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나에게로 돌아가게 해주는 여행
투어 가이드로서 나의 언어로 여행을 정의해 보라고 한다면,
'여행은 인간의 본성이다'라고 하고 싶다.
이 말에 힘을 실어줄 만한 인간에 대한 정의가 있다.
'호모 노마드', '유랑하는 인간'은 철학자 들뢰즈가 인간의 속성을 묘사한 철학적 용어로써 유목민을 가리키는 노마드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정착해서 살기 시작한 후에도 정신적으로는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다녔다. 전쟁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고, 창조적인 문화 예술을 만들고, 근대에 들어서는 산업을 일으키고 기술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삶도 노마드의 정신이 이끌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안전하게 살고 싶은 생존의 욕구와 동시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고 싶은 생명의 본능이 있다. 육신의 필요를 위해 일하면서 한편으로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연구에 몰두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도전할 만한 새 일을 찾는다. 때로는 목숨을 걸고 암벽을 타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은 안전과 모험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는 이중적 존재이다.
이런 점에서 여행은 안정감과 유랑이라는 모순된 두 가지 본성을 충족시켜준다.
집을 떠나 새로운 곳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당분간은 집과 일상이 편하게 느껴지고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떠나고 싶은 갈망이 생긴다. 이렇게 방랑과 귀향을 반복 하면서 우리는 진정으로 머물고 싶은 곳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곳이 내가 머무를 곳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
일상이 연극 무대 같고 관계가 배역처럼 짜여 있는 것 같을 때,
본 적 없지만 가슴에 그려지는 곳에서 깊고 편안한 숨을 들이마시고 싶을 때 나는 여행을 떠난다.
때로는 같은 장소지만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 여행지로 방향을 정하기도 한다.
(투어 외에 일 년에 한두 번 요세미티로 개인 여행을 떠난다. 나는 요세미티와 사랑에 빠진 사람 중의 하나이다)
자동차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목적지가 있긴 하지만 정해진 코스는 없다.
지나다 옆길로 새기도 하고 둘러가기도 하면서 캄캄해질 때야 예약한 숙소로 들어가곤 한다.
나름대로 준비하지만 떠날 때면 느껴지는 긴장과 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는 Risk는 새로운 경험을 할 때의 설렘을 동반 하기도 한다. 이 여행에서는 무엇을 만나고 어떤 메시지를 듣고 돌아오게 될까 하는 기대로 평소와는 달리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올라오곤 한다. 노마드의 본성일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는 열려 있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마치 오즈의 나라로 들어설 때 퍼지는 공기처럼 낯설면서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가야 할 곳에 발을 들여놓듯이 설레는 마음으로 자동차의 시동을 건다.
무지개 너머에, 저 산 너머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정착지가 있고, 일하고 쉬고 사람들과 관계 맺으면서 사는 삶의 현장이 있고, 시간이 지나도 변함 없는 자연이 있지만 여행하는 동안 나는 그곳에 있으면서 그곳에 속하지 않은 방랑자로서의 자유를 누린다.
여행 본능이 채워질 때 오는 만족감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는 집으로 간다는 안정감과 다음에 떠날 곳을 그려보는 노마드가 동시에 올라온다.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떠날 날을 꿈꾸는 호모 노마드에게 여행은 방랑의 본능을 채워주고 귀향의 꿈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 주기 때문에 나를 나답게 해주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호모 노마드의 본성대로 여행 하면서 내 경험의 영역이 커져 간다면 일석이조가 되기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