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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오리와 닭

 화창한 봄날의 이야기야. 농부가 일하러 떠난 농장에는 닭 한 마리와 오리 한 마리가 씩씩거리며 싸우고 있었어.

 “꼬꼬댁, 꼭꼭, 꼬꼬댁 꼭꼭”

 “꽥꽥, 꽤꽤꽥, 꽥꽥, 꽤꽤꽥”

 자세히 들어보렴! 닭과 오리가 무척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 거야.

 “하늘도 날지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내가 낳은 알과 비교를 하겠다는 거야? 참, 나, 기가 막혀서.”

 오리는 단단히 화가 난 듯 닭을 쏘아붙였어. 물론 닭도 지지 않았지.

 “뒤뚱뒤뚱 네 궁둥이는 어떻고? 네 궁둥이를 닮아서 네 알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찌그러져 있잖니? 잘생긴 내 알이 부러워서 질투하는 거 다 알고 있거든.”

 닭과 오리는 서로의 알이 더 예쁘다고 싸우고 있었던 거야. 둘의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졌어. 말다툼은 곧장 몸싸움으로 번질 태세였지.     


 마침 농장을 지나던 뱀이 닭과 오리의 싸움 소리를 들었어. 뱀이 ‘스르륵, 스르륵’ 기어 왔지. 뱀을 발견한 오리가 말했어.

 “뱀아, 참 잘 왔어. 우리 알 중 누구 알이 더 예쁜지 판단해 줄래? 도저히 무식한 닭과는 얘기가 안 돼서 말이야.”

 그러자 뱀이 대답했지.

 “좋아. 내가 심판을 봐주마.”

 닭과 오리는 본격적으로 알을 자랑하기 시작했어. 먼저 오리가 말했지.

 “내 알은 정말 특별해. 나는 닭과 달리 마음껏 하늘을 날 수 있어. 덕분에 매일 구름 속에서 깨끗한 이슬을 먹는다고. 또 알을 낳기 전에는 항상 깨끗한 강에서 목욕까지 한단 말이야. 그렇게 해서 낳은 알이라고? 자, 한번 봐! 저 닭은 날지도 못하고 목욕도 하지 않잖아. 아휴, 지저분해!"

 자랑이 끝난 오리는 뿌드득 날개를 펄럭거렸지. 뱀의 눈에 비친 오리의 알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어.

 다음에는 닭이 말했어.

 “쳇! 겁쟁이 오리와 비교를 당하다니 내 신세도 참 처량하구나. 뱀아, 내가 얼마나 부지런한지 너도 잘 알잖아? 난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새벽에 일어났어. 나는 저 오리처럼 날지는 않지만, 대신 온종일 열심히 뛰어다닌다고. 내 다리를 봐! 얼마나 건강한가?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알이 나온다고 하잖아. 당연히 오리의 알과는 비교할 수 없지!”

 닭은 튼튼한 다리를 뻗어 뱀에게 보여줬어. 닭의 알은 반짝반짝 윤이 나고 건강해 보였지. 

 둘의 자랑이 끝나자 뱀이 말했어.

 “겉으로 봐서는 누구 알이 좋은지 알 수가 없겠군. 음, 그렇지! 내가 맛을 보면 누구 알이 더 훌륭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내가 조금 맛을 보고 결정하면 안 될까?”

 뱀은 긴 혀를 날름거렸어. 그제야 뱀의 속셈을 알아챈 닭과 오리는 당황했어. 닭과 오리는 잠시 머뭇거렸어. 그러더니 갑자기 자신들이 했던 말을 뒤집기 시작하는 거야. 자기의 알이 못생겼다고 우기는 거지. 하지만 몹시 배가 고팠던 뱀에게 그 말이 들리기나 했겠어? 그래서 뱀은 이렇게 말했어.

 “지금 보니 너희들은 모두 자기 알이 못생겼다고 말하고 있잖아? 그렇다면 내가 다 먹어버려도 괜찮겠지?”

 뱀은 입을 쫙 벌리고 알들을 향해 달려들었어. 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닭과 오리는 큰소리로 외쳤어.    

 

 “꼬꼬댁, 꼭꼭, 꼬꼬댁 꼭꼭”

 “꽥꽥, 꽤꽤꽥, 꽥꽥, 꽤꽤꽥”

 자세히 들어보렴! 닭과 오리가 뱀과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 닭과 오리는 서로 언제 싸웠냐는 듯 자신들의 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뱀과 맞섰지. 그때 농부가 들에서 돌아왔어. 농부를 본 뱀은 얼른 풀숲으로 도망쳤지. 뱀이 사라지자 닭과 오리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어. 둘은 한동안 서로 바라만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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