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굴레를 벗고 울타리를 치는 사람

by 김 스텔라

소설의 매력은 남의 인생을 훔쳐보고 그 인생이 내 인생이 되어 그 속으로 들어가 살다가 작은 증표 하나를 받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

살아보지 않은 시대 1800년 중반에, 처해보지 않은 한 영국 시골 여성의 삶을 그린 소설 '제인 에어'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저자 샬롯 브론테의 분신이기도 한 제인 에어라는 여자가 자신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저항하고 사랑하고 도전했던 이야기는 오늘도 인생의 여러 가지 한계 속에 갇혀 있는 우리들이 한 번쯤 살아 볼 만한 인생이기도 하다.


1, 운명과 저항


소설의 시작은 10살의 고아 제인 에어가 처한 상황과 그녀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부자 친척집에 맡겨진 제인은 귀찮은 존재다. 예쁘지 않은 외모와 고집이 있는 성격도 사랑받지 못하는 요소로 한 몫하고 있다. 나름대로 적응해서 살아보려고 하는데 사촌의 괴롭힘에 대항한 대가로 고아원과 다름없는 기숙학교로 쫓겨간다.


주어진 환경과 타고난 조건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한계 속에서 무엇을 택하고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제인은 고집으로 보이는 주체성을 가지고 대가를 치르게 될 위험을 알면서도 부당함에 저항한다.


2, 적응과 성장


기숙학교는 10살-18살의 제인 에어가 만남과 훈련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리적인 환경은 친척집에 비하면 너무도 열악하다.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기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시기에 제인은 한 선생님과 한 친구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다. 힘든 현실에 적응하고 절제하는 방법을 배운다. 지적, 정서적, 의지적으로 성장하고 학생에서 교사로 현실적인 발전도 이룬다.

그러나 안주하기 않고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학교를 떠나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은 자신에 대한 신뢰와 좋은 관계에서 온다.

좋은 관계는 좋은 사람과 맺는 것이 아니라 인간(자신과 타인)의 가치를 위해 애쓰는 사람에게로 온다.

힘든 현실에 끌려다니며 가치를 포기하다 보면 힘을 길러나갈 기회를 잃게 되고 적응 대신 순응을 택하게 된다.

제인은 어려움을 도전으로 받고 이겨나가며, 자신을 확장시키기 위해 모험을 택한다.

지금 나는 인생의 참다운 지식을 그 위험 속에서 찾으려 하는, 용기 있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눈은 넓고 푸른 산들을 향했다. 나는 그것을 넘고 싶었다.


3, 경계와 성숙


가정교사로 온 18세부터 결혼 후 30세까지의 제인 에어가 사랑하고,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 드라마틱한 여정을 보여준다.

주인 로체스터와 사랑을 나누고 결혼하는 날, 그에게 광인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양심을 따라 사랑을 포기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준 만남과 최선을 다하는 제인의 삶의 태도, 하늘이 준 유산의 선물이 합쳐져서 회복된다. 그리고는 진실을 선택하고 로체스터에게로 돌아간다.


성숙한 인격은 주체적으로 선택하되 양심이라는 인간의 경계선을 넘지 않는다.

그 경계선 안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성과 힘을 키워나가다 보면 진실의 소리를 분별하게 되고 행동하게 된다.

제인은 진실의 소리를 따랐다. 현실적으로 보기에는 어리석은 선택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 로체스터는 광인 아내가 집에 불을 질러서 눈과 팔을 잃은 불구의 몸이 되어 있었다 - 제인은 사랑 안에서 만족과 평안을 얻는다.

샬롯 브론테는 주인공 제인을 통해 고통의 굴레를 벗고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안정과 행복을 누리는 인간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현실이 우리를 묶어서 가두고 끌고 다닌다면 저항할 것이다.

그리고 이상이 관계와 질서를 무시하고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려고 한다면 스스로를 위해서 울타리를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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