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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그 사슴과 그 돼지 이야기

 숲속엔 사람들의 일들이 동물들에게도 똑같이 일어나곤 했다. 그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욕심과 시샘 때문에 크게 낭패를 본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그 사슴과 그 돼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 사슴은 숲에서 가장 동물들의 부러움을 받는 동물이었다. 일단 외모부터가 남달랐다. 그 사슴은 흰색 점들이 멋지게 박힌 윤기 나는 갈색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그 사슴의 눈망울은 얼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큼지막했고, 기다란 다리는 그 사슴의 걸음걸이를 우아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동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그 사슴의 뿔이었다. 그 사슴의 뿔은 다른 사슴의 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멋졌다. 

 동물들은 그 사슴의 외모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하지만 동물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을수록 그 사슴은 점점 우쭐해져만 갔다. 우쭐함은 곧 그 사슴을 자만과 허영에 빠지게 했다. 그 사슴은 점차 다른 동물들을 무시하기 시작했고, 자기중심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동물들은 그 사슴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한편 그 사슴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토끼 한 마리가 있었다. 꾀가 많은 토끼는 그 사슴을 골탕 먹이기로 작정했다. 토끼는 그 사슴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바로 기억력이 너무 나쁘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끼는 그 사슴의 집을 찾아갔다.      


 똑! 똑! 똑!

 잠시 후 그 사슴이 문을 열고 나왔다. 토기는 그 사슴에게 말했다.

 “사슴아,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어서 왔어.”

 그 사슴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말했다.

 “뭔데? 나 지금 엄청 바쁘니까 용건만 짧게 말해줄래?”

 토끼는 그 사슴의 태도에 마음이 상했지만,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동물들이 말하는 얘길 들었는데. 네가 꼭 알아야 할 것 같아서…….”

 토끼는 말끝을 흐리며 그 사슴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뭔데?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동물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는데?”

 그 사슴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토끼를 재촉했다.

 “그게 말이야, 만약 네 머리에 뿔이 없다면 양하고 똑같을 거라는 거야.”

 말을 끝낸 토끼는 그 사슴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슴은 토끼의 말에 발끈했다.

 “뭐라고?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거야? 그 말을 믿어?”

 토끼는 두 손을 흔들어대며 말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얘기지. 나도 동물들에게 말했어. 네게 그깟 뿔 하나쯤 없어도 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지다고 말이야. 하지만 동물들은 믿지를 않더라고.”

 “흥! 양은 눈도 조그맣고 나처럼 멋진 가죽도 없다고. 다리도 짧아서 높이 점프할 수도 없는데, 도대체 그런 말을 누가 하는 거야? 눈을 발바닥에 달고 다니는 녀석이 분명해!”

 그 사슴은 감정이 격해졌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토끼는 그 사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당연하지! 내 생각엔 동물들이 너를 질투해서 그런 못된 얘기를 지어내는 것 같아. 그냥 무시해!”

 자존심이 상한 그 사슴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눈치 빠른 토끼는 그 사슴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 계속 말했다.

 “사슴아,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뭐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그 사슴의 질문에 토끼는 잠시 침묵했다. 그 사슴의 궁금증이 짜증으로 변하기 직전에야 입을 열었다.

 “네 머리에 있는 뿔을 잠깐 떼어놓는 거야. 뿔이 없어도 네가 얼마나 멋진지 보여주는 거지. 아무도 너와 양을 비교하지 못할 거야. 어차피 뿔은 나중에 다시 붙이면 되잖아?”

 토끼의 말에 그 사슴은 주저주저했다.

 “괜찮은 생각이기는 한데, 그사이 누가 내 뿔을 가져가면 어떻게 하지?”

 토끼는 골똘히 고민하는 척하며 그 사슴에게 말했다.

 “네 말대로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지. 음, 그럼 이건 어때? 누구도 네 뿔을 찾을 수 없도록 너만 알고 있는 숲속 깊은 곳에 숨겨 놓는 거야.”

 그 사슴은 토끼의 제안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 사슴은 토끼의 말대로 숲속 깊은 곳에 자신의 뿔을 숨겨 놓았다.     


 토끼와 뿔을 뗀 그 사슴은 함께 걸어갔다. 때마침 동물들이 모여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사슴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너희들! 이래도 내가 양하고 똑같아 보여?”

 동물들은 갑자기 나타나 뜬금없는 얘기를 하는 그 사슴을 보았다. 그 사슴은 화가 난 표정으로 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때? 이래도 내가 저 못생긴 양과 비슷해 보여? 똑바로 봐!”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동물들은 그 사슴의 말을 듣기만 했다. 그때 토끼의 표정 속에서 뭔가를 눈치챈 양이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물론 네가 우리보다는 멋지지. 나도 그건 인정! 근데 사슴아, 너 그거 아니? 아마 지금 네 모습은 사슴 중에서는 가장 못생겼을걸. 호호호!”

 순간 다른 동물들도 덩달아 웃음보를 터뜨렸다.

 “하하하! 양의 말이 맞아! 사슴 중에는 가장 못생긴 건 사실이지! 누가 뿔 없는 사슴보다 못 생길 수 있겠어?”

 예상과 다른 동물들의 반응에 그 사슴은 너무나 큰 창피함을 느꼈다. 그 사슴은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 사슴은 뿔을 되찾으러 곧장 숲속으로 달려갔다. 한시라도 빨리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숲을 뒤져도 뿔이 숨겨진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건망증이 심했던 탓에 뿔을 숨겨 놓았던 장소를 기억해 낼 수 없던 것이었다. 

 한 달이 넘도록 그 사슴은 숲을 뒤졌지만, 자신이 숨겨 놓은 뿔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동물들을 무시하고 잘난 체만 하던 그 사슴은 뿔 없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지내야만 했다.     


 뿔을 찾지 못한 사슴에 관한 이야기는 돼지 마을까지 퍼졌다. 당연히 욕심쟁이 그 돼지의 귀에도 들어갔다. 유달리 욕심이 많았던 그 돼지는 친구들이 먹고 있던 음식을 뺏어 먹기도 하고, 엄마가 친구들과 함께 준비해 준 음식도 얌체처럼 혼자 다 먹어 버렸다. 이런 습관은 계속 반복되었고, 그럴수록 친구들은 그 돼지를 멀리했다. 하지만 그 돼지는 반성은커녕, 모든 원인을 친구들 탓으로 돌렸다.

 “흥, 너희들이 놀아주지 않아도 괜찮거든. 이 숲에 너희들 말고도 나와 친구 할 동물들은 넘쳐난다고. 이제부터 나도 다른 친구들이랑 놀 거야.” 

 그 돼지는 씩씩거리며 새 친구를 찾아 돼지 마을 너머 숲으로 갔다. 마침 그 돼지는 덤불 숲 근처 옹달샘에서 물을 먹고 있는 사슴을 발견했다. 순간 그 돼지의 머리에 기분 좋은 상상 하나가 떠올랐다.

 ‘만약 내게 저런 뿔이 있다면 돼지들이 나를 정말 부러워하겠지. 아마 돼지들도 나한테 한 행동을 후회하며 사과할 테고. 흥! 그렇지만 너무 쉽게 용서해 주는 일은 없을 거야. 크크크!’ 

 뿔을 갖고 싶은 욕심에 그 돼지는 사슴에게 다가갔다.

 “사슴아! 어떻게 하면 너처럼 멋진 뿔을 가질 수 있니?” 

 물을 마시고 있던 사슴은 고개를 들어 그 돼지를 본 후 크게 웃었다. 

 “하하하! 돼지가 뿔을 갖겠다고? 너 좀 이상한 돼지 아니니?” 

 사슴은 성가시다는 듯 그대로 숲으로 사라졌다. 사슴의 뒷모습을 보던 그 돼지에게 그럴듯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지! 그 사슴의 뿔을 찾아서 달면 되겠네. 내 머리에 사슴뿔을 달기만 하면 모두 나하고 친구가 되자고 줄을 설 거야. 히히히!’     


 그 돼지는 워낙 냄새를 잘 맡는 코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를 찾아내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 돼지는 온종일 뿔을 찾아 숲을 헤맸고, 마침내 청미래덩굴 속에서 그 사슴의 뿔을 찾아냈다.

 그 돼지는 그 사슴의 뿔을 머리에 달았다. 생각보다 뿔이 무거웠다. 사슴뿔을 단 그 돼지는 곧장 돼지 마을로 향했다. 때마침 돼지들이 모여 있었다. 그 돼지는 뿔을 자랑스럽게 뽐내며 말했다. 

 “안녕, 얘들아! 나 어때?”

 그 돼지의 목소리를 들은 돼지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이 나타났다!” 

 눈이 휘둥그레진 돼지들은 큰소리로 외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부리나케 집으로 들어간 돼지들은 모두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그 돼지는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반응에 크게 당황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뭔가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나는 돼지가 아니잖아. 뿔을 달았으니 난 사슴이잖아. 분명 사슴은 나를 친구로 받아 줄 거야. 진작에 사슴에게 갔어야 했어.” 

 생각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그 돼지의 심장이 다시 쿵쿵거렸다. 그 돼지는 사슴을 만나기 위해 옹달샘으로 달려갔다. 


 한편, 옹달샘 근처에는 사슴 사냥꾼이 숨어 있었다.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그 돼지는 옹달샘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 드디어 사냥꾼의 눈에 사슴뿔이 포착되었다. 사냥꾼은 호흡을 멈추고 화살을 발사했다. 

 슈~~웅 

 화살은 바람을 가르며 그 돼지를 향해 날아갔다.

 퍽!

 화살이 뭔가에 묵직하게 꼽혔다. 다행스럽게도 화살은 그 돼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바로 뒤에 있는 나무에 꽂혔다. 화들짝 놀란 그 돼지는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에 뒤질세라 사냥꾼도 그 돼지를 쫓으며 계속 화살을 쏘았다.

 슈~~웅! 슈~~웅!

 화살은 그 돼지를 살짝살짝 빗나갔다. 그 돼지는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며 나무 사이사이를 달렸다. 그러다 그만 ‘쿵’하고 땅에 쓰러졌다. 머리에 달린 사슴뿔이 나뭇가지에 걸리면서 땅에 넘어지고 만 것이다. 그 충격으로 머리에 달려 있던 사슴뿔이 떨어져 나갔다.

 가까스로 일어난 돼지는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 곧 사냥꾼이 달려왔다. 사냥꾼은 몇 번을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바닥에 있던 사슴뿔을 들고 사라졌다.

  “휴~”

 그 돼지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괜한 욕심 때문에 목숨까지 잃어버릴 뻔했던 그 돼지는 이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착한 돼지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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