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를 이야기하면서 왜 먼저 ’ 일‘ 을 말할까? 70대는 의욕적으로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바로 늙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활동하는 것이 귀찮고 의욕이 감퇴 되면 자기가 가진 기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만약 한 달 정도 집에만 있게 되면 운동 기능 중 상당 부분이 저하된다. 이어서 뇌 활동도 많이 줄어들어서 치매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나는 치매가 무섭다.
나는 퇴직 후 운 좋게 재취업이 되어 지난해까지 열심히 근무할 수 있었다.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서 아침 운동을 하고 출근했다. 가끔 70이 다 된 노인이라 잠이 없어서 괜찮겠다는 이야기에 ‘새벽에 일어나면 나도 졸리다’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웃곤 했다. 노인이지만 월요일에 출근하면서부터 금요일이 기다려졌다. 내가 만약 놀고 있다면 평일이 휴일이 아니겠는가? 그런 휴일과 일주일 동안 근무 후의 주말은 많이 틀렸다. 일하고 난 다음의 휴식은 그리 달콤할 수가 없었다. 나는 출근길에 매번 고맙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언젠가 거울을 안 보는 때가 오면 진짜 늙었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기상예보에 맞춰 내일은 어떤 옷을 입을까 하는 것도 신경을 썼다. 누구든지 출근을 위해서 거울을 한 번 더 볼 것이다. 이런 작은 일 하나하나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것도 일이 주는 즐거움이었다.
지금 나는 수입 LNG를 검사하는 프리랜서이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산다. 매일 출근하는 일이 힘에 부쳐서인지 이 정도가 좋다. 남는 시간에 시니어 모델의 워킹 연습, 하모니카 배우기, 유튜브 배우기, 글쓰기 등을 하고 있다. 운동도 틈틈이 열심히 하다 보니 바쁘다.
독자는 노래 Blowin’ In The Wind를 불렀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유명한 가수 밥 딜런을 알 것이다. 가수 밥 딜런이 너무 좋아했고 사랑했던 영국의 시인 딜런 토머스가 있었다. 밥 딜런의 본래의 이름은 ‘로버트 앨런 지머맨’이었다. 딜런 토머스를 좋아한 밥은 그의 이름을 따서 ‘밥 딜런’으로 바꿨다.
딜런 토머스의 (저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일상의 늙어감을 거부하라는 시가 있다.
저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
노년은 날이 저물수록 불타고 포효해야 하니,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중략)
죽음을 앞둔 위독한 자들도, 눈이 멀고 있지만
멀어버린 두 눈도 유성처럼 타오르고 기뻐할 수 있겠다 싶어,
꺼져가는 빛에 맞서 분노하고, 분노해요.
그리고 나의 아버지, 당신도, 그 슬픈 고지에서,
제발, 모진 눈물로, 저를 욕하고 축복해 줘요.
저 좋은 밤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
꺼져가는 빛에 맞서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나는 노화를 인정한다. 의학이 아무리 진보되었다고 해도 나는 젊어질 수도 없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더욱더 늙어갈 뿐이다. 그렇다고 빨리 죽지도 않기 때문에 초 장수가 된다는 것이 인생 100세 시대의 서글픈 현실이다.
와다 히데키라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는 ((70세가 노화의 갈림길))에서 현재 늙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제는 지금까지 기껏해야 10년 정도였던 ‘늙음’이 20~30년으로 연장되는 삶으로 바뀌었다. 그는 길어진 노년을 그저 관망할 것 인가 아니면 딜런 토머스의 시처럼 거부하고 분노할 것인가를 선택하라고 한다.
내게 닥칠 긴 노인의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뇌의 기능이나 운동 기능을 어떻게 80대 이후에도 유지할지가 커다란 문제이다.
70대 초반까지는 치매에 걸리거나 환자가 된 사람은 10%도 채 안 된다고 한다. 다치거나 큰 병을 앓거나 하지 않으면 장년 그대로의 삶을 살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노력하면 신체나 뇌도 젊음을 유지할 수가 있다. 이제는 ‘인생 100세 시대’의 ‘늙음’을 두 시기로 구분해야 할 것이다. 70대 때 “늙음과 싸우는 시기‘와 80대 이후의 ’ 늙음을 받아들이는 시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늙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가 80대 이후 반드시 찾아온다. 그때는 늙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좌절감과 우울증이 찾아올 뿐이다.
독자의 나이가 꼭 70대가 아닌 다른 나이일 수도 있다. 어떤 나이라도 지금부터 하루하루의 노력이 나중에 찾아올 80대의 모습을 좌우할 것이다. 그 노력 중 하나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 일‘을 찾는 것이다. 이것이 늙어감에 대한 분노의 표시일 수도 있다.
노인이 얼마나 버는가는 중요치 않다. 어떤 일이라도 가치가 있고, 할 수 있다면 노화 방지의 최고의 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예전에 아파트 자치회의 대표를 했던 일이 있었다. 아파트 주민을 위한 봉사가 내게 기쁨을 주었던 시간이었다. 그 일을 기회로 주민센터의 주민자치회라는 곳에서 봉사도 했다. 일의 규모가 아파트 주민에서 동 전체 주민으로 확대되었다. 몇 년간 일하며 보람을 느끼며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그 보람이 주는 효과는 내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했다.
어떤 방법이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노화를 늦추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이 제일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그렇게 살면 된다. 하지만 ’ 일‘은 늙음과 싸우는 시기에 꼭 필요한 것 중 하나이다.
나는 노화를 인정하되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