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팀 리드 초코: 성공의 기준은 언제, 어떻게 변할까?
*솔직한 인터뷰와 아직 첫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회사와 인물명은 닉네임으로 대체합니다*
코코넛: 이제 격동의 현재를 떠나,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것도 하드님 질문인데,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사람 중 가장 멋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초코: 이거 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
코코넛: 그럼 우선 넘어갈게요. 이십 대에 해본 일 중에 제일 잘 한 게 뭐예요?
초코: 교환학생 다녀온 거요. 혼자 살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가족들이랑 떨어져 사는 것도 처음이었어서 그때 좀 저에 대해서 알 수 있었어요.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보고 세계가 넓다는 걸 알았어요.
코코넛: 저는 초코님의 첫 회사밖에 모르니까 원하는 시점을 시작으로 커리어 패스를 소개해 주세요. 이력서 작성하는 순서대로요.
초코: 대학교 때 다양한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통해 현장 경험을 했어요.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고객 응대, 니즈 확인, 고객관리, 계산, 포장까지 모두 경험하고 물류와 재고 관리도 맡았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성실함을 인정받아 첫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해서 파트장을 거쳐 지금은 팀장을 맡고 있어요.
코코넛: 지금까지 한 팀에서 쭉 일하신 거죠? 빠르게 팀장이 된 비결이 뭔가요? 운이라고는 하지 말아주세요.
초코: 그렇죠. 한 팀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우선 그때는 열정이 정말 넘쳤어요. 그리고 제가 일하고 있는 분야 자체가 그동안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기도 했고요. 당시에는 축적된 노하우보다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민첩함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업무 경험이나 노련함이 많지 않아도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코코넛: 밸런스 게임 하나 해볼게요. 팀장이 됐을 때, 솔직히 <개이득 vs 큰일 났다> 중 뭐였나요?
초코: 솔직히 말하면 약간 그때 오만했거든요. 약간 될 만 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몰랐죠. 이렇게 힘들 줄.
코코넛: 팀장이 된다고 했을 때 가장 기대했던 건 뭐였어요?
초코: 돈이요.
코코넛: 저런.
초코: 그때는 느낌이 좀 그랬어요. 이렇게 일을 시킬 거면 내가 팀장이지. 왜 내가 팀장이 아니야? 이미 팀장처럼 일하고 있었으니까. 팀장 자리를 준다고 했을 때 될만 했다고 생각했죠. 근데 몰랐어요. 팀장 업무는 더 많다는 걸.
코코넛: 그렇죠. 팀장의 업무는 또 다른 차원이죠. 대학교 때 제2외국어를 전공하셨죠. 많은 외국어 전공생이 취업할 때 그 언어와 직접 관련된 직종을 선택하거나, 전공을 아예 포기하고 경영이나 미디어 쪽으로 진로를 정하고는 합니다. 같은 외국어 전공자로서 저는 초코님이 전공을 잘 살린 편이라고 생각해요. 당시 진로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셨나요?
초코: 전공 언어와 미디어 사업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직무를 찾아서 이곳에 들어왔어요. 두 가지 모두 살리고 싶었거든요. 전공을 살린 과 동기들은 많이 없고, 다양하게 진출한 것 같아요.
코코넛: 언제부터 콘텐츠 산업에서 일하고 싶었나요?
초코: 어릴 때 무한도전을 보고 자라서 방송국 PD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콘텐츠 쪽은 계속 관심이 있었죠. 그래서 원래 전공도 그쪽으로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잘 닿지 않았어요.
코코넛: 취업할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이력은 무엇이었나요?
초코: 이력이라고 하면 조금 거창한데 대학교 때 빅데이터 분석 수업을 들었어요. 그 분야를 파고, 파이썬을 배우고, 인사이트 도출하는 법을 보여줬던 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강점이었던 것 같아요.
코코넛: 그러면 입사 후 실제 업무에서 가장 잘 활용한 스킬은 뭐였나요?
초코: 미디어 수업에서 차트 해석 같은 걸 많이 배웠거든요. 수치 해석 능력이 실제 업무에서 꽤 도움이 되었어요. 전공 필수는 아니었고, 제가 원해서 따로 들은 수업인데 교수님이 논문이나 자료를 보면서 차트랑 그래프 해석을 많이 가르쳐주셔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랑 잘 맞았어요.
코코넛: 신입 개발자 수요가 높던 시절인데, 그 경험을 활용해서 개발자가 되고싶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초코: 파이썬을 잠깐 배웠는데 고통이더라고요. 안 그래도 빅데이터나 데이터 분석 대학원에 갈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너무 고통스러워서 개발보다는 수치를 보고 사업과 연결하는 실무 중심 업무가 더 맞겠다고 판단하고 접어두었습니다.
코코넛: 초코님 입사 초반에는 온라인 영상 플랫폼이 지금처럼 흥하지 않을 때였고, 산업이 TV 중심이었는데 여기서 비롯된 업무상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초코: 있었죠. 주로 홀드백 문제였어요.(참고: 홀드백=일정 기간 콘텐츠를 특정 플랫폼에 독점으로 공개하고 기간 경과 후 다른 플랫폼에 공개하는 계약 조건)
초기에는 온라인 플랫폼이 너무 공개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에, 다른 회사와 배급 계약을 체결할 때 회사가 온라인에 대한 홀드백을 걸거나 지역 제한을 두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때는 회사가 을의 처지여서 상대 회사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그런 경우가 줄었어요. 오히려 온라인에서 선공개하고, IP 인지도를 어느 정도 쌓은 뒤에 TV 같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에피소드 하나만 더 얘기해도 될까요? 사회 초년생 때 대출받으러 갔는데, 은행 직원이 지금 팀에서 일한다고 하니까 “그게 돈이 되나요?”라고 물어봤던 적이 있어요.
코코넛: 아니, 저희 초코님 팀 수익으로 다 먹고살았는데.
초코: 맞아요, 그런 경험도 있었죠.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익을 내고, 실제로 돈이 벌린다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감각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코코넛: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걸요? 지금은 아마 그런 말 안 하겠죠. 부럽다고 하겠네요. 혹시 주변에서 크리에이터 해보라는 얘기는 들어봤어요?
초코: 들어보긴 했어요. 근데 저는 저를 주인공으로 하고 싶진 않아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좀 나서고 싶진 않아요.
코코넛: 초코님 답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물어볼게요. 그동안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초코: 아니요. 완전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네요. 인간적 성장이나 업무적 경험 측면에서는 많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걸 보상이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한 일이니까요.
코코넛: 회사 생활을 돌아볼때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초코: 딱 삼 년에서 오 년차 일 때, 가장 괜찮았을 때 그때 나갈 걸 그랬어요. 잘 골라서 다른 기회를 잡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근데 그때는 나름대로 회사에 만족했었나 봐요. 사람에 대한 만족도도 있었어 가지고 그런 걸 시도조차 안 해 본 게 아쉬워요. 인간의 정이고 뭐고 다 뿌리치고 떠날걸.
코코넛: 팀장이 되고 난 뒤 사회 초년생 때는 이해되지 않았던 상사나 경영진의 과거 행동이 이해되는 경우가 있나요?
초코: 네, 미래 준비 같은 거요. 사업적 먹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거죠. 예전에는 위에서 그럴 때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되고 있는데, 왜 또 다른 걸 굳이 한다고 하지? 왜 확장하지? 바빠 죽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보니 다 필요했던 거였구나 싶어요.
코코넛: 다시 한번 성토의 장을 열어볼게요. 지금 다시 돌이켜 봐도 이해되지 않는 상사의 비합리적 행동이 있나요?
초코: 큰 건 아니고, 대단하지도 않은 걸로 아주 그냥 생색을⋯⋯, 생색을 냈던 것 정도요? 참 쓸데없네요.
생색내는 거요. 불합리하진 않지만, 그냥 좀 섭섭했어요.
코코넛: 그럼, 첫 회사에서의 지난 칠 년을 돌아볼 때 초코님이 가장 성장했다고 느낀 시점은 언제인가요? 에피소드를 같이 얘기해 주실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초코: 새로운 문제에 던져졌을 때요. 주위에서 저한테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는, 그런 새로운 업무에 던져졌을 때. 근데 해내야 할 때. 그때 정신적으로나, 업무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그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코코넛: 경영학에 <A형-B형 성격 이론>이라는 게 있어요. 여기서 A형은 불안감이 크고, B형은 상대적으로 적은 성격을 뜻해요. 새로운 과제를 줬을 때 도전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생각만 해도 피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초코님은 어느 쪽인가요? 근데 원래 그런 상황을 괜찮아하는 성향인가요?
초코: 저는 A형이에요. 좀 슬픈 건 막상 해보면 어떻게든 해내긴 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더 좋은 방법이 있었는데, 도움을 더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중요한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을 서포트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코코넛: 사회 초년생 시절의 본인을 만날 수 있다면, 지난 1만 시간 동안 벌어진 일 중 어떤 것을 스포일러 할 건가요?
초코: 솔직히 스포일러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한 가지 알려주고 싶은 게, 뭐든 다 지나간다는 거예요. 괜찮아. 너는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