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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행복해진 노새

 ‘꼬꼬고~ 꼬꼬고~ 꼬! 꼬!’

 수탉 울음소리가 농장에 울렸다. 새로운 아침이 또 시작되었다. 농장의 동물들은 부스스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그중에는 게으름을 피우며 일어나지 않으려는 노새 한 마리도 있었다.

 “어떻게 눈을 감았다가 뜨면 아침이 되는 거야? 아침이 없는 세상은 없는 걸까? 항상 밤이면 얼마나 좋아. 매일 잠만 잘 수 있었으면…….”

 사실 노새는 전날 온종일 무거운 짐을 옮기느라 무척 피곤한 상태였다. 노새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눈만 껌뻑이며 농장의 동물들을 둘러보았다. 때마침 노새 앞으로 뚱뚱한 돼지 한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배고파! 밥 줘! 꿀, 꿀, 꿀”

 노새는 빈둥빈둥 놀고먹기만 하는 돼지를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저 녀석은 무슨 복이람? 밥만 축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근데 나는 무슨 운명으로 매일 일만 해야 하는 거야? 휴~”

 한숨을 푹 내 쉰 노새는 뒷다리를 물끄러미 내려보았다. 며칠 전 시냇가를 건너다 돌에 미끄러져 다친 다리가 아직도 빨갛게 부어 있었다. 노새는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며 불쌍한 신세를 한탄했다.

 “제발, 오늘 하루만 쉬었으면……. 하지만 곧 인정사정없는 주인이 와서 나를 끌고 나가겠지. 내 아픈 다리는 상관하지 않고 말이야.”

 노새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아침을 먹은 주인이 영락없이 농장 문을 열고 들어 왔다. 고삐에 연결된 줄이 당겨지자 노새는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노새가 도착한 곳엔 감자 자루가 높이 쌓여 있었다. 주인이 노새에게 말했다.

 “오늘은 서둘러야 한다. 여기 감자를 모두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니까.”

 노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온종일 농장과 시장을 반복하며 감자를 날랐다. 완전히 지친 상태로 노새가 농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모두 잠든 한밤중이었다.

 털썩!

 노새는 마른 볏짚이 쌓인 곳에 그대로 쓰러졌다. 너무나 힘든 하루였기에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다.    

 

 ‘꼬꼬고~ 꼬꼬고~꼬! 꼬!’

 다음날 농장에 아침이 또 찾아왔다. 노새는 온몸이 욱신거려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노새는 될 대로 되라는 생각에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영원히 잠들기를 바랐다. 순간 노새는 코에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아, 아, 내 코!”

 주인이 노새의 고삐를 당긴 것이다.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도 게으름을 피워? 당장 일어나지 못해!”

 주인은 호통을 치며 노새를 농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노새는 왠지 모를 억울함에 눈물이 벌컥 쏟아졌다. 노새의 눈물 너머로 어슴푸레 돼지의 모습이 지나갔다. 노새가 도착한 마당에는 호박들이 높게 쌓여 있었다.

 “제길, 오늘은 호박이구나! 저 많은 걸 언제 다 옮긴담?”

 노새는 호박들을 보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날 노새는 땀을 비 오듯 뻘뻘 흘리며 호박을 시장까지 모두 날랐다. 다리가 후들후들해질 정도로 고된 노동을 하고 나서야 노새는 농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리는 더욱더 부어올라 걸을 때마다 무척이나 아팠다. 노새는 절뚝거리며 간신히 잠자리가 있는 볏짚에 도착했다.    

 

 ‘쿨~쿨~쿨~’

 농장의 동물들은 그날도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노새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쉬지 않고 일해야 하고, 누군가는 먹고 놀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 너무나 불공평했다. 노새는 돼지에게 분풀이라도 해야만 억울함이 풀릴 것 같았다.

 “그 먹보 돼지를 따끔하게 혼내 주고 말겠어! 이 다리로 말이야.”

 노새는 앞다리로 땅을 툭툭 두드렸다. 다행히 다리에는 아직 힘이 남아 있었다. 노새는 농장을 돌아다니며 돼지를 찾기 시작했다. 우선 지저분한 돼지가 좋아하는 오래된 건초 더미로 갔다. 그곳에서 돼지를 찾지 못하자 주인집 근처에 있는 창고로 갔다. 먹성 좋은 돼지가 가끔 가던 곳이었다. 하지만 돼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점점 짜증이 난 노새는 잠자고 있던 소를 깨웠다.

 “소야, 돼지 못 봤어?”

 그러자 소가 말했다.

 “아, 그 불쌍한 돼지?”

 소의 말에 노새가 버럭 화를 냈다.

 “뭐라고? 지금 돼지가 불쌍하다는 거야? 온종일 먹기만 하는 돼지가 뭐가 불쌍해?”

 소가 다시 말했다.

 “내가 볼 때는 돼지가 가장 불쌍한걸. 오늘 사람들이 와서 돼지를 끌고 갔거든. 내일 마을에 큰 잔치가 있다면서 말이야.”

 순간 노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소는 다시 잠을 자기 시작했다. 홀로 남겨진 노새는 뭔가에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꼬꼬고~ 꼬꼬고~꼬! 꼬!’

 농장의 아침에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왔다. 밤사이 행복해진 노새에게 새로운 아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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