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집에서 도보로 15분~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가까운 편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작년 겨울 최고 한파 때 차를 가져갔던 단 하루만 제외하고는 항상 걸어 다녔다.
요가원까지 가는 길에는 3번 정도의 크고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고 약간의 오르막도 있지만, 요가 수련을 하기 전에 산책 겸 걸으면 몸도 풀리는 것 같고 또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행위를 좋아하기 때문에 웬만한 일이 아니고는 차는 두고 다닌다.
그리고 나는 요가원까지 가면서 마주하는 여러 가게들을 관찰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GS 칼텍스 주유소
오늘은 휘발유, 경유 가격이 얼마인지 확인한다.
집 뒤편 주유소는 다른 곳에 비해서 다소 비싼 편이다.
조금만 나가더라도 같은 GS임에도 저렴한 곳이 꽤 많은데, 여기는 왜 이렇게 비싼 건지 늘 의문이다.
새로 생긴 과일 가게
'프리미엄 과일 가게'라고 붙여진 최근에 오픈한 곳.
아직 방문해보지는 않았지만, 길 건너 멀리서 보더라도(?) 과일들 상태가 좋은 것 같다.
하지만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쉽게 가게로 입성하기에 다소 방지턱같이 느껴지는 기분.
언젠가 도전해 볼 날이 오길.
이삭토스트
나 이삭토스트 좋아하는데.
도통 이 가게에서는 먹을 수 있는 타이밍이 없다.
아침 요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면 수업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무조건 토스트 각이었을 텐데.
저녁 수업만 가능한 나와는 인연이 아닌 것으로..
갈빗집 가 oo
수원에서 유명하다는 갈빗집의 분점 중 하나.
늘 손님이 많아 보여서 맛집 인가 하고 궁금해서 찾아봤다가 갈비 가격에 놀란 집.
생갈비 1인분에 무려 97,000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 차량이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아하니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부디 언젠가 방문해 볼 수 있길.
요가원 건물 1층 새로 생긴 햄버거집
원래 있던 부동산 자리가 없어지고 수제버거집이 들어왔다.
체인점 같아 보이긴 하는데 간판부터 인테리어 전반적으로 식욕을 돋워주는 노란색으로 도배되어 있어서 눈길을 낚아챈다.
이삭토스트와 마찬가지로 나의 라이프스타일에서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타이밍을 슬프게도 아직 찾지 못했다.
햄버거 가게를 지나칠 때면 안에서 맛있게 버거를 먹고 있는 사람들과 유리창에 비친 요가복을 입은 내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다.
요가원 건물 2층 BBQ
햄버거집이 요가 가는 길에 운동 의지를 꺾는 관문 중 하나라면, 2층에 위치한 BBQ는 대마왕 같은 존재다.
전 국민이 익숙한 K-치킨 냄새는 건물 밖 저 멀리에서부터 맡을 수 있는데, 건물 바로 아래쯤 도착하면 치킨 냄새는 코를 찔러서 뇌까지 침투한다.
*사실 치킨 냄새는 지나치게 실제 맛에 비해 과장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너무 맛있는 냄새로 기대에 부풀었지만 막상 치킨을 뜯었을 때는 냄새만큼 맛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듯?
아무튼, 하루는 한 커플과 엘베를 같이 타고 올라가는데 그 커플은 2층 치킨집에서 내리고 나는 그대로 탑승한 채 3층 요가원으로 올라오면서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을 또 했다는 이야기.
요가원 건물 1층 꽃집
요가 가는 저녁 시간이면 거의 문이 닫혀있는데, 가끔 늦게까지 영업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기분 전환 겸 꽃을 사는 날이 있는데, 한송이만 구입하더라도 사장님이 정성껏 포장해 주신다.
한 번은 지나치게 정성껏 포장해 주셔서 요가 수업에 늦을 뻔한 경우도 있지만..
기분 내키는 날에는 요가 선생님께도 꽃을 사다 드릴 때도 있다.
새삼 꽃 한 송이가 이렇게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도구인가 싶음을 깨닫게 되는 곳.
늘 지나다니는 길도 그날의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풍경들이 다르게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 마주하는 가게들에서 발견하는 익숙함 속의 사소한 차이점들.
이 것이 내가 매일 요가원까지 걸어 다니는 이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