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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이 틀렸다고 한다면... : 파 프롬 헤븐

by 설렘책방 Feb 25. 2025



줄거리     

1957년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의 가을

아름다운 주부 캐시는 기업가로 성공한 남편 프랭크와 귀여운 남매와 함께 이상적인 가정을 가꾸며 살고 있습니다.

또 사교계의 여왕으로도 손색이 없는 교양과 사교성을 모두 갖춘 여성입니다.     

어느날 캐시는 자신의 집 정원에서 낯선 흑인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정원사의 아들이었고 얼마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일을 하러 온 레이몬드 였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편견이 없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캐시는 레이몬드에게도 친밀하게 대합니다.     

집에 온 친구들을 맞이 하던 중 캐시의 스카프가 날아가고 그 스카프를 레이몬드가 찾아주며 두 사람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내는 딸이 5살 때 죽었고 이제 11살이 된 딸과 둘만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날밤, 캐시는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싸서 찾아갑니다.

하지만 그녀가 본 것은 낯선 남자와 키스를 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

너무 놀란 캐시는 집으로 돌아오고, 뒤늦게 프랭크는 캐시에게 성 정체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고백을 합니다.

캐시는 남편이 병에 걸린 것이라 생각하며 치료를 권하고 사회적 지위와 가정을 잃고 싶지 않은 남편도 그 제안에 응합니다.     

며칠 후 캐시는 친구인 엘리노어가 주최하는 미술 전시회에서 레이몬드와 그의 딸 사라를 만나게 됩니다.

호안 미로의 그림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을 말하는 레이몬드에게 호감이 갑니다.

공공 장소에서 흑인과 함께 있는 캐시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합니다.     

캐시의 집에서 파티가 열리고 모두가 즐거운 자리에 남편 프랭크는 술에 취해 사람들 앞에서 캐시를 무시하는 발언을 합니다. 

파티가 끝나고도 술을 마시며 언성을 높이다 결국 캐시의 이마에 상처를 내고말지요.     

남편의 체면을 지켜주느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참아야하는 캐시의 고통을 우연히 보게 된 레이몬드.


“마음을 털어놓는 순간 가까운 사이가 되는 거잖아요.”


함께 산책을 하며 속마음을 털어놓고 가까워진 두 사람은 흑인들만 출입하는 술집에 가게 되는데 마침 그 모습을 본 캐시의 지인이 악의적인 소문을 내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그들의 이야기는 백인 사회의 스캔들이 되고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딸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집니다.     

어쩔수 없이 캐시는 레이몬드에게 더 이상 친구로 지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레이몬드는 현실을 슬퍼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체면의 실추보다 더 멀리있는 찬란히 빛나는 곳을 보라.”     


캐시와 프랭크는 관계 회복을 위해 둘만의 휴가를 떠나지만 그 곳에서 남편은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동성애는 고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캐시에게 이혼을 요구합니다.     

캐시는 친구 엘리노어에게 프랭크와의 일을 다 털어놓습니다. 

캐시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엘리노어에게 레이몬드에 대한 마음도 고백합니다.     

유일하게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이야기만 나누었지만 그 순간 내가 살아있는 느낌이었다고...     

평생 캐시의 편일 것 같았던 엘리노어는 정색을 하며 그녀에게서 멀어집니다.     

흑인과 백인의 우정 혹은 사랑은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레이몬드의 딸은 백인 소년들이 던진 돌에 맞아 뇌진탕을 입게 되고  

레이몬드의 집은 흑인들이 던진 돌에 유리가 깨지기도 했습니다.     

딸을 아끼는 아버지로서 레이몬드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되고

그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없냐는 캐시의 고백도 거절을 합니다.

대신 그녀에게 당당한 인생, 화려한 삶을 살아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레이몬드가 떠나는 날.

기차역으로 달려간 캐시는 극적으로 마주한 레이몬드와 사랑의 눈빛으로, 아쉬운 표정으로, 떨리는 손짓으로 이별을 하게 됩니다.  




   




‘캐롤’로 유명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2003년 작 ‘파 프롬 헤븐’의 줄거리입니다.           

건물, 자동차, 집안 인테리어, 소품, 의상까지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해 눈이 호사스러운 이 영화는 그림책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현대판 천국의 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완벽할 것만 같은 배경 뒤에는 사랑과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있지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50년대, 노예제도가 폐지된지 약 1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만연한 인종 차별이 있었습니다.     

화장실, 출입구, 버스 등에서 공간을 분리하고, 백인 여성이 흑인 남성과 함께 길을 걷거나 친근하게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멸시를 받던 시절이 불과 몇십년 전 미국의 모습이었습니다.     

미국 24개 주에서는 인종 간 결혼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캐시와 레이몬드처럼 겉모습을 떠나 다른 무언갈 보는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이웃이, 국가가 틀렸다고 규정지은 사랑을 하며 숨죽여 사는 이들도 있었지만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여 세상과 맞서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백인 남편 리처드 러빙과 흑인 아내 밀드레드 러빙은 밀드레드가 18살이 되었을 때 임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종이 다른 두 사람이 결혼을 하는 것만으로도 불법이던 시절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유죄 판결을 받고 고향을 떠나야 했지요. 

이후 세 아이를 낳으며 자유롭지 못한 삶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미 연방대법원에 위헌 소송을 합니다. 

긴 법정 공방 끝에 1967년 6월 12일 미 연방대법원이 버지니아 주 등 16개 주에 인종 간 결혼금지법을 위헌이라고 판결을 내립니다.     


“우리 헌법에 따르면 다른 인종과 결혼하거나 결혼하지 않을 자유는 

개인에게 있으며 국가에 의해 침해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신념은 뒤집혀야 합니다.”            


사랑에 틀림이 있을까요? 


저는 다름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종 간의 사랑, 또 이 영화의 다른 축을 이루는 동성간의 사랑.

나와 다르다고 부정하고 배척하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낯설고 다른 것을 인정하고 알아가는 노력이 멀어진 천국에 다시 가까워 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차별을 이기지 못하고 헤어져야 했던 영화 속 캐시와 레이몬드가 10년 후 다시 만나 살아있는 느낌을 만끽하며 사랑하는 결말을 그려보며 오늘 이야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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