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청록의 파릇함은
생기 빠진 푸석한 갈색으로 물들어
가지 끝 위태위태 매달려 있다
귓가에 스치는 산들바람에도
대롱대롱 아슬아슬하다
꽃봉오리 활짝 못 피운 아쉬움일까
튼실한 열매 맺지 못한 부족함일까
떨어져 버리면 또 그런대로 살아갈 것인데...
한여름밤 뜨거움에 잠 못 이루듯
애절한 사랑 못한 서운함일까
추운 겨울날 포근히 잡아 줄
손 놓쳐버린 그리움일까
잊어버리면 또 그런대로 살아갈 것인데...
가슴속 뭐가 들었길래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멀어지면 멀어진 대로
가버리면 되는 걸
놓으려 하지 않을까
마지막 가을 떨어지면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슴이 아리다
가을이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