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리뷰를 적는데 너무나 무거운 주제의 책을 쓴다. 이 책 말고 다른 책들도 읽었지만내가 가장 쓰고 싶은 책이었기 때문에 쓰게 됐다. 제목부터 참 책의 내용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성매매업소에서 20년간 생활한 저자의 생애사다. 그간 수많은 생애사를 읽어왔지만 그 내용은 역사 속의 인물이거나 사회·경제적인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나도록 쓴 글들이었다. 집을 나서려고 준비를 하던 중 우연히 집에 이 책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족중 한 명이 사논 모양이다. 두께가 꽤 있는 책이지만 20년이라는 생애사를 한 권에 담기엔 400페이지 정도로는 모자라지 않을까 라는 느낌이었고 중간 중간을 훑어보다가 꼭 읽어야겠다고 하고 이틀 만에 읽어내려갔다. 가정폭력, 장녀의 삶, 공장 미싱부터 성매매 업소에 들어가게 된 배경까지 그 당시 겪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처음부터 책의 마지막 장을 읽어내려가는 순간까지도 에필로그 부분이 불쑥 튀어나와 ‘사실 이 책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었습니다.’ 라는 말이 있길 바랄정도로 읽기가 괴로웠다. 아무도 내려하지 않았던 목소리를 책으로 써줘서 저자에게 너무 고마웠다.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모두가 쉽게 읽지는 못할 책이라고 생각했다. 가정폭력, 성폭행을 10대에 겪고 미성년자일 때 유흥업소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정말 디테일하게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 시대적 배경이 2000년대가 아닌 80,90년대 임에도 ‘성착취’는 정말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성들을 업소에 소개해주는 대가로 돈을 버는 소개쟁이들의 존재들, 다양한 업소들의 형태, 사채 빚처럼 불어나기가 쉬운 선불금의 존재, 성별과 지역이 바뀌었을 뿐 하나 같이 비슷한 업주들. 읽다보면 인류애가 사라지면서 나야말로 ‘참 아무것도 모르는’ 아니면 ‘아무것도 몰랐던 척하는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 접대를 받아 일종의 카르텔처럼 형성된 경찰과 포주와의 관계. 그렇지. 양지에서 성매매를 불법취급하면서도 성매매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있을 수밖에.
책의 중반쯤에 저자가 잠시나마 업소를 탈출하는 때가 나오는데 성매매에 10년 넘게 종사했을 때 성매매 여성이 비성매매영역의 노동으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보여준다. 업소를 탈출해 우리가 너무도 흔하게 여기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읽는 것이 저자에겐 너무도 생소한 경험으로 여겨지는 부분은 얼마나 그들이 고립되고 인간다운 조건 속에서 살지 못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성매매 여성은 소수자 이상으로 더 소외될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 있다.
성매매에서 어떻게 벗어난다고 한들 자립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다시 돌아가기가 너무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성매매는 근본적으로 성 착취다. 저자가 경험했던 떄와 지금의 환경이 다소 나아졌을지는 몰라도
대다수의 성매매 업소 여성들은 자의로 들어와도 자의로 나갈 수 없는 굴레 속에 빠진다. 그 과정 속에 그들에게 가해진 수많은 폭력들은 말 할 수도 없다. 여전히 한국은 성 구매자들의 수요에 대해선 이야기 하지 않고 성을 파는 여성들에 포커싱을 맞춘다. ‘남성의 성욕은 통제 불능’, ‘성매매의 역사가 직업의 역사 중에 제일 길다.’ 라는 거짓된 신화는 성매매 자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용인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주입해왔다. 어디서부터 뜯어고쳐야 할지 쉽게 대답은 하지 못하겠다. 빈곤여성들이 성매매업소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드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잘 되어있지 않은 구조, 공권력과 성매매 업소와의 유착관계,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길 거부하며, 성을 돈으로 살 수 있고 지불한 대가에 따른 폭력은 당연하다는 뒤틀린 성윤리의식. 이 밖에도 너무나 많겠지. 그럼에도 그 곳에서 빠져나와서 활동가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봄날작가님에게 감사하다. 호기심에 이 책을 집어들더라도 성매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꾸고 거대한 성 착취 구조가 어떻게 성매매여성들을 만들어내고 죽이는지 읽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 내 또래에 있는 남자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2020.05.10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