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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커피가 식기 전에

by 설렘책방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만나러 가겠습니까?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타임슬립, 시간 여행에 관한 이야기 <커피가 식기 전에>입니다.


2018년 일본에서 개봉을 했고 국민 여동생 아리무라 카스미 주연, 우리에게는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마츠시게 유타카 등 중견 배우들이 조연으로 대거 참여한 영화입니다.



커피 포스터.png




한적한 일본의 어느 도시. 후미진 골목길에 작은 찻집이 있습니다.

1874년에 개업해서 에어컨도 달려있지 않지만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수상한 찻집.

푸니쿨리 푸니쿨라.

이 찻집의 특정한 자리에 앉으면 원하는 시간으로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요


다만 시간 여행을 위해서는 몇 가지 아주 성가신 규칙이 있습니다.


하나. 과거로 돌아가서 어떠한 노력을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둘. 과거로 돌아가도 이 찻집에서 나갈 수 없다

셋. 과거에 머물수 있는 시간은 커피를 잔에 따른 후, 그 커피가 식을 때까지에 한한다.

그리고 커피가 식기 전에 남김없이 다 마셔야 한다.

넷. 과거로 돌아가는 자리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이 자리를 비켜야만 앉을 수 있다.

다섯. 과거로 돌아가도 이 찻집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



어떠세요? 규칙이 많이 까다롭죠?

거기다 어떠한 노력을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니… 저는 좀 망설일 것 같습니다.

이 까다로운 그 규칙을 다 이겨내고서라도 간절히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이 찻집에 찾아옵니다.



소꿉친구였던 남자가 미국으로 떠나고 그를 그리워하는 여자, 기억이 사라져 가는 여자와 그녀를 지켜주는 간호사, 가출한 언니를 만나러 찾아오는 여동생, 그리고 찻집에서 일하는 주인공 카즈




이들에게는 어떤 기적이 일어날까요?


언뜻 줄거리를 들으면 과거로 돌아가서 그리운 사람에게 '미안했다, 고마웠다, 사랑했다' 이런 얘기들로 관객을 울리는 뻔한 이야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마 그리운 사람을 만나 전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듯이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여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이 영화가 세상에 선보인 것도 어느 출판사 편집자의 간절함 때문입니다.

<커피가 식기 전에>는 원래 연극에서 출발합니다.

2010년 관객 128명 정도의 소규모 공연으로 시작 된 동명의 연극은 제10회 스기나미 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관객들도 차츰차츰 늘던 상황이었습니다.

어느날 선마크 출판사의 이케다 루리코라는 편집자가 우연히 이 공연을 친구와 보게 됩니다.

너무 감격해서 눈물콧물 다 쏟고 공연이 끝나자 마자 작가이자 연출가인 가와구치를 찾아가 이 작품을 소설화하자고 제안합니다. 물론 그 자리에서 거절당했지요.

가와구치씨는 소설가가 되겠다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이케다 편집자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지요. 어린 시절부터 소설을 좋아해서 문학 서적의 편집자가 되려고 출판사에 입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선마크 출판사는 소설보다는 실용서, 경제 분야 서적 등에 주력하는 곳입니다.

이 출판사에서 나온 유명한 책으로 <인생이 두근 거리는 정리의 힘>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 등이 있습니다.

소설 출간에 대한 목마름이 있던 이케다 편집자가 연극을 보고 “이거다!” 하는 강력한 느낌을 받았던 거죠.

누구나가 압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의 힘이 소설로도 성공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대요.


그리고 드디어 3년의 기다림 끝에 연출가 가와구치씨에게서 소설화 해보겠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소설을 쓰겠다고는 했지만 작가도, 편집자도, 출판사도 소설이 처음이라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2015년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처음 목표는 3쇄를 찍자 였는데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며 7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2017년 일본 서점 대상 최종후보까지 오르고 그 기세를 이어 2018년 영화화되었습니다.

2019년 7월에 한국에서도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당시 한일관계가 악화되어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되지 못했습니다.

유튜브 카와구치 프로듀스 채널에서 2019년 동경에서 공연되었던 무대 영상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한글 자막은 없지만 일본어 자막은 있습니다.

일본어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연극 무대를 통해 또 다른 감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봅니다.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만나러 가겠습니까?”


그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과거는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바뀔 수 있어요.

소중한 것에 대해 생각하고 현재에 감사하고 원하는 미래를 꿈 꿔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짧은 시간 동안에 말이죠.

영화에서 과거로 돌아갔다 온 인물들은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 갑니다.

이케다 편집자가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했듯이 말이지요.

저는 영화를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부족한 글로 여러분을 만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생각한 대로 마음먹은 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독자 여러분에게도 충분히 있습니다.

기적을 만들 준비가 되셨나요?

그렇다면 행복해 지는 주문을 외워드리겠습니다.


"커피가 식기전에"



일본 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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