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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별을 따먹은 개구리

 숲속 어느 연못 근처에 황소개구리들이 사는 폴짝 왕국이 있었다. 폴짝 왕국의 황소개구리들은 뒷다리 힘이 매우 강해 높은 곳까지 점프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황소개구리들은 그들의 왕을 뽑는 전통마저 점프력으로 결정했다. 그들은 점프력이 가장 뛰어난 개구리를 왕으로 뽑았는데, 황소의 등에 올라탈 수 있는지를 그 기준으로 삼았다. 무시무시한 황소의 등에 올라탄다는 것은 높은 점프력과 함께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자칫 황소의 발에 밟히는 날에는 그대로 죽어버릴 수도 있었다. 폴짝 왕국의 왕을 뽑는 과정으로는 정말 안성맞춤인 셈이었다.

 하지만 몇 해 동안 황소개구리들에겐 왕이 없었다. 그간 황소의 등에 올라탄 개구리가 없었던 거였다. 해마다 황소개구리들이 도전장을 냈지만, 그들 중 절반은 막상 황소 앞에서 겁을 먹고 도전을 포기했고, 나머지 절반은 등에 올라타지 못했거나 안타깝게도 황소에 밟혀 생명을 잃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웃 왕국의 참개구리 한 마리가 왕의 자리에 도전장을 냈다. 참개구리는 원래 황소개구리가 아닌 탓에 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없었지만, 오랫동안 왕을 뽑을 수 없었던 황소개구리들은 참개구리들의 도전을 허용했다. 사실 황소개구리들은 자신들 말고는 그 어떤 개구리도 시험에 통과할 수 없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참개구리의 도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참개구리의 참혹한 실패를 통해 본인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리고 싶은 자만심도 있었다.

 “시험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딱 한 번 시도해서 황소의 등에 올라타는 것입니다. 두 번 시도는 없습니다. 참개구리 도전자는 바로 출발하시오!”

 시험관의 말이 끝나자, 참개구리는 출발선에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참개구리는 최대한 배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우하하! 저 개구리 왜 저래?”

 “뭐야? 저런 상태로 점프하겠다는 거야?”

 한껏 몸이 부풀어 오른 참개구리의 모습에 황소개구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공기를 몸에 가득 집어넣고 점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참개구리는 주변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첫발을 내디뎠다.

 다박! 다박! 다박! 다박! 다박!

 황소개구리들은 참개구리의 뛰는 모습에 더 자지러지게 웃었다. 한 발씩 서로 교차하며 달리는 참개구리의 모습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다박! 다박! 다박! 다박! 다박!

 참개구리는 황소개구리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다. 방향도 황소를 향해 정확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황소 앞에 다다른 참개구리는 두 발로 땅을 힘차게 굴렀다. 

 착!

 곧 참개구리의 몸이 붕 떠올랐다. 참개구리는 계속 올라갔다. 황소의 허리까지 올라왔을 때 참개구리는 머리를 숙여 배속에 들어있는 공기를 빼냈다.

 푸~~~

 참개구리는 공기의 추진력을 얻어 더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척!

 참개구리의 네 발이 황소의 등에 착지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참개구리가 폴짝 왕국의 왕이 된 것이다. 황소개구리들은 멍하게 황소의 등에 앉은 참개구리를 지켜만 볼 뿐이었다.


  참개구리가 왕이 된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참개구리를 왕으로 맞이해 자존심이 상했던 황소개구리들은 풀숲에 누워 수다 잔치를 벌였다.

 “저기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도대체 몇 개나 될까?”

  “글쎄, 모르긴 몰라도 우리가 낳은 알보다는 많을걸!”

  “근데 말이야, 저 별들은 무슨 맛일까?”

  “노랗게 빛나는 걸 보니 아마 꿀처럼 달콤한 맛이 아닐까?”

  “아니야, 레몬처럼 시큼한 맛을 낼 수도 있어.”

  “직접 저 별을 따서 먹어보면 맛을 알 수 있을 텐데…”

  “음. 좋은 생각이야!”

  황소개구리들은 폴짝폴짝 별을 향해 뛰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황소개구리들은 제아무리 힘을 주어 점프를 해도 별을 딸 수 없었다. 그때 유난히 심술보가 툭 튀어나온 황소개구리가 말했다.

  “얘들아, 참개구리 왕에게 부탁하면 어때? 별맛을 알아낸다면 그때 우리들의 왕으로 인정해 주고, 만약 그렇지 못하면 쫓아내는 거야? 히히!”

  평소 참개구리 왕이 못마땅했던 황소개구리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이내 황소개구리들은 참개구리 왕에게 우르르 몰려갔다.

 “별이 무슨 맛있지 궁금해서 왔소이다. 우리는 다리 힘이 약해서 그런지 아무리 해도 별에 도달할 수 없었소. 우리의 왕이라면 당연히 별까지 점프할 수 있을 테니 우리에게 별맛을 알려주면 좋겠소만. 에헴.”

 황소개구리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며 말했다. 참개구리 왕은 아무 내색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황소개구리들이 돌아가자 참개구리 왕은 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큰일이군! 어떻게든 별맛을 알아내야 할 텐데. 그렇지 않고서는 저 황소개구리들이 나를 왕으로 인정해 주지 않을 거야.’ 


 쪼르륵, 쿵! 쾅!

 참개구리 왕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점프도 해보고, 높은 나무에 올라 점프까지 시도했지만, 별 근처에 가지도 못한 채 땅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상처까지 얻게 된 참개구리 왕은 조금씩 앞으로 다가올 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을 끙끙 거리 던 어느 날 밤, 참개구리 왕은 갑갑한 마음을 풀어줄 겸 연못에 나갔다. 참개구리 왕은 연못 위로 길게 도드라진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때 참개구리의 눈이 번뜩였다.

 “별이다! 연못에 별이 있어!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연못 위에 뜬 별을 본 참개구리 왕은 입을 활짝 벌린 채 뛰어내렸다. 참개구리 왕은 순식간에 별을 먹어 버렸다.

 “음~~~”

 “개굴! 개굴! 개굴!” 

 마침내 별맛을 알아낸 개구리 왕이 힘차게 울었다. 연못 근처에 있던 황소개구리들은 황급히 연못으로 모여들었다. 참개구리 왕은 황소개구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드디어 내가 별의 맛을 알았도다!"

 황소개구리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별은 바로 물맛이다!”

 순간 황소개구리들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렇다고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별의 진짜 맛을 아는 개구리는 한 마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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