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는 타고난 유전자 덕분인지 아니면 운이 좋았던지 크게 아프지 않고 살아왔다. 젊었을 때 왜 어른들은 왜 저렇게 건강, 건강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늙지 않고 평생 건강할 것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나는 1955년생이니 베이비붐 세대이다. 위키백과에는 한국 전쟁 이후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약 710만 명의 출생자들이 베이비붐 세대에 속한다고 나와 있다. 베이비부머 중 많은 이들이 건강 악화로 고통스러운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이들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거나 노인성 질환, 치매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은 수명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이전 세대가 이처럼 장수하는 모습을 못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아프면 병원과 보험이 전부 해결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하루는 아내가 하는 말이 “내가 낸 보험료가 아까워”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크게 아파서 병원에 갈 일도 없는데 매달 나가는 돈이 아깝다”였다. 나는 “그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아까워할 일이냐?”고 한마디 했다.
조한경 의사는 ((환자혁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보험은 큰 병에 걸려서 내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보험이 아무리 좋더라도 쓸 일 없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게 바람직 한 일이다.
진정한 보험은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이 아니다. 제대로 된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운동,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는 생활습관이 훨씬 더 확실한 보험이다. 1년에 한 번 하는 정기검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먹는 음식이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먹는 음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돌아가신 장모는 거친 음식을 주로 드셨다. 장모는 식이섬유가 많은 거친 음식과 걷기로 30여 년이나 당뇨병을 관리하셨다. 물론 당뇨약도 먹었다. 당뇨병의 후유증 없이 87세에 돌아가신 장모에게 그 음식들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거친 음식이 건강식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음식에 대한 기준이 있다. 입에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있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몸에 안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다. 점심 식사 후에 먹는 케익이 그렇고, 달달한 탄산음료가 그렇다. 제대로 된 음식은 내 몸을 지켜주지만 그렇지 못한 음식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내 몸은 내가 지키는 것이지 병원과 보험이 지켜주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긴 하다.
나는 당뇨병에 걸렸던 일이 내 건강관리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당뇨병이 걸리기 전에는 크게 아프지 않았으니 내 생활습관이나 운동에 크게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그저 누군가 주위에서 아프다고 하면 잠깐 내 모습을 돌아볼 뿐이었다. 그동안 몸이 아프면 아는 게 없으니 무조건 의사에게 맡겼다. 아는 자만이 치료하는 방법을 선택할 자격이 있다는 말이 있다. 내 병에 대한 공부가 치료의 시작임을 새삼 느꼈다.
고전 평론가 고미숙은((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에서
“병을 만든 것도, 그 병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도, 그리고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여러분 자신입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의 의사가 되십시오.”라고 말한다.
매일 먹는 음식이 내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내가 먹는 음식으로 인해 병이 생기거나 병이 낫기도 한다. 나는 당뇨병이 걸린 후 운동과 음식 섭취, 스트레스 조절에 신경 썼다. 아내와 상의하여 먼저 4백을 식탁에서 치웠다. 4백은 흰쌀, 흰 설탕, 흰 밀가루, 흰 조미료이었다. 처음에는 소금이 포함된 5백이었으나 소금은 건강을 위해 필요한 조미료라 그대로 두었다.
흰쌀밥은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등 중요한 영양성분의 95%가 도정할 때 제거된 전분질이다. 현미에는 섬유질이 야채나 과일보다 더 많이 들어있다.
흰 설탕의 경우는 지방간을 발생시킬 수 있고 만성 염증과 관련 있어서 혈관 질환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흰 밀가루는 섬유질과 영양이 모두 제거된 도정과 정제로 만들어져서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는 식품이다.
흰 조미료는 애초 합성조미료(MSG, 글루탐산나트륨)라는데 문제가 있다.
나는 식탁에서 4백을 치워야 하는 이유를 깊이 있게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인스탄트 식품, 튀긴 음식,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도 끊었다.
그동안 나는 음식을 생각 없이 먹고 살았다. 물론 잘 먹던 음식을 하루아침에 끊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건강을 위한 첫걸음으로 내가 먹고 있던 음식을 확인했다. 내가 당뇨병 걸리지 않았다면,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에 내 몸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구분하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병원과 보험에 의지하지 않고 살다가 죽고 싶은 마음이 이일을 가능하게 했다. 건강을 위하여 오늘도 내가 먹을 음식을 스캔해 본다.
조한경/((환자혁명))/에디터/2017
고미숙/((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북드라망/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