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3) 뭐라고 해도 음식은 간이 맞아야지!

by 남동휘

내가 근무하던 P사 직원식당 앞에 걸린 팻말에 오늘의 국 염도는 0.9%라고 걸려있었다. 오늘은 국이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어제는 팻말의 숫자가 0.7%이어서였는지 약간 싱겁고 맛이 없다고 느껴졌었다. 내 입맛에 맞는 염도 0.9%의 국과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염분(나트륨)의 함유량은 어떤 관계일까? 이곳에 근무하기 전에는 어떤 식당 문 앞에도 국의 염도를 표시한 걸 본 적이 없었다.


우리의 혈액은 염도 0.9% 정도의 상태인데 삼투압 작용으로 맹물(염도 0%)을 몸 안으로 흡수할 수 있다. 염분 섭취량이 많을 때는 소변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해 염분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조절한다. 반대의 경우 신장에서 염분을 재흡수하여 조절한다. 콩팥에서 배출된 나트륨의 99%를 재흡수한다고 해도 1%만 손실되면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우리는 소금을 더 먹게 된다. 만약 재흡수가 안 되고 나트륨이 그냥 빠져나간다면, 우리는 하루에 100그램 이상의 소금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신장이 제대로 작동하는 한 그럴 일은 없다.


체내 나트륨과 칼륨은 각각의 농도 차이를 이용해 세포 안쪽과 바깥쪽을 오가면 영양소와 노폐물을 주고받는다. 우리 몸에서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칼륨은 주로 채소에 많다. 우리에겐 소금에 포함된 나트륨이 꼭 필요로 하지만 채소의 칼륨도 중요하다. 고기 먹을 때 채소를 같이 먹으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이해되었다. 혈액에 적절한 나트륨 함량이 있어야 적절한 삼투압을 가져서 물을 흡수한다. 그래야 적절한 체액량과 혈액량을 유지할 수 있고, 혈압도 유지할 수 있다. 이래서 소금은 꼭 필요한 만큼 먹어야 한다.


내가 지인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K의 경우, TV에서 어떤 건강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맹물을 매일 2L씩 먹었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몸에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생각에 몇 년 동안 맹물을 마셨다. 적정량의 나트륨 균형이 깨진 것이 원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60이 조금 넘은 나이에 사망하고 말았다. 잘못된 건강 지식이 화를 자초했다고 주위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소금물을 중간중간 조금씩 마시면서 몸의 수분을 보충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cat-9752539_1280.jpg

일본의 혈액 내과 전공의 이시하라 유미 박사는 ((노화는 세포건조가 원인이다))에서 소금의 필요성을 말한다. 나이가 들면 뼈와 근육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마르고 딱딱해진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겠다고 차갑고 염분이 없는 맹물을 많이 마시게 되면 도리어 우리 몸을 해친다. 이런 경우 세포 속으로 흡수되지 못한 수분이 고여서 부종을 일으키게 된다고 한다.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수독인데 건강에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메마른 세포에 효과적으로 수분을 공급하려면 염분이 항상 수분과 함께 기능함을 알아야 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생리식염수는 인간의 체액을 0.9% NACL(염화나트륨)용액으로 가정하고 영양소를 첨가하여 제조한 것이다. 그래야 혈관 내에 주사해도 삼투압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쇼크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에 설사나 구토를 할 때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맹물이 아닌 소금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세포는 수분과 염분이 균형을 이룬 상태의 물은 받아들인다. 그러나 염분이 부족한 물은 거부한다. 이처럼 우리 몸은 생명 유지를 위해 항상 수분과 염분의 균형을 자발적으로 조절한다. 우리가 짠 음식을 먹으면 갈증이 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염분이 없는 맹물만 계속 마시면 세포는 탈수 상태가 되고 우리 몸에는 다양한 노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저염식을 해서 염분 섭취를 줄이면 수분도 같이 줄어든다. 과도한 염분 제한은 노화를 향한 전력 질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음식은 짜도, 싱거워도 맛이 없다. 짠맛을 내는 조미료인 소금의 나트륨 성분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독자가 저염식을 하고 있다면 뇌세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빠른 노화를 걱정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이 몸에 수분을 보충한다고 맹물을 하루에 2L 정도를 마시고 있다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최낙언은 ((생존의 물질, 맛의 정점 소금))에서 소금은 뇌의 신경세포에서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 우리가 생각하고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나트륨이 부족하면 뇌 작동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천일염에는 40%의 나트륨과 다양한 미네랄 성분들이 들어 있다. 흰 소금인 정제염은 바다염전에서 획득한 천일염을 정제하거나 공장의 화학처리 공정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이다.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있는 요즘 주부들은 정제염의 문제를 깨닫고 꽃소금과 맛소금 등으로 불리는 흰 소금의 섭취를 줄여가고 있다. 그 대신 일반 천일염이나 볶은 천일염, 구운 천일염 등을 사용하고 있다. 천일염은 사서 쟁여놓으면 간수가 빠져 몇 년이 지나면 품질 좋은 소금으로 변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소금물로 입을 행구고 따뜻한 소금물 한잔을 마신다. 그 소금은 당연히 천일염이다. 가끔 주위에서 몸에 좋다는 비싼 소금들을 소개한다. 그러나 나는 간수를 뺀 천일염을 물에 씻어 불순물을 제거한 후 볶아서 사용하고 있다. 짭짤한 다시마를 사무실로 가져와서 차로 마시기도 했다. 나는 음식의 간을 맞출 때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음식은 뭐라고 해도 역시 간이 맞아야 맛있다.


이시하라 유미 박사/((노화는 세포건조가 원인이다))/윤혜림 역/전나무 숲/2017

keyword
이전 12화(12) 흰 밀가루의 슬픈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