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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주와 타인의 우주 : 인터스텔라

by 설렘책방 Mar 04.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우리는 저마다 다른 ‘우주’를 살아갑니다.

나의 시간과 타인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인식하지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는 물리적인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우리 각자가 지닌 ‘고유한 우주’를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물리학과 예술, 각자의 우주에서 바라보는 세상



이 영화를 추천해 준 지인은 성별도 연령대도 문과이과 성향도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물리학이 뭐야?” 라고 물으면. “이 세상 모든 것.” 이라고 대답합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순간에서 예술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 이해가 안갔는데,

물리학의 정의를 찾아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어요.



물리학


우주, 물질, 전기, 열, 에너지, 힘, 공간, 시간, 차원, 생명, 복잡계 등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와 이를 바탕으로 모든 자연 현상이나 응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기초학문, 자연과학. 즉 만물에 적용되는 보편법칙을 탐구하는 학문.



같은 2025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만 누구는 예술적 관점으로, 다른 이는 물리학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우리는 전혀 다른 '우주' 안에서 존재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구와 행성의 시간 차 때문에 주인공 쿠퍼보다 딸이 더 나이가 들어 있었어요.”


영화의 줄거리를 들었을 때 저의 첫 반응은, “어떻게 해… 그럼 딸이 성장하는 걸 지켜보지 못했잖아. 잃어버린 부녀의 시간은 누가 책임질거야?” 였습니다.


어처구니 없다는 듯 지인은 “그것보다 지구와 행성에서 시간이 왜 다르게 흐르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라고 물었어요.


솔직히, 영화 상의 설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문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설명하고싶어 눈이 반짝거리는 것 같아 이유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속력은 거리 나누기 시간인데….” 그 뒤로는 공식과 과학적 개념들이 쏟아졌어요.

지인이 신이 나 이야기 할수록, 저는 점점 멍해졌습니다.


저는 사실관계보다는 감정에 집중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영화 속에서 쿠퍼는 지구를 떠나 불과 몇 시간을 보냈을 뿐이지만, 그 사이 머피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인생의 절반을 살아버렸습니다.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감정적 거리도 멀어졌어요.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리운만큼 원망이 커졌습니다.


저도 어릴 때 원양어선 선장이었던 아버지가 그립고도 낯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몇년에 한 번씩 만났을 때, 저는 아버지의 기억에서 갑자기 뻥튀기 하듯 자라 있었고, 서로의 일상을 모두 알 리 없는 우리는 묘하게 어긋난 시간을 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랑과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더라도 ‘기록’을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쿠퍼의 자녀들은 영상 편지로 멀리 있는 아버지를 불러봅니다.

쿠퍼는 블랙홀을 통과해 과거의 머피에게 메시지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 미스테리한 메시지를 머피는 알아차립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은 물리적인 법칙을 뛰어넘습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편지를 남기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사랑을 기록하는 것과 같지요.


부재(不在)는 곧 단절이 아닙니다. 물리적으로 함께하지 못해도 사랑은 계속된다는 점에서, 인터스텔라는 단순한 SF가 아니라 가족과 사랑에 대한 깊은 철학을 담고 있어요.




결국, 우리는 서로의 우주를 이해하려 애쓰는 존재들


<인터스텔라>를 보고 난 후, ‘나와 타인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쿠퍼처럼, 우리도 서로 다른 우주를 살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온전히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 세상을 온전히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우주가 맞닿는 교집합을 찾으려 노력하는 순간, 우리의 우주는 더 확장될 것입니다.



저의 우주를 넓혀줄 다른 우주를 기다리면서, 지금은 이해가 안되어도 언젠가 알아 줄거라 희망을 품으며 이 기록을 남깁니다.


행성에어 신호를 보내 듯 모니터의 깜빡거리는 커서를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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