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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붕어와 지렁이

 어느 날 연못 근처를 기어가던 지렁이 한 마리가 실수로 그만 연못으로 미끄러졌다. 깜짝 놀란 지렁이는 몸을 최대한 꿈틀거리며 헤엄을 쳤다. 마침 붕어 한 마리가 허우적거리는 지렁이에게 쏜살같이 다가왔다.

 지렁이는 온 힘을 다해 꿈틀거렸지만, 붕어는 어느새 지렁이 꼬리까지 다가와 입을 쩍 벌렸다. 순간 지렁이는 헤엄을 멈추고 붕어를 향해 말했다.

 “역시 붕어님은 대단하세요! 이 연못에서 이렇게 빨리 헤엄칠 수 있는 분은 붕어님 밖에 없을걸요.”

 지렁이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붕어는 벌렸던 입을 다물었다.

 “당연하지! 나보다 빠른 물고기는 이 연못에 없으니까!”

 의기양양하게 말한 붕어가 문득 지렁이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지렁이야. 네 말을 들어보니 이 연못 말고 다른 연못엔 나보다 빠른 물고기가 있다는 거니?” 

 붕어의 질문에 지렁이가 대답했다.

 “맞아요, 붕어님! 이웃 연못에 붕어님보다 빠른 물고기를 본 것 같아요.”

 지렁이의 말에 기분이 상한 붕어가 말했다.

 “그래? 얼마나 빠른데? 정말 나보다 빠른 것 같아?”

 지렁이는 잠깐 고민하는 척 한 뒤 말했다.

 “지금 생각하니까 붕어님이 훨씬 빠른 것 같네요.”

 지렁이의 대답에 붕어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붕어님, 지난번에 그 물고기를 만났을 때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물고기라고 무지 자랑하는 거예요. 아마, 붕어님을 못 봤으니까 그랬겠죠?”

 지렁이의 말에 붕어가 버럭 화를 냈다.

 “괘씸한 놈! 내가 있는데 감히 세상에서 가장 빠른 물고기라고?”

 붕어의 화난 모습을 보며 지렁이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제가 그 연못에 가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물고기는 바로 붕어님이라고 말해주는 거예요.”

 지렁이의 말에 붕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내가 얼마나 빠른지 꼭 얘기를 해주고 오너라. 그 녀석의 놀란 표정을 꼭 내게 들려주어야 한다. 알겠지?”

 “그럼요! 붕어님! 다시 돌아와 붕어님께 꼭 말씀드릴게요!”

 붕어는 조심스럽게 지렁이를 입에 물고 연못가에까지 왔다. 지렁이는 붕어의 도움으로 무사히 땅에 오를 수 있었다. 땅에 올라간 지렁이는 붕어를 내려보며 웃었다.

 “멍청한 붕어야! 연못 안에만 사는 멍청이야! 이 숲에 연못은 여기뿐이라고! 하하하! 암튼, 고맙다! 네 덕분에 무사히 연못에서 나왔으니 말이야!”

 그제야 지렁이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붕어는 속이 부글부글했다. 땅으로 올라갈 수 없었던 붕어는 한동안 물속에서 씩씩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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