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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싱가포르에 간 북극곰

 싱가포르는 적도 근처에 있는 아주 따뜻한 도시였다. 높은 건물들이 빼꼭한 이 도시는 모든 동물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물론 북극곰도 마찬가지였다. 북극곰은 자신의 꿈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그날부터 북극곰은 두꺼운 얼음으로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북극곰은 얼음 배가 완성되자 연어와 물을 싣고 싱가포르를 향해 떠났다.

 북극곰은 꼬박 한 달간 얼음 배를 타고 나서야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싱가포르는 소문 그대로 멋진 도시였다. 화려한 빌딩과 오색의 불빛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북극곰을 열렬하게 환영했다. 최고급 호텔에서 파티를 열어주었고, 달콤한 열대 과일과 신선한 생선 요리를 매일매일 대접했다. 북극곰은 그런 싱가포르가 정말 맘에 들었다.  

    

 북극곰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지 일주일째 되던 날이었다. 새벽까지 열렸던 파티 탓에 북극곰은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났다. 

 “정말 푹 잤다! 싱가포르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도시야!”

 북극곰은 부스스 눈을 비비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순간 북극곰은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뭐야? 내 털이 모두 어디로 간 거지?”

 거울 속 북극곰은 털이 모조리 깎인 채였다. 북극곰은 그 상황에 몹시 당황했다. 북극곰은 급한 대로 이불로 몸을 감싸고 호텔을 샅샅이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호텔 지배인을 만났다.

 “아저씨, 혹시 제 털을 못 봤나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제 털이 모두 없어졌어요!”

 그러자 지배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 털은 우리가 가져갔다. 북극곰 털은 싱가포르에서 인기가 많거든.”

 지배인의 대답에 북극곰이 목청을 높여 말했다.

 “뭐라고요? 제 허락도 없이 털을 가져갔다고요? 왜요?”

 지배인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왜냐고? 너는 지금까지 호텔에서 먹고 자고 밤마다 파티만 했잖니? 우리에게 돈을 낸 적이 없잖아? 그동안 네게 지출된 비용을 네 털로 받은 건데 왜 내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북극곰은 억울해서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럼 지금까지 나에게 친절했던 이유가 다 내 털 때문인 거였어요?”

 지배인이 차갑게 말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북극곰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더는 싱가포르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북극곰은 타고 온 얼음 배를 찾았다. 얼음 배는 그동안 따뜻한 태양에 많이 녹아 있었다. 북극곰이 올라타자 얼음 배는 물에 반쯤 가라앉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겠어.”

 한 달이 지나고 나서 북극곰을 태운 얼음 배는 북극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사이 북극곰에게 새로운 털이 자라났다. 마침내 북극에 도착한 북극곰이 말했다.

“참, 무서운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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