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기서 그렇게 화를 내?

감정에 엑스표를 그었던 날

by 서담

아마 남들 눈엔 별일 아니었을 거다.

대부분은 그냥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분명히 ‘이건 부당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정당한 사과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상황이 지나고 나서,

함께 있던 일행이 말했다.


“야, 넌 왜 거기서 그렇게 화를 내?”


그 말 한마디에

내 마음에 묘한 쪽팔림 같은 게 올라왔다.

‘아, 또 내가 실수했구나.

여기서 화를 내면 안 되는 거였구나.’


그렇게 나는 또

내 감정에 엑스표를 그었다.

그리고 조용히 낙인 찍었다.

“넌 틀렸어. 그건 감정이 아니라, 실수야.”


그래.

거기선 화를 내선 안 됐던 거다.

내가 아무리 기분이 나빴다 해도

그냥 넘길 수 있었잖아.

좋은 게 좋은 거고,

그렇게까지 할 일 아니었잖아.


‘너만 기분 나빠?’

‘기분 나빠서 그렇게 사과받으면 뭐가 달라져?’


이렇게 나 스스로에게 물으며,

나는 또 내 감정을 깎아내렸다.

조용히, 아주 능숙하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화가 났던 그 마음은 절대 틀린 게 아니었다.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도,

그저 자연스럽고 건강한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함께 있었던 사람이 느꼈을 무안함도

나와는 다른 감정으로 존재했을 뿐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래.

이제는 내 감정에 그어둔 엑스표를

조용히 지워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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