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한 발 늦게 속상해졌다

이제는 인정해주고 싶은 감정에 대해서

by 서담

나는 MBTI 검사를 하면 T가 90퍼센트 이상이 나오는 감정깡통, 감정로봇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실제로도 나는 감정에 무딘 사람, 몇 가지 감정밖에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왜 그렇게 믿었는지 생각해보면, 내 감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봤을 때 그중 많은 것들이 ‘쓸데없다’는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은 잘라내듯 무시했고, 이름조차 붙이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 안에서는 늘 큰 파도가 일렁였다.

뒤늦게 화가 났고, 한참 지난 후에야 속상했다.

감정이 너무 늦게 도착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해 자책했던 시간들.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다.

나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그 감정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 줄 몰랐던 거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나처럼 깊은 감정을 느끼지만

너무 늦게, 너무 조용히 도착하는 감정들 앞에서

나 자신을 오해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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