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토론회
아침 산책길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피해 차도로 걷다 보면
' 지가 피해야지 왜 내가 피해?'라는 불만이 올라온다.
하지만 앞장서서 차도로 내려가는 딸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가 하루의 시작을 화기 애매하게 만들까 봐 속으로 삼키는데 오늘은 한 블록을 다 돌아갈 때쯤 딸이 먼저
"미국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는 기준이 없어. 주 정부도 이랬다 저랬다 하고 과학자들이 경고하는데도 각자 판단으로 결정해"라고 한 마디 했다.
" 남을 배려하기 전에 내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써 주는 게 맞지." 하고 한 풀 꺾인 마음으로 답했다.
자기가 미국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에게 코로나 사태는 한국을 포함해서 세계의 정부와 국민의식을 보게 해 준 것 같다. 딸 둘이 대화하는 걸 보면 특히 한국인이라는 정서가 강해진 것 같아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긍정적인 사이드 이펙트도 있어서 시민권자라도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한국은 국민이 설사 정부가 마음에 안 들어도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려고 정부의 지시를 따르는 추세인데 미국은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도 For me 야. 개인주의."라고 했다.
그러자 미국인 딸이 한국인에게 비난받는 게 싫었든지
"한국도 미국도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여러 인종으로, 각 주정부로 나눠져 있고 지금 트럼프 정부가 미국 베스트라고 타인종을 제외한 미국을 지향하고 있어서 더 그래"라고 민주당 지지자로서 의견을 내었다.
"그래, 공화당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보면 백인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긴 하지. 트럼프 정부도 코로나 사태도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은 서로를 분리시킨다는 거야. 되든 안되든 같이 사는 길을 목표로 삼아야지 맞다 틀리다 하다가 내 맘대로 결정해서 살겠다로 가니까 마스크도 하고 안 하고 자기 판단대로 하잖아"
라고 의견 일치를 보자 딸은 갑자기
" 그러니까 엄마도 선거해야 돼, 선거인 등록했어?"라고 눈에 힘을 주며 물었다.
선거 등록하면 배심원에 오라고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소리에 저번 선거 때 등록 안 했다가 아시안 이민자들의 참여의식 결여가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고 울기까지 하던 딸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응, 저번에 니가 하라고 해서 운전면허 갱신하면서 등록했어"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어느 당을 찍을지 어떻게 알고... 딸은 내가 당연히 아시안 이민자로서 민주당을 지지할 거라 여기고 있었다.
"바이든이 개인적으로 맘에 들고 아니고는 메인 이슈가 아니야. 지금 미국이 의료보험, 교육, 주거비 등에서 국민 대다수의 기본 필요를 생각 안 해주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점점 분리되고 정부 말도 안 들어"
내 속을 어떻게 알았는지 딸은 쐐기를 박았다.
"그래, 캐나다는 미국 같이 이민자로 만들어진 나라인데도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어서인지 개인주의나 분리가 상대적으로 없긴 하다." 고 우리는 의견 일치를 보고 나는 선거를 하려면 먼저 각 당이 지향하는 목표에 대해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정당에 균형을 맞추려는 미국 정치 역사에 깔린 정서가 이번에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서 딸의 바램대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동양인 할아버지가 건네는 "굿 모닝" 인사에 주차된 차를 사이에 두고 거리를 유지하면서 "굿 모닝"이라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