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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쥰 Apr 07. 2021

쉬어가기-'반지의 제왕'에서 발견한 기생(寄生)(완결)

기생충 옴니버스 VOL.1 (10)


시리즈의 완결(4) 편입니다. 앞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쉬어가기-'반지의 제왕'에서 발견한 기생(寄生)(1)

쉬어가기-'반지의 제왕'에서 발견한 기생(寄生)(2)

쉬어가기-'반지의 제왕'에서 발견한 기생(寄生)(3)


숙주 외양 (appearance)의 변화 [프로도를 통해 바라본 절대반지]

마지막으로 살펴볼 등장인물은 바로 '프로도'이다. 순간순간마다, '절대반지'로 인해 닥쳐오는 시련과 고난 앞에서 인간의 유한성 (有限性)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선을 대표하는 인물로 영화 전반에 그려지고 있다. 호빗족 (반인족)으로 갖게 되는 여러 가지 약점 (신체적, 기술적)에도 불구하고, '순수'라는 결정적인 힘으로 절대반지의 유혹을 떨쳐내며, 끝내 사우론의 야망을 꺾어버리는 주인공 of 주인공!


반지를 운반하는 프로도를 통해 절대반지가 가진 '악의 기생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Copyrightⓒ New Line Cinema)


반지를 운반하는 프로도를 통해 절대반지가 가진 '악의 기생성'은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마치 프로도가 가진 '순수함'과 '선한 마음'이 ('악'을 대표하며) '탐욕'으로 만들어진 절대반지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작용한다. 프로도의 수중에 있는 절대반지는, 자아를 가진 생명체처럼 프로도를 유혹하고 주변을 분열시키며 사우론에게 돌아갈 틈을 시시때때로 노린다. 소설 속 간달프의 말-"반지를 바다에 버려도 결국은 사우론에게 돌아가게 될 것"-처럼 절대반지는 자신을 사우론에게 운반해줄 숙주를 필사적으로 찾는 기생충과 같이 행동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사우론과 강력한 연결을 가지고 있는 절대반지를, 프로도가 손가락에 끼울 때마다 사우론이 프로도의 존재와 위치를 느끼게 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기생충이 다음 숙주로 넘어가기 위해, 감염된 숙주를 (천적에게) 쉽게 노출시키는 전략이 문득 생각났다!  절대반지가 프로도를 사우론에게 노출시키는 것처럼, 기생충도 감염된 숙주를 다음 숙주에게 노출시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끼는 순간 사우론은 포로도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Copyrightⓒ New Line Cinema)


머메코네마 네오트로피쿰 (Myrmeconema neotropicum)이라는 기생충이 새롭게 발견되어 학계에 보고된 것은 2008년이었다 [1].  기생충은 숙주의 외양을 변화시키는 기가 막힌 전략으로 밀림 개미 (Cephalotes atratus)에서 새에게로 이동한다. 기생충은 감염된 개미를, 새에게 쉽게 잡아먹히도록 노출시킨다.


해당 생활사 (life cycle)를 조금 더 부연하자면,

(1) 가장 먼저 새의 소화기계를 통해 머메코네마 네오트로피쿰의 충란 (기생충 알, egg)이 밖으로 배출되게 된다.

(2) 떨어진 새의 분변을 밀림 개미가 섭취하면서 분변에 섞여있던 기생충 충란을 함께 섭취하게 된다.

(3) 섭취한 분변 속에 있던 충란이 개미의 복부로 들어가게 되고, 특히 새의 분변을 양분으로 먹이는 과정에서 개미의 애벌레 속으로도 충란이 들어가게 된다.

(4) 이후 애벌레의 복부로 들어간 충란이 개미의 성장과 함께, 부화하고 또 자라면서 (자라난 성충이) 개미의 뱃속에서 짝짓기를 하여 더 많은 충란을 생산하게 된다.

(5) 이때 점점 많아지는 충란과 함께 개미의 복부의 색깔이 점점 붉게 변하게 되는데, 마치 새가 좋아하는 열매인 'Red berry'의 모양과 거의 흡사한 형태를 갖게 된다.

(6) 형태뿐 아니라 기생충에 감염된 개미는 행동도 함께 굼뜨게 되고, 배를 하늘로 치켜올린 자세로 보행을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개미는 새에게 발견되고 또 잡아먹히기 쉽게 된다.

(7) 새는 다시 감염된 밀림 개미를 잡아먹게 되고, 새의 소화기계 안에 있는 충란이 분변과 함께 배출되면서 생활사가 이어지게 된다.


기생충에 감염된 개미의 복부는 'Red berry'와 비슷한 모양으로 형태가 바뀌게 되며, 배를 치켜올린 자세로 느리게 움직인다 (ⓒSteve Yanoviak)


종숙주인 개미의 뱃속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다른 개미로 재차 이동하여 생활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운반숙주인) 새에게 잡아먹혀야만 하는데, 이 과정을 돕기 위해 기생충은 숙주의 외양 (appearance)을 변화시키는 전략을 고안해낸 것이다.


밀림 개미의 배를 붉게 변화시킴으로써 운반숙주인 새에게 전달되어 생활사를 이어나가는 머메코네마 네오트로피쿰의 생활사 (ⓒParasitophilia)




기생충이 자손번식을 끊임없이 유지하여 종족보존의 숙명을 이루어나가는 것처럼, 소설이나 영화 속 '악'의 모습도 숙주에 붙어 기생을 이어가는 기생충과 같다. 특히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절대반지와 사우론은 그들로부터 시작된 '악의 연대기'를 끝까지 이어나가기 위해 그들만의 생활사를 이어나가며 몸부림친다.



여기까지, '악의 기생성'으로 시작되어, 영화 속에 나타나는 '절대반지에게서 엿볼 수 있는 기생' 시리즈를 마치고자 한다. 다음엔 다른 영화로 찾아오겠다. 생각보다 우리가 사는 세상 속, 기생(寄生)의 모습들은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들 곁에 존재한다. 아직 학업을 마치지 못하여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나조차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


쉬어가기-'반지의 제왕'에서 발견한 기생(寄生) - 끝 -



참고문헌

[1] Poinar, G., & Yanoviak, S. P. (2008). Myrmeconema neotropicum ng, n. sp., a new tetradonematid nematode parasitising South American populations of Cephalotes atratus (Hymenoptera: Formicidae), with the discovery of an apparent parasite-induced host morph. Systematic parasitology, 69(2), 14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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