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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988234를 원한다

조금 덜 아프게 살다가 잘 죽고 싶다

by 남동휘

시간이 지나가면 나이는 저절로 먹게 된다. 거지도 부자도 공평하게 늙어간다. 예전 어렸을 때 나이 많은 노인을 보면 저 나이까지 어떻게 살아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런 내가 이제 70세가 되었다. 돌아보면 돈도 많이 모으지 못했고 뚜렷하게 성공을 이야기할만한 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다. 그러나 앞으로 살날이 지난날보다 많다는 생각이다. 나의 남은 날들을 어떻게 잘 살아야 하나, 늙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과 질문이 꼬리를 문다. 만약 신의 실수로 내 나이가 90살이 넘어간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들었던 9988234, 99살까지 88 하게 살고 2~3일 아프다가 죽으면 좋겠다는 말이 생각났다.


하얗게 변해 버린 내 수염을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 보인다. 내가 늙어가면서 신체가 겪게 되는 무자비한 변화를 걱정스럽게 지켜본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헤어짐으로 인한 슬픔, 죽기 전까지 건강에 대한 걱정,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사람들은 장수를 바라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건강하게 살다가 적당한 나이에 죽기를 원한다. 나는 후자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여태껏 한 번도 늙어보지 못한 나와 주위 친구들은 방법을 잘 모른다.

일본 소설 가카야 미우의 ((70세 사망선고 가결))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 사회가 심각한 노인 문제로 70세가 되면 안락사를 시키고, 70세가 넘은 사람은 2년 유예 후 집행한다는 법안이 가결되는 것을 전제로 쓴 내용이다.

일본 정부 재정이 연금을 부담하고 있는 젊은 세대가 해마다 줄고 있어서 심각한 수준이었다. 머잖아 장기 요양 기금도 바닥날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부모님 병시중은 각 가정에서’라는 기발한 방침을 세웠다. 하반신 마비의 시어머니를 집안에서 수발하던 주인공인 며느리는 병간호에 지쳐서 가출하게 되었다. 차라리 시어머니의 병이 암이었으면 끝이 있어 좋겠다는 생각을 뒤로하고 집을 나와 버린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은 이처럼 이 소설에서도 적용되었다.

소설은 다행히 가결된 법안을 집행하지 않기로 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나이 먹은 사람 입장으로 보면 연령차별의 끝판왕으로 보였던 소설이었다.



90세도 100세도 아닌 70세로 사람의 사망 시점을 정해놓은 내용이 끔찍하기도 했다. 이 책을 같이 읽었던 독서 모임의 후배의 말이 생각난다. “형님! 한 달 후에 나이가 70세 되시죠? 큰일 났네요.”라고 했다. 이런 일이 소설이었기에 망정이지 다행이라며 우리는 같이 웃고 말았다. 그런 한편 70세가 아니라면 나이의 한계를 정하는 것도 꼭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내가 80살이 훌쩍 넘어 90이 넘고 100살이 넘었는데도 멀쩡하게 살아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일본뿐 아니라 이제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 확실하다.

우리가 늙어가면서 어떤 일들이 생길 수 있는지 생각해 봤다. 노화로 인해 없던 통증이 생긴다. 활력, 감각, 근육, 골밀도, 정력과 기억력이 감퇴한다. 주름이 생겨서 외모가 변한다. 병원을 자주 찾게 되고, 의사와 약에 의존하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되게 된다.

다행히 요즘 사람들은 우리 부모 세대처럼 노화되지 않는다. 음식도 예전보다 나아졌고 노화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졌다. 그리고 신체적 활동이나 스트레스 관리도 훨씬 잘되고 있다. 50대나 60대로 보이는 70대 노인들과 활동적이고 건강한 80대도 늘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 지금 몸과 마음이 제대로 작동하여 건강과 행복을 찾을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에 적응하고 노력하여 최상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 두 명이 100세까지 산다고 생각해 보자. 두 사람의 수명은 비슷해도 질병 수명은 무척 다르다. 한 사람은 50세에 건강이 서서히 쇠하기 시작해서 70세가 됐을 때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했다. 또 한 사람은 70세에 기력이 쇠하기 시작했지만 90세까지는 심각한 건강상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길 원하는가? 누구나 평온한 나날을 20년 더 보내고, 질병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기까지 20년을 더 행복하게 사는 인생을 선호할 것이다. 나도 역시 후자이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나는 아내와 이야기 중에 99세가 아닌 85세 전후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내는 90세가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 나는 15년이 남았고 아내는 24년 정도가 남았다. 그러려면 우리는 우선 건강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에너지와 기력이 떨어지면서 노화가 진행된다는 신호를 느끼며 살고 있었다. 노화는 잉태 순간에 시작되는 지속적이고 당연한 과정임을 알고 있다. 나는 건강관리를 통해 노화를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고 질병이 찾아오는 것을 막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건강법은 내가 10여 년 전에 당뇨병으로 진단받고부터 시작한 것들이다. 여러 가지 건강에 관한 공부와 실행을 통해 지금은 어떤 약도 먹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3년 전 요양병원에서 잠시 근무 중 환자들을 보면서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느껴서 이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다. 혹시 독자가 아프다면, 의사의 처방대로 하루에 약을 몇 번씩 빠짐없이 먹을 것이다. 내 건강법은 길게는 10여 년 전부터 하던 것들부터 짧게는 몇 개월 전에 시작한 것도 있다. 이것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약 먹듯이 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건강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진짜 아프면 이런 예방 활동도 쉽지 않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너무 가슴에 와닿는다.

이런 노력으로 모두가 무서워하는 치매의 예방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준비해야 한다.

어떤 누구도 자기 죽음을 달갑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면 잘 알지도 못하는 죽음이 두렵기 때문이다. 두렵다고 모른척할 수도 없는 죽음이 막상 눈앞에 다다르면 그것같이 힘든 일이 없을 것이다. 좋은 죽음은 어떤 것인지, 죽음 이후에 혹시 다음 생이 있는 것인지를 공부해 보면 두려움이 많이 해소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남은 생에 조금만 짧게 아프다가 때가 되어 다음 생으로 갈 수 있다면 그것같이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나와 여러분의 9988234를 기원해 본다.

이 습관들을 각자 자신에게 맞게 응용하고 적용하여 나와 독자들이 9988234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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