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릴 때 너는
숨바꼭질을 참 좋아했다
술래는 맨날 내가 하고
숨는 건 맨날 네가 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니?
아니
바로 내 귀에다 대고 아니라고 하면
어쩌자는 거니
너의 따뜻한 입김이 바로 귓가에 느껴지는데
어쩌자는 거니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니?
아니
소리의 크기와 방향이 안방인데
어쩌자는 거니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니
다 숨었다!
작은 방이구나
나는 일부러 안방으로 가
침대 위 이불도 들쳐보고
어, 이상하다. 여긴데 왜 없지
화장실로 가
샤워 커튼도 소리 내어 젖혀보고
어, 진짜 여긴데 왜 없지
마침내,
작은 방으로 들어가 보면
창문이 있는 벽
노란 커튼이 달린 그 벽 한 구석에
앙증맞은 너의 두발이 보이고
기저귀가 툭 튀어나온 너의 엉덩이가 나를 부른다
살곰살곰 다가가
와락
너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으면
꺄르륵
웃는 얼굴과 똑같이 생긴 웃음소리가
작은 방을 가득 채운다
아빠 아빠
다시, 다시 한번 더
나는 다시
거실 소파가 놓인 벽 구석에 얼굴을 대고
네가 바로 내 옆에 있는 걸 전혀 모른다는 듯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니
아니
바로 내 귀에다 대고 아니라고 하면
어쩌자는 거니
너의 따뜻한 입김이 바로 귓가에 느껴지는데
어쩌자는 거니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