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반응한 감정의 이름
내 어릴 적 별명은 ‘수도꼭지’였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서,
아빠가 웃으면서 지어준 별명이었다.
“너 또 울어? 수도꼭지 또 시작이네~ 하하하”
20대 후반이 된 지금도,
사실 나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릴 땐 뭔가 마음에 안 들거나, 혼나기 싫어서 울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라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이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감정을 숨겨야 했다.
남들 안 볼 때 눈물을 닦아야 했다.
‘너 또 울어?’라는 말이 듣기 싫어서.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럽고 싫었다.
‘나 왜 또 울지?’
‘그만 울어, 쪽팔리니까.’
그렇게 자꾸 나를 다그쳤다.
나는 내 감정이 무딘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는 감정을 너무 빠르고 깊게 느껴서
머릿속으로 정리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던 사람이었다.
누군가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줄 때
괜히 더 울컥해서,
그게 싫어서 모른 척한 적도 많다.
“괜찮다”는 말 하나에도,
나는 너무 쉽게 무너졌다.
이제는 그런 나를 인정해주고 싶다.
나는 그냥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깊게 느끼는 사람이라고.
이유를 찾는 데는 시간이 걸려도
그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이
더 이상 부끄러울 이유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