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보다 사과가 더 빨랐던 이유
“미안.”
나는 감정을 꺼내기도 전에 사과부터 했다.
속상하다는 말보다 먼저,
화가 났다는 말보다 먼저,
‘미안해’가 튀어나왔다.
누군가 나를 불편해할까 봐,
내 감정이 누군가를 상하게 했을까 봐.
그래서 나는 늘 감정보다 사과가 빨랐다.
그땐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내 감정에 늘 죄책감을 가졌던 것 같다.
속상한 걸 속상하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이 정도로 화낼 일이었나?”
“내가 너무 예민했나?”
“내가 너무 많이 바라서 그런가?”
하고 나를 의심했다.
어쩌면 어릴 적부터 배워온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조용히 넘기는 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화를 참는 게 착한 거라고,
서운함은 숨기는 게 관계를 지키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가르쳐왔던 것들.
그래서 지금까지도,
어떤 감정을 느낄 때마다
그 감정을 느낀 내가 죄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알아간다.
죄책감이 먼저 드는 건, 감정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 감정을 표현할 때마다 나를 탓하게 만든 환경이 문제였다는 걸.
나는 이제,
내 감정에 죄를 묻지 않기로 했다.
그저 그 감정을 인정하고,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나 스스로 먼저 이해해 주기로 했다.
사과보다 이해가 먼저 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감정에 미안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