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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쿠르 코치 김지호 Oct 21. 2023

직업대신 자신을 창조하자

'직업'이라는 것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으로부터 오는 고민 덩어리다. 자신이 분명히 좋아하는 일, 하고싶은 일이 뚜렷하지만, 마땅한 직업이 보이지 않는다. 파쿠르가 처음부터 선수, 코치, 인플루언서처럼 눈에 보여지는 '직업'이 있었다면 고민이 짧았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대로, 하라는대로 하기만 하면 되니까.


파쿠르는 '진로', '직업'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치열하게 미래를 고민하지만,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으로 가득하다. 넘어야할 장애물은 분명히 보이는데 그것을 극복하려면 흐릿한 두려움, 불안을 끌어안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 되면 파쿠르를 관둔다. 안정적인 '직업'을 찾으라는 사회적 요구를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파쿠르해서 뭐가 될래? 거기서 밥이나와 빵이니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당장 내일 밥먹을 돈이 없을 때, 우리는 꿈을 타협한다. 나는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꿈을 현실과 타협할 때, 희망을 놓지않고 꿈을 부여잡은 마지막 남은 세대다. 이제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해진 진로, 직업은 더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 미래가 요구하는 '진로', '직업'의 세계는 원래 있던 것, 안정된 것, 정해진 것, 편안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새로운 것, 불안한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방황 끝에 알게된 사실은, 직업이라는 것은 추구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갔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나'의 직업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파쿠르 코치이며, 

파쿠르 놀이터 제작자이며,

파쿠르 신발 유통/판매자이며, 

파쿠르 안무가이자 연출가이며, 

파쿠르 모션캡쳐 모델이며, 

유튜브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단지 '파쿠르'라는 것을 사랑하고 정성을 다해 헌신했을 뿐, 직업을 가져야 겠다고 결심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나'를 수식하는 그 어떤 직업도 나를 '나'답게 정의내리지 못한다. '나'라는 개인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파쿠르를 수련하는 전 세계의 자유로운 존재들은 자신을 수식할 수 있는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본질은 하나로 통한다. 바로 매 순간 자기 자신을 창조하려 하고, 자기자신답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내가 걸어가야할 길이고, 세상에 나눌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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