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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선언(부제. 거짓이력 고백기)

무심코 넘긴 페이지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by 박나비

고백합니다.

예전에 '작가소개'란 '기타 이력 및 포트폴리오' 칸에 쓸 내용이 없어 머리를 쥐어뜯다

기어이 두 줄을 만들어서 채워 넣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한 번 입력해 놓은 뒤로는 거의 들어가 볼 일이 없었지만, 어쩌다 프로필 사진이라도 한 번 바꿔볼까라는 생각에 들어가 보거나, 옆의 '글' 버튼을 누른다는 게 '작가소개'버튼을 잘못 눌러 들어가게 되면 맨 아래 '기타 이력 및 포트폴리오'칸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이제,

'흠, 아직도 과연 턱걸이 10개가 가능할까',

'만약 안되면 수정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작년에 따릉이 1년 정기권 끝나고, 이번엔 6개월 정기권을 끊었는데 이것도 수정해야 되나.'

따위의 쓰잘 떼기 없는 고민들이 양식장에서 밧줄을 당겨 올리면 줄줄이 딸려 올라오는 미역줄기들처럼 줄줄이 올라옵니다.


물론, 이 쓰잘 떼기 없는 고민들은

'지금 해도 10개는 하겠지? 그럼 그냥 두자'

'저번 1년 정기권은 한 시간 짜리였었고, 이번에 끊은 6개월 정기권은 두 시간 짜리니 총시간으로 보면 같잖아. 그럼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정도로 셀프협의를 하고 어물쩍 넘어갑니다.


그러던 와중, 지난주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웬 바람이 불었는지 바지 3벌, 후드 2벌, 츄리닝 2벌, 허리띠 1개(어딨는지 그렇게 찾았는데, 걸려있는 옷밑에 깔려있더군요.), 모자 2개가 걸려있던 턱걸이 기구를 치우고 깨끗해진 턱걸이 기구를 보고 있으니, '어디 한 번 해볼까'라는 어이없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결과..


저는 턱걸이 기구에게 '괘씸죄'를 적용받아 10회는커녕 5회에서 처절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너무 당연한 결과를 저 혼자 망연자실하며 이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마지막으로 10회를 하고 나서 턱걸이를 안 한 지가 수개월이면 당연한 결과인 것을..)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뭐 잠깐 이러고 다시 돼지처럼 먹고, 턱걸이 기구는 며칠 만에 다시 옷걸이로 전락할 거라는데 제 소중한 이천 원을 걸 수도 있습니다. 왜 이천 원이냐고요? 옷걸이 아니 턱걸이 기구에 걸려있던 바지들 중 하나의 주머니에서 건졌습니다. 이 맛에 청소를 하지요.) 고민을 하던 와중에 브런치 작가소개란이 떠올랐습니다. (문장이 꽤 깁니다. 알아서 잘 끊어가시며 쉬엄쉬엄 읽으시기 바랍니다. 작가가 문장 맺고 끊기가 아직 서투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주인인 저조차도 어쩌다 프로필 사진이라도 한 번 바꿔볼까라는 생각에 들어가 보거나,

옆의 '글' 버튼을 누른다는 게 '작가소개'버튼을 잘못 눌러 들어가는 게 전부일 제 ‘작가소개’ 란의 두 가지 거짓말은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수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솔직함이 최고의 무기인 에세이 작가 박나비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간 본의 아니게 거짓 이력을 기재해 놓은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그럼 이만, 삼만, 사만... :)




*이미지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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