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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육고기를 좋아하시나요?

by 남동휘

나는 오래전에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채식을 시도를 했던 일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고기를 잘 먹었다. 그러던 내가 갑자기 고기를 끊고 채식 만을 하겠다고 하니 아내가 야단이었다. 단백질 부족을 무엇으로 막겠냐는 아내의 물음에 대답이 궁했다. 우연히 읽은 책 제러미 리프킨의((육식의 종말))에 마음이 움직여서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 한 권으로 이 큰일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잘될 리 없었다. 아내의 심한 질책에 결국 한 달 만에 포기하고 다시 고기를 먹게 되었다. 지금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고기를 먹고 있다.


어떤 의사는 고기를 먹으라고 하고 또 어떤 의사는 채식을 권하기도 한다.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을 공부한 의사들이 주로 육식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동양 의학에 관한 책에도 채식을 권하는 내용이 많다. 부족한 단백질은 콩 제품과 생선에서 채우라는 이야기였다. 고기를 먹을 것인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할 것인지는 내가 판단해야 했다.


지인 J가 있다. 그는 백혈병을 앓았는데 아프기 전에 채식주의를 고집했다. 채식주의자는 보통 비건과 베지테리언 둘로 나뉘는 것 같다. 비건은 우유, 달걀, 꿀을 포함한 모든 동물 유래 식품을 먹지 않는다. J는 계란 정도는 먹었으니 베지테리언이었다. 우리는 채식주의가 J를 병들게 하는데 일조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J가 몇 년 만에 천만다행으로 백혈병이 나았다. 병이 낫고 난 다음 J가 하는 말이 “이제 다시 태어났으니 먹고 싶은 건 무엇이든 먹겠다”였다. 그는 채식주의를 포기하고 육식을 시작했다. J를 볼 때마다 예전에 내가 시도했던 채식주의가 생각나곤 했다. 이제 다시 건강해진 J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냈다.


내가 채식주의를 포기하고 처음 먹었던 삼겹살과 술 한 잔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일본의 한방약제사인 호리에 아키요시는 ((혈류가 젊음과 수명을 결정한다))는 책에서 혈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몸의 병은 물론 마음의 병까지 혈류 개선으로 낫게 할 수 있다. 그런 혈류를 원활하게 하려면 혈액량을 늘려야 한다.

혈액량을 늘이는 방법 중 하나가 육식이다. 적혈구를 제외한 혈액 내 단백질은 알부민으로 존재하는데, 알부민이 적은 사람의 수명이 짧고 알부민이 많은 사람은 수명이 길다. 그래서 고기를 섭취해야 한다’라고 한다.

그러나 육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후배 H가 있다. 그는 특히 돼지 목살을 좋아하고 잘 먹는다. H는 농담으로 죽기 전에 돼지 100마리를 먹는 게 목표라며 그날 먹은 고기를 카운트하곤 했다. 나는 가끔 그를 만나면 식탐을 줄이라고 했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보다 못함을 느낀 그는 요즘은 식사량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의사 다나카 요시오는 ((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의 식습관을 살펴보면 80~90대의 고령에도 두툼한 스테이크와 돈가스를 일주일에 두 번씩 먹는 사람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영양물질의 운반을 담당하는 혈액 속의 혈청알부민은 수치가 오르면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는데, 이것은 고기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요즘은 없어진 이야기이지만, 예전에 알부민 주사 한 대 맞으면 마치 원기 회복과 자양 강장에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알려졌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 나는 다 죽어가던 사람도 알부민 주사 한 대에 벌떡 일어났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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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김수현은((바른 식생활이 나를 바꾼다))에서 고기를 먹을 때 밥을 같이 먹으면 적당량을 먹을 수 있고 필요한 탄수화물도 섭취하게 된다고 한다. 그는 고기 다먹은 후에 밥을 먹는 방법을 바꿔보라고 말한다.

우리는 가끔 소시지와 햄 등의 가공육을 접할 기회가 있다. 우리 집은 서울 남영동 근처였다. 그곳에는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를 부대찌개라는 이름으로 파는 식당들이 있었다. 돈이 없는 젊은이들이 부대찌개 한 번 먹기가 쉽지 않았던 때였다. 불판에 소시지와 햄, 감자를 같이 구워 먹기도 하고 찌개로 먹기도 했다. 당시 그것들이 귀한 음식이라 정말 맛있었다. 학교에 도시락 반찬으로 소시지 반찬을 싸가면 친구들이 부러워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가공육에 보존제로 사용되는 아질산염은 발암 촉진 물질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제 나는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먹지 않는다.


TV를 켜면 먹방이 대세이다. 공중파뿐 아니라 유튜브 먹방 프로그램은 엄청난 청취율을 자랑하기도 한다. 프로그램 내용이 주로 육고기를 소재로 하는 방송이지만 가공육일 경우도 있다. 출연자들이 가공육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나도 먹고 싶을 때도 있다. 먹는 일은 너 나 할 것 없이 아주 중요한 일이다. 단지 혀의 맛을 느끼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 우선일까? 아니면 건강인 가는 결국 내가 선택해야 할 일이다. 아내에게 음식을 가린다는 핀잔을 가끔 듣는다. 물론 내 기준이다 보니 다른 사람과 의견의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 내 건강이 우선이라서 욕을 먹어도 몸에 좋다는 음식을 고를 수밖에 없다. 나는 가공육보다는 육고기를 가끔 먹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육식의 종말))/시공사/2002

호리에 아키요시/((혈류가 젊음과 수명을 결정한다))/박선정 역/비타북스/2017

다나카 요시오/((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홍성민 역/한국경제신문/2021

김수현/((바른 식생활이 나를 바꾼다))/일송미디어/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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