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화 초록 눈의 감시자

by 동상

남흑막이 떠나고 여흑막만 홀로 남아 나를 감시하고 있다. 남흑막이 떠나 여흑막이 슬퍼했지만 여흑막 혼자서는 나를 감당할 수 없어 다른 남흑막이 검은색 아빠차를 몰고 여흑막을 도우러 찾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허술했던 기존의 남흑막보다 빈틈없는 새로운 남흑막이 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걱정을 했지만 여흑막의 의리는 내 생각과 달랐는지 기존의 남흑막을 기다렸다.


여흑막은 나에게 "아빠는 다섯 밤만 자면 오실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오늘 벌써 5번을 자고 일어났어도 남흑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흑막들은 괘씸하게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나를 속이려 하고 있었다. 난 여흑막만 남아 감시가 소홀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리어 더 심해져만 갔다. 여흑막 몰래 딴짓을 하던 남흑막과는 달리 여흑막은 계속해서 나를 주시하고 있어 감시를 벗어날 수 없었다. '남흑막아 어서 돌아와.' 난 빡빡한 생활에 그토록 보기 싫었던 남흑막이 그리워졌다.


나도 이대로 여흑막의 감시 하에서 탈출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을 묵묵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분명 어딘가에는 방법이 있을 거야." 난 과거와 달라진 점들은 하나하나 생각해 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해 보니 의외로 쉽게 달라진 점들이 보였다. 그 검고 거대한 인우 삼촌은 큰 침대를 만들어 주고 갔고 남흑막이 없어진 여흑막은 더 피곤해졌다.


그 결과, 낮잠과 달리 긴 밤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분명 여흑막이 내 곁에 없었다. 잠결에 나의 기억이 틀릴 수도 있어 오늘 아침에 다시 확인해 봤지만 분명 내가 일어났을 때 항상 내 곁을 지키던 여흑막이 없었다. 난 기쁨에 웃고 싶었지만 오랜 밤시간 동안 먹지 못해 허기를 달래는 게 우선이었다. "응애 응애" 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제야 보이지 않던 여흑막이 나를 찾아왔다. 난 여흑막이 준비해 준 음료를 허겁지겁 마시며, 밤을 기대했다.


오늘도 역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감시 하에 억압된 생활을 했다. 하지만 어제와 달리 나에겐 희망이 있어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더 완벽한 계획을 위해 여흑막을 괴롭혔다. 괴롭힘의 결과 나도 지치고 여흑막도 지쳐갔다.


해님은 어느새 집으로 돌아가고 계획이 시작되는 걸 알리는 달님이 나를 반겨주었다. 평소에는 여흑막이 나를 재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지만 나도 오늘은 순순히 잠을 자는 척했다. 역시 여흑막은 내가 잠이 든 줄 알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를 침대에 홀로 놓아두고는 방에서 나갔다. 난 문이 닫히는 조용한 해방의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밤에는 감시 없이 나 혼자 있을 수 있어.'


나의 계획이 성공했다는 기쁨에 소리치고 싶었지만 여흑막에게 들킬 수 있어 조용히 난 탈출할 방법을 찾아보았다. 폭신폭신한 벽을 잡고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았다. 처음엔 어두워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철두철미한 여흑막은 역시 나를 가두기 위해 촘촘한 그물망을 설치해 놨다. 난 종이벽처럼 쓰러트릴 수 있는지 보기 위해 힘껏 밀어봤지만 결국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나를 무력하게 했다. 나의 여린 팔로는 뚫을 수 없는 부드러운 감옥이었다. 하지만 난 첫 시도에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때까지 내가 겪은 흑막들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있을 때 내 눈에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초록색 빛이 보였다. 난 그 초록색 빛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불빛은 방을 환하게 할 만큼 강하지도 않았고 깜빡이지도 않아 나의 관심을 끌지도 않았다. '뭐지? 이 초록빛은 왜 있는 거야?' 난 너무 수상해서 계속 쳐다봤지만 알 수 없었다. 다만, 미동도 없는 초록색 빛은 어둠 속에서 나를 비웃듯 응시하고 있었다. 그 빛이 여흑막의 눈동자처럼 느껴져 기분이 나빠졌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듯한 찜찜함을 떨쳐버리려 난 울음을 터트렸다. "응애 응애"

목요일 연재
이전 04화제 34화 180번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