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처럼 적당한 회사에 입사해 열심히 출퇴근 하는 것' 이상의 목표가 없었다. 남들과 비슷하게 '평범한 삶'을 살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았다.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언제부턴가 하루하루가 덧없고 그날이 그날인 날들이 늘어갔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며 달리다 보면 결국 그게 어떤 목적을 이루는 것으로 생각했다. 삶의 ‘목적’을 먼저 정해놓고 그에 맞는 세부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반대로 살고 있었다.
앞으로 몇십 년은 더 이렇게 일해야 할 텐데, 잘 살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인생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인데,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몸은 청춘인데, 마음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 같았다. 삶의 목표와 목적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생의 가치가 명확해야 확신을 갖고 어떤 결정이든 내릴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기에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바빴다.
인생의 목표와 목적을 세우는 데 크게 도움을 준 3권의 책이 있다. 바로 이진선의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알에이치코리아)와 생각노트의 『생각의 쓰임』(위즈덤하우스), 김키미의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웨일북)이다.
일하는 동안 제대로 된 사수를 만나지 못해 힘들었다. 그나마 입사 초 만났던 선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안타깝게도 오랜 기간 같이 일하지는 못했다. 소위 ‘까라면 까’식의 조직문화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다른 부서로 발령 나면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전전긍긍했다. 마치 복불복 게임처럼, 운이 좋으면 제대로 알려주는 전임자를 만나고, 운이 나쁘면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임자를 만났다. 공공기관 특유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결국 나는 스스로 사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먼저 나를 도왔고, 그다음에는 후배들을 도왔다. 내가 아는 걸 나누려고 노력하면서 더 나은 하루를, 더 나은 한 달을 그들과 함께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알에이치코리아)를 읽으며 비로소 목표와 목적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목적이란? : 지속적이고 원대함. 내면의 강한 기쁨과 세상에 기여하려는 마음이 만나는 지점에 있음. 목표란? : 단기적이고 끝이 있음.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 나는 '선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함께 우상향 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살아가는 동안 삶의 목적도 조금씩 업그레이드되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싶다. 망망대해에서 길 잃은 선장에겐 등대가 유일한 희망이듯, 지금 내 인생의 희망은 삶의 목적이다. 평생 암흑 속에서 살 뻔한 내게도 드디어 환히 불 밝힌 등대가 생긴 것이다.
이런 내 삶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는 브랜딩에 대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선한 피드백을 ‘주고받고’, ‘함께’ 우상향해야 하는데, 그 목적을 나 혼자만 알고 지내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들 혹은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될 접점이 필요했다. '새로운 나'를 알리고 철저하게 나를 기획해야 했다.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거야?", "앞으로 뭐 해 먹고살지?" 같은 고민을 할 때, 이미 삶의 목적을 정하고 개인 브랜딩을 준비해 온 누군가는 당당히 자기가 꿈꾸는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우리는 막연히 꿈속에서 헤맨다.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내고 만다.
개인 브랜딩은 결국 '자기 발견'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도움 받은 책이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웨일북)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부족한 점을 절실히 깨달은 동시에, 언젠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이 먼저 공감해 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원대한 꿈을 꾸기도 했다.
생각노트의 『생각의 쓰임』(위즈덤하우스)에는 세부 목표를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는 실질적인 팁이 나온다. 사소한 일상을 콘텐츠로 만드는 감각에 대해 배울 수 있고,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인풋이 많아야 소위 쓸거리, 말할 거리가 많아지는데, 추천한 것 중 팟캐스트와 전자책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3권의 책이 특히 마음에 더 와닿았던 이유는, 작가 모두 진정한 의미의 ‘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찾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삶의 목적을 세워보면서 ‘나도 그들처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상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밤새워 뒤척이기도 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공'과는 다른 이야기다.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족'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과 분리된 공간에서 나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고, 질문과 답을 하는 긴 외로운 시간을 견뎌내야 진정한 나만의 삶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요즘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소명 의식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고민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만, 결국 그 답을 찾는 것만이 반짝반짝 빛나는 내 삶을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