



코코넛: 내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인데, 오늘 인터뷰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공유해 줄 수 있을까?

하드: 새롭게 깨달은 점? 내가 정말 인생을 그냥 흐르게 흐르듯이 살아왔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았어.

별생각이 없이 살았는데 그게 별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생각 없이 산다고 해서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대학생 때는 이때쯤이 되면 이렇게 살 것 같고, 이때쯤에는 저렇게 살 거 같고, 이런 계획을 세웠는데 1만 시간 동안 살아보면서 생각한 대로 전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원래는 여행도 계획적으로 딱딱 맞춰서 하는 편이었는데 여행 유튜버가 즉흥적인 성향이 많대. 에피소드가 생기려면 계획이 없어야 하다 보니까 그렇지. 그래서 즉흥적으로 사는 것도 좋아. 지금 내가 의도치 않게 그렇게 살았잖아. 그래서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에피소드가 많아.








다음 이야기는, 같은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통과한 사람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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