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Royal National Park 안작브릿지 남쪽 로얄내셔날파크
20대에는 대학 방학도 있고 워킹홀리데이나 어학연수로 또 군대 들어가기 전후나 취업 준비하면서 1~2년 정도 해외여행할 시간이 있다. 하지만 30대가 해외여행을 하기가 의외로 쉽지가 않다. 아무래도 직장 생활하면서 마음대로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고 뭔가 더 열심히 해서 빨리 대리를 달아야 될 것 같고 성과를 내서 회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눈도장을 찍어야 될 것 같아서 맘의 여유가 없다. 심지어 내가 없으면 회사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착각과 근거 없는 주인의식이 해외여행하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30대가 되면 좋은 게 20대 보다 경제적으로는 좀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돈 때문에 포기했던 미슐렝의 별이 있는 파인(Fine) 레스토랑과 분위기가 좀 더 럭셔리한 호텔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간도 커지는 것 같다. 그래도 토익(TOEIC)이나 영어회화를 한 번쯤은 다들 공부해서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읽는 거나 쓰는 영어 실력도 괜찮고 이제 해외에서 렌터카나 캠핑카로 운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만하다. 또 당연히 해외에서 한번 운전을 하면 좀 더 현지인들처럼 여유롭고 가까이에서 그 도시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운전이야 한국에서 운전경력이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오락실의 자동차처럼 500원만 내면 역주행이든 과속이든 언제나 리셋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이다. 호주는 영국, 일본처럼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도로의 왼쪽으로 통행하기 때문에 한국과 정반대이다.
나도 한국, 호주를 오가며 운전할 때 며칠은 적응이 필요하다. 항상 한국에서는 “오른쪽”,”오른쪽”이라 되새기고 호주에서는 “왼쪽”,”왼쪽”라고 주문을 건다. 그러면 최소 역주행하는 일은 없어진다. 그리고 신호등을 볼 때 녹색 등은 비보호 금지가 없는 한 직진과 비보호 우회전도 가능하고, 빨간색 불은 비보호 좌회전을 포함해서 무조건 가면 안된다. 라운드 어바웃 (round about)이란 회전 교차로가 많은데 항상 오른쪽 차량이 우선이고 오른쪽 깜빡이를 틀고 들어가서 내가 나갈 쪽에서 왼쪽 깜빡이를 틀고 나가면 된다. 특히 지방이나 소도시에는 신호등보다도 회전교차로가 많아서 주의를 해야 된다.
마지막으로 주차 표지판인데 주차 가능한 시간이 요일별로 쓰여있고 예를 들어 1P는 1시간 무료, 2P는 2시간 무료, 1P ticket이라면 1시간 주차할 수 있는데 근처가 있는 요금 정산기에서 요금을 내고 영수증(ticket)을 차의 대시보드에 보이게 놓으면 된다는 뜻이다.
호주에서 교통위반 벌금이 아주 비싸다. 예를 들어 가장 저렴한 게 주차위반 A$80 (6만 5천 원), 시속 10Km 안으로 과속은 $250 (20만 원), 안전벨트 미착용, 운전 시 휴대폰 사용 A$340 (27만 원)이니 내비게이션을 작동한다고 운전 중에라도 절대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으면 안 된다. 그래서 복잡한 도심에는 처음 여행 와서 운전하고 주차하는 것은 좀 위험하고 외곽지역이야 교통량도 적고 주차공간도 많아서 해볼 만하다.
이제 운전할 만발의 준비가 되었다면 남쪽으로 안작브릿지(Anzac)를 건너서 로열 내셔날 파크(Royal National Park)로 가보자. 안작 브리지 (ANZAC Bridge)는 두 개의 콘크리트 삼각 트러스트가 있는데 피시 마켓(Fish Market)이 있는 시드니 CBD 쪽은 호주 국기가, 발메인(Balmain)이 있는 서쪽은 뉴질랜드 국가가 게양되어있다. 지금도 호주, 뉴질랜드는 거의 비슷하게 생겨서 종종 국기를 바꿔야 된다는 찬반토론을 하기도 한다. 안작(ANZAC)의 뜻은 Australia New Zealand Army Corp. 의 약자로 호주 뉴질랜드 연합군을 의미하고, 안작 브리지 입구에 있는 군인의 동상이 보여주듯이 나라를 위해 용감히 싸운 군인들의 추모하는 다리, 현충교이다.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이 평화스러울 것 같은 호주도 전쟁에 대한 스토리가 많다. 영국을 따라 연합군의 일원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다. 군사훈련 경험도 없는 젊은이들이 3~4주의 기초 군사훈련 뒤에 바로 전쟁터에 투입되게 되었다. 알다시피 1차 세계대전은 최첨단 장비가 동원되어 정확한 지형 파악과 전략이 아니라 참호를 파서 전진하며 죽고 죽이는 상황을 반복하는 끔찍한 전쟁이었다. 그래서 오물과 전염병 등의 고통이 죽음의 고통만큼 컸을 것이고, "돌격 앞으로"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1915년 윈스턴 처칠이 이끄는 연합군과 오트만 제국의 케말 무스타파의 군대가 터키의 갈리폴리 (Galipoli)에서 만나게 되고, 8개월간의 전쟁으로 양측 모두 25만 명의 사상자를 내는 아주 치열한 전투 끝에 케말의 승리로 끝나게 되는데, 처칠에게는 경질이라는 결과를 케말은 터키의 초대 대통령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갈리폴리에 상륙한 1915년 4월 25일을 안작데이(ANZAC Day)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현충일처럼 아침 6시 트럼펫으로 아침을 시작해서, 가슴에 훈장과 빨간색 양귀비 꽃(Poppy)을 달고 거리 행진을 하고, ANZAC 비스킷에 맥주를 마시며 전쟁에서 죽은 영원히 늙지 않은 그날의 전우들을 추모하고 있다. 빨간색 양귀비꽃은 당시 유럽의 평원에 마치 전우들의 피가 땅을 물든 것처럼 양귀비가 빨갛게 많이 피었었다.
1차 세계대전 후 전쟁에서 용감하게 싸운 호주 군인들은 참호전에서 땅을 잘 파는 디거(Digger)라는 별명처럼 아주 일도 잘하고 용감하고 동료를 챙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애국심, 민족의식이 자라난 것도 당연하고 2차 세계대전뿐만 아니라 미국의 최우방이 되어 한국전, 베트남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까지 많은 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다.
1951년 한국전쟁 중 가평에서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중공군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히 맞서 싸워 32명의 목숨을 먼 이국땅에서 희생하며 3일간 중공군의 남하를 저지하였다. 그래서 유엔군이 북한강을 경계로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였고 인천 상륙작전을 성공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매년 6 월면 호주 참전용사의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목숨을 바쳐가며 지켰던 대한민국이 그 전란의 폐허에서 지금은 10대 경제대국 그리고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호주의 4번째 교역국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어낸 것을 보고 감동을 한다.
Royal National Park는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40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시드니와 울릉공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요세미티가 있는 엘로우 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1879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고, 호주 500여 개의 국립공원 중에서 영국 엘레자베스 2세 여왕에 의해서 1955년 Royal이라는 이름이 붙은 유일한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차로 지나가는 것이면 입장료가 없지만 주차를 하고 국립공원 안에 머무르면 하루에 차량당 A$12의 주차료 겸 입장료를 내야 된다.
일단 로열 내셔날 파크에서도 추천하고 싶은 것은 The Coast Track이다. 분디나 (Bundeena)에서 오트 포드(Otford)까지 26Km짜리 트랙이 있는데, 해안 절벽을 따라 타즈만 해를 보며 샌드스톤(standstone) 위로 만들어진 트래킹 코스를 걷는데, 26Km 완주하는 것은 이틀 걸리고 3시간 잡고 왕복을 하면 좋다. 그래서 차를 분디나(Bundeena)에 주차해두고 웨딩케이크 락(Wedding Cake Rock)까지 갔다 오면 된다.
배낭에 보온물병에 뜨거운 물이랑 컵라면을 챙겨 오면 아주 감동을 받겠지. 나는 대학 산악부 출신이라면 생계란까지 깨뜨리지 않고 배낭에 가져와서 라면을 끓여준다. 종종 나의 독도법을 과신해서 넓은 등산로가 아니라 샛길로 빠져서 혼나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산에서 리더에게 순종해야 된다는 형들의 가르침을 나의 유일한 산악대 원인 부인에게 훈계하다가 더욱 매를 벌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선 오직 해안절벽 따라 외길이어서 샛길도 없다.
샛길도 없지만 그늘도 없다. 그래서 호주의 따가운 햇빛에 혼나기 싫으면 선크림 챙겨 바르고 여름에라도 팔을 가려줄 긴 팔 셔츠면 좋을 것 같다. 근데 바닷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라 언제 덥다 춥다 말하기가 애매하다. 한여름에도 호주 바닷바람, 남극의 바람처럼 매섭게 차갑다. 그래서인지 큰 나무가 아니라 1미터 정도의 부시, 잡목들만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트래킹을 마치고 남쪽으로 드라이브도 더하고 식사하기 좋은 레스토랑이 있다. M1 pacific highway로 조금 더 내려와서 흔히 행글라이더 포인트라고 부는 볼드힐(Bald hills)로 가보자. 민머리 언덕이어서 행글라이더, 패러글라이더들이 이륙하기 좋기 때문에 보통 행글라이더 포인트라고도 부른다. 멀리 바닷가 따라 Standwell Park와 Coal cliff 마을을 내려다보고 울롱공 도시도 한눈에 보인다. 페라리, 홀든의 자동차 CF도 촬영했던 450미터의 Sea Cliff Bridge를 지나면 1886년 오픈해서 150년의 역사가 있는 Scarborough hotel 있다. 여기 야외정원에서 타즈만 (TASMAN) 바다를 보면서 식사를 하기에 너무 멋진 곳이라 한국에서 가족들 오면 항상 가는 곳이다.
컴퓨터를 켜면 window 10의 바탕화면 같은 넓은 언덕 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과 언덕보다 더 넓은 하늘에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들이 있는 로얄내셜날파크를 드라이브하면 참 좋다. 캥거루 표지판도 보이고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내 옆에 있는 너도 참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