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에서 나의 값어치는?
난생 첫 경력 면접을 보고 난 후 이제 관문은 처우 협상만이 남아 있었다. 적어도 00%는 올려야 한다, 무조건 서류 계약 도장까지 찍은 결과물을 봐야 한다, 기본 연봉만 보지 말고 그 안의 기본급 등 구성요소를 따져봐야 한다 등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들은 상태였기 때문에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게 예상되었다.
나 같은 경우는 최종 인터뷰를 보기 전에 기존 회사에서 받은 연봉 정보와 희망 연봉을 이미 제출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면접 결과와 함께 처우 협상이 바로 시작됐다. 이전 회사는 기본 연봉과 인센티브로 급여 구조가 굉장히 심플했고, 이렇다 할 복지가 없었기 때문에 몰랐던 부분들이 하나 둘 알게 됐다.
1. 기본급
연봉과 기본급은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회사에 따라 연봉 안에 기본급, 상여금, 연봉 포함 수당 등이 구성되어 있는데, 기본급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성과급과 퇴직금이 모두 기본급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직할 때 계약 연봉이 높아지더라도 구조 상 기본급이 낮아질 경우 추후 연봉협상이나 이직 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한다. 연봉 구조를 잘 따져봐야 한다는 사실도 처우 협상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다.
2. 인센티브
이전 회사에서는 성과를 잘 인정해주는 상사를 만나서 인센티브가 괜찮게 나왔던 편이었다. 그래서 사실 '연봉+인센티브' 포함한 원천징수 기준 금액으로 기본 연봉을 올리고 싶었으나, 인센티브는 비슷한 비율로 준다는 걸 확인받고 기본 연봉 대 기본 연봉으로 협상을 했다. 하지만 사실 가서 일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와 인센티브를 보장받지는 못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3. 스톡옵션
처우 협상 당시 기본 연봉을 희망연봉보다 깎는 대신 스톡옵션을 제안받았다. 현재 시장가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장 당시 우리사주를 받는 게 아닌 이상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다. 거기다 입사 후 몇 년 뒤 매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추후 발목을 잡는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거절하고 기본 연봉을 올리는 쪽으로 협상을 했다.
4. 사이닝 보너스
사이닝 보너스 또한 희망연봉을 깎는 대신 제안받은 거다. 우수한 인재를 데리고 올 때 기본 연봉 외로 스카우트 비용으로 주는 것으로, 일회성 인센티브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사이닝 보너스를 받으면 의무 근속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통 1년에서 2년 사이인데, 만약 이 기간 내 퇴사할 경우에는 다시 금액을 회수해 간다. 이 또한 오히려 발목을 잡힐 것 같아서 거절하고 기본 연봉을 올리는 방향으로 협상했다.
5. 식대
식대는 1달에 10만 원까지 비과세로 나오기 때문에, 이전 회사에는 기본 연봉을 기본급과 식대로 나눠 지급해줬다. 처우 협상을 했던 곳은 삼시 세 끼와 커피 등이 무제한 제공되는 곳이었기 때문에 따로 식대는 없었다. 비과세 항목은 사라졌지만, 회사에 다니는 동안은 다른 비용이 나갈 일이 없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6. 복지
이전 회사에서는 딱히 복지라고 할만한 게 없었기 때문에 기본 연봉 협상 당시 인사 담당자분께서 '현금성 복지'를 굉장히 강조하셨다. 복지포인트, 월세 지원, 통신비 등 현금성 복지는 연봉 외 플러스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이외에도 리조트, 건강검진, 교육비 등 내게 도움이 되는 복지들의 가치들도 함께 고려했다. 하지만 복지는 복지일 뿐! 고려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복지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 연봉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게 좋다.
7. 포괄 vs 비포괄
포괄임금제인지 비포괄임금제 인지도 중요한 요소라는 걸 처음 알았다. 사실 이전 회사는 야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상관 쓰지 않고 다녔었는데, 새로 옮기는 곳은 들어가기 전까지 근무 환경이 어떨지 모르니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봉을 올려도 근무시간이 길어지는데 초과근무수당이 나오지 않으면 시간당 수입은 더 낮아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정말 많은 부분을 고려해서 100% 만족까지는 아니지만 80%는 큰 불만 없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처우 협상을 했다. 그 뒤 대표 서명이 있는 채용예정 확정서를 받았다. '00의 가족이 된 걸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메일이 왔는데 기분이 얼떨떨했다. 예정된 이직 준비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전히 내면에는 갈등이 오갔다.
내가 이렇게 우유부단한 인간이었다는 걸 자각하며, 새로 업데이트된 연봉이 적혀있는 확정서만 한참을 바라봤다.