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흑막의 철저한 감시와 계획 속에서 난 평화로운 감금 생활을 하고 있다. 나에게 정기적으로 정해진 양만큼 중독적인 음료가 주어졌다. 정해진 양은 항상 부족해 난 고통스러운 배고픔에 시달렸다. 흑막들은 나의 배고픔을 이용해 내 입 주위에 손가락을 대어 먹을 것이 있는 것처럼 나를 속이려 했다. 음료에 중독된 나는 매번 흑막들의 장난에 속아 입을 벌려 그들의 손가락을 씹어먹을 듯 달려들었다. 다행히 그들은 양심은 있었는지 장난을 친 뒤 괴롭힘의 대가로 아주 조금의 음료만 하사했을 뿐이었지만 난 부끄럽게 적은 양의 음료조차도 사막에서 만난 물처럼 허겁지겁 마시기 바빴다. "쪽쪽"
흑막들도 내가 성장할수록 더 많은 음료와 음식이 필요한지 알았는지 양을 늘려줬지만 얄밉게도 딱 배고픔이 가실 만큼만 조금씩 조금씩 늘려줬다. '정말 내가 못 마실 때까지 원 없이 마시고 싶다.' 나의 바람과 달리 난 먹을 시간이 되면 항상 굶주림에 이성을 잃고 주는 대로 받아먹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오늘도 탈출을 위한 종이벽 짚고 일어서기로 하체를, 딸랑이를 휘두르며 상체를 단련했다. 손에 끼워진 투명한 물체를 잇몸을 뚫고 나오는 날카로운 뼈로 물어뜯으며 무는 힘을 단련하고는 지쳐 잠이 들었다. 여흑막이 중독적인 독극물을 만드는 소리가 잠결에 들려왔다. "칙~ 칙~" 난 그 소리에 눈이 뻔쩍 뜨고는 기대에 찬 소리로 흑막들을 불렀다. "응애 응애" 다섯 번의 달님을 보내고 돌아온 남흑막이 나를 반겼다. 오랜만에 본 그는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카락과 외모로 나를 감시할 때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그는 다시 나를 감시하는 일이 기뻤는지 반갑게 웃어주고는 나를 내 전용 의자에 앉혔다. 드디어 내 앞에 여흑막이 준비한 혀여 멀건 음식이 나왔다. 나를 서서히 중독시키려 이 음식도 처음엔 물과 비슷할 정도로 투명했는데 내가 이미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제는 흰 빛깔이 돌 정도로 진해졌다. 남흑막은 음식을 기다란 물체로 떠서 내 입에 넣어주었고 난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받아먹었다. 내가 스스럼없이 먹는 모습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 여흑막도 무언가를 기대하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떠주는 음식을 어느샌가 다 먹었지만 난 아직 배고팠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더 부족한 감이 있었다. 내가 다 먹을 것을 본 여흑막은 거무튀튀한 큰 상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가 그것을 열었을 때 서늘한 흰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작은 물체를 그곳에서 꺼내 남흑막에게 전달해 주고는 평소에 손에 들고 오랜 시간 보고 있는 한쪽 면이 빛나는 납작한 거울을 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임무를 부여받은 남흑막은 받은 물체의 윗부분을 제거하고는 기다란 물체로 그 안에 있는 것을 떠서 나의 입 앞으로 가지고 왔다. 그때 그들은 무언갈 기대하는 듯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난 그들의 계획을 알아차렸어야 했어.'
난 음식보다 더 진한 흰색의 흐물흐물한 덩어리를 보고 잠시 망설였지만 배가 너무나 고팠기에 아무 생각 없이 받아먹었다. 먹는 즉시 강렬한 맛이 내 혀를 강타했다. 내 얼굴은 순식간에 찌푸려지고 입과 눈은 사정없이 치켜 올라갔다. 밋밋한 맛에만 길들여져 있던 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뇌가 짜릿해지는 맛에 두 손을 번쩍 들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내가 괴로워하는 모습이 좋았는지 흑막들은 기괴하게 깔깔깔 웃어대며 말했다. "아~ 귀여워." 남흑막이 한번 더 떠서 나에게 줬을 때 내 입은 참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받아먹고 말았다. 이 맛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지 또 난 머리를 감싸 쥘 수밖에 없었고 이 일은 다 먹을 때까지 반복되었다. '난 이미 중독되어 버렸어.' 난 흑막들의 비웃음 속에서 좌절하고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