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같은 만남, 너무 아픈 결말
글은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그동안 첫 문장을 별로 고민하지 않고
쓰다 버릇했더니
첫 문장을 조금 멋있게 써보고 싶은 날에도
신통한 첫 문장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역시 습관과 반복의 힘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아시는 분만 아실 텐데요(?)
제가 소설을 쓰다만 적이 있습니다.
사실 쓰다만 건 아니고,
정확히는 잠정휴재 중이긴 한데
보는 사람 입장에선 엎어치나 매치나
그거나 그거나 인 거죠.
올렸던 연재글들을 수거해서 손을 보고 있긴 한데,
처음 서너 편 정도 손을 보다 지금은 손을 보는 것도
잠정중단 중인 상태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손을 볼 곳이 너무 많더라고요.
제목도 바꿔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이 글들을 읽으셨을 분들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제대로 퇴고도 하지 않은 글을
내어놓아 죄송하단 말씀드립니다.
소설은 에세이와 달라
그런 식으로 공개를 하면 안 되었는데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처음 연재를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 자유 시간이 훨씬 많은데도
왜 저는 수정을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걸까요.
그때는 그 바쁜 와중에도 아침 잠깐 비는 시간에
연재글을 써서 올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모했다 싶기도 하지만,
요즘은 너무 나태해진 것 같아 반성도 하게 됩니다.
올렸던 연재글들을 슬며시 수거하면
아무도 모르겠지 싶었는데
친구 하나가 잊을만하면 툭 찌릅니다.
제가 글을 쓰는 걸 아는 친구들이 열 명쯤 되는데,
그중에서도 글을 올릴 때마다 보는 친구들이
네댓 명 정도 됩니다.
친구 L도 그중 하나입니다.
- 야 너 그 글들 왜 다 지웠어
- 야 그거 언제 다시 쓸 거야
- 야 다음 편 언제 나와
- 야 쓰긴 쓸 거냐
- 야..
이럴 줄 알았으면 브런치 필명을 ‘야’로 지을 걸 그랬습니다.
브런치에 필명 변경하기 기능이 있는 것 같던데..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니 ‘야작가’라고 하면
뭔가 좀 특정분야 전문(?) 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필명 변경은 잠정보류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잠정**중인 게 또 하나 늘어나네요.
늘 이런 식입니다.
이러니 첫 소설 하나 완결을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바-자멸로 이끄는’ 소설을 연재하면서
원래 생각과 달라진 부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 내용이 어떻게 바뀌든 결말은 한결같이
처음 생각 그대로 변함이 없습니다.
담고 싶었던 메시지는 확고합니다.
비록 언제라고 일정을 못 박을 수는 없지만,
잠정중단 중인 저의 첫 소설은 빠른 시일 내에
완결을 지어 한 번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친애하는 저의 비공식 편집자인,
친구 L에게 완결본을 넘긴 후가 되겠네요.
완결하면 브런치에 올리기 전에 가장 먼저 보여주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제 첫 소설을 잊지 않고
가끔씩 툭 찔러 주고 있는 친구 L이
팬심을 놓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길 바라면서
이 글을 보고 난 뒤 친구 L의 입에서 나올 말을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 야 이런 글 쓸 시간 있으면 완결이나 지어
모두,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