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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설탕과 옥수수 시럽

by 남동휘

설탕이 귀했던 시절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설탕은 좋은 명절 선물이었다. 한여름에는 탄산음료 대신 얼음물에 설탕을 듬뿍 넣고 저어서 맛있게 마셨던 기억도 있다. 단맛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본능에 가깝게 집착한다. 어린 아기들의 분유에도 당분과 msg가 잔뜩 들어간다. 어릴 때부터 단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갈수록 단 것에 대한 내성이 생겨 더욱더 강렬한 단맛을 찾고 있다. 나도 한때 사탕을 주머니에 한두 개, 차 안에 한 통을 넣고 다니며 먹었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흰 설탕이 우리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조금씩은 알고 있다. 언젠가 TV에 유명한 요리 전문가인 B 씨가 나와서 짜장면을 만드는 모습을 봤다. 음식을 만들면서 설탕을 퍼붓는 모습에 나는 기겁을 했다. 다음날 시청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으로 빗발쳤다. B 씨는 음식 맛을 내기 위해서 설탕을 첨가하는 일은 어쩔 수 없다고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음식 맛을 내기 위한 설탕을 엄청나게 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은 옛날처럼 설탕을 가루나 덩어리째 먹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 보이지 않는 설탕‘이 좋은 식품인지 아닌지 생각 없이 꽤 많은 양을 먹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하버드대학교 보건 대학원 의학박사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 이런 문구가 있다. 1960년 9월에 미국의 제당업계에서 설탕과 심장병 사이의 연관성을 감추기 위해서, 하버드의 과학자 세 명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며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심장병의 원인이라고 밝히는 문헌고찰 연구를 1967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The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출판하게 한다. 이는 설탕을 위험하지 않은 물질로 만들고자 했던 제당 업체의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이와 같은 연구를 둘러싼 비윤리적인 행위가 우리를 별생각 없이 설탕을 대하게 하는데 도움을 줬다.


사탕무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당에는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 하지만 원당은 깨끗한 것과 단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제, 표백된다. 설탕을 정제 및 가공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마그네슘 99%, 아연 98%, 망간 93%, 구리 83%, 코발트 83%에 해당하는 미네랄 성분을 잃어버리게 된다.

예전 미국에서 사탕수수 농사를 짓던 농장의 흑인들은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사탕수수 껍질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는 당뇨병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제된 흰 설탕을 즐겨 먹었던 농장주들은 당뇨병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1972년 영국 런던대학교 교수 존 유드킨 John Yudkin은 ((달콤하고 위험한))에서 ‘설탕은 심장병, 암, 통풍, 간 질환, 비만, 수명 단축, 영양결핍, 저혈당증, 정신질환, 시각장애, 피부병, 소화불량, 궤양, 당뇨, 충치 같은 건강문제들과 뒤범벅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1976년 소아과 의사 랜던 스미스는 ((자녀의 행동작용 개선))에서 ‘아이들이 설탕중독으로 신경계에 유독한 영향을 끼쳤다. 설탕이 특히 어린이들의 비만을 유발하며 설탕이 들어간 식품은 영양 면에서도 결코 좋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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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공식품을 안 먹으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을 때는 성분표시를 확인한다. 당분 함유량이 많은 식품은 피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설탕이 들어간 식품은 쉽게 안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당분이 확인되지 않는 음식은 문제이다.


세계 최대의 아이스크림 회사 ‘베스킨 로빈스’를 여러분은 잘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베스킨 로빈스 31’으로 영업하고 있다. 그 회사의 유일한 상속자였던 존 로빈스(John Robbins)는 상속을 포기하고 유제품과 축산물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환경운동가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책 ((음식혁명)) 에서 아이스크림에는 포화지방과 설탕이 많이 들어있어서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평생을 심각한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고생했는데 사업을 위해서 섭취해 온 고 포화지방, 고 설탕이 주범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그는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아이스크림 회사 ‘베스킨 로빈스’의 상속을 포기했다.


설탕이 아닌 옥수수 시럽은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할까? 며칠 전 지인들과 카페에 갔다. 점심 식사 후였기에 모두 커피를 시켰다. 그중 A가 커피가 쓰다면서 종업원에게 시럽을 넣어달라고 했다. A는 옥수수 시럽을 탄 커피를 별생각 없이 맛있게 마셨다. A를 제외한 나머지는 블랙커피를 마셨다.


우리는 커피숍에서 옥수수로 만든 달달한 시럽을 음료수에 붓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옥수수 시럽은 과당 포도당 액당이다. 이는 옥수수 전분에 효소를 넣고 가열하여 포도당을 만들고, 또 효소를 추가해서 과당으로 만든다. 정제하여 단맛을 강화한 옥수수 시럽은 백설탕보다 더욱 달게 느껴진다.


이것은 설탕이 아니라서 건강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옥수수가 또 식이섬유가 많은 건강식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포도당과 과당은 각각 단당류이기에 혈당을 치솟게 한다. 옥수수 시럽이 혈당 스파이크가 심하게 일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싸게 만들어진 옥수수 시럽을 맘껏 마신 미국인들의 대사질환을 엄청나게 늘렸다고 한다. 이것이 한국인에게도 술, 담배만큼 몸에 나쁜 독성물질이라는 생각이다.


단맛을 내는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 함유된 음료수는 고지혈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연합뉴스 2015, 04.23)

옥수수 시럽은 차갑게 하면 단맛이 더 강해져서 탄산음료, 과일 주스, 스포츠음료 같은 음료나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 차가운 과자류에 사용된다. 이것은 우리 몸에 심각한 손상을 주기에 과당이 들어있는 제품은 피해야 한다.


약사 김수현은 ((바른 식생활이 나를 바꾼다))에서 우리가 대체재로 생각하는 꿀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꿀은 설탕과 같이 포도당과 과당이 반반씩 들어있어 별반 다를 게 없는 감미료다. 설탕이나 꿀 대신 우리나라의 전통 조미료인 물엿과 조청과 같은 조미료를 추천한다. 물엿은 보리의 싹을 틔운 뒤 가루를 낸 다음 고아 만든 것이며, 물엿에서 더 진하게 고게 되면 조청이 된다. 물엿과 조청은 예로부터 조상 대대로 사용해 왔던 감미료로 보리의 영양과 이당류인 맥아당이 맛을 내는 식품이다.


작가 김선미의 ((살림의 밥상))을 읽어 보면 조청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

커다란 전기솥으로 찐 밥을 엿기름과 물을 섞어가며 열 시간 정도 당화 과정을 거친 다음, 삭은 밥물을 면 보에 짜서 압착한다. 그리고는 진공 솥에서 절반 정도 졸아들 때까지 센 불에서 끓이고, 다시 뚜껑이 없는 솥으로 옮겨 약한 불에서 오래 달여 농축시키면 조청이 완성된다. 찾아보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조청이 있다.


나는 당뇨병에 걸려서 치료를 목적으로 식탁에서 치운 4백 식품 중에 설탕을 먼저 끊었다. 60 평생 먹던 것을 끊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설탕에 길들여진 입맛을 이제부터라도 물엿과 조청으로 바꾸기로 했다. 단맛 때문에 위에 열거된 병에 걸리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의학박사 김승섭((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2017

존 유드킨/((달콤하고 위험한))((설탕의 독))/조진경 역/이지북/1972

존 로빈스/((음식혁명))/안의정 역/시공사/2011

김선미/((살림의 밥상))/도서출판 동녘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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